영화는 영화일뿐이다. 올드보이 닮았다면 좀 어떤데??

최용일20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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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가 장도리를 들고 섬뜩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사진 속에 올드보이의 오대수 사진을 덧붙여놓았다. 영화 장면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유력 언론사가 조승희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빗댄 사진 편집이다.

영화는 영화일뿐이다. 올드보이 닮았다면 좀 어떤데??

 

19일 뉴욕타임스는 와 함께 조가 32명을 살해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고, ABC방송도 CNN방송도 조씨의 망치든 사진과 ‘올드보이’의 최민식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 하단에 '대량학살자의 마음속에(Inside the mind of a mass murderer)'라는 제목을 달았다. 같은 날 영국 스카이 뉴스는 유지태가 관자놀이에 권총을 대고 자살을 하려는 장면을 설명과 함께 싣고 있다.

 

영화는 영화일뿐이다. 올드보이 닮았다면 좀 어떤데??

 

이렇게 영미의 주요 언론들이 한국 영화 올드보이에서 살인마의 살인극과 자살의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은 희대의 사건에서 뭔가 또 다른 흥밋거리를 찾으려 하는 언론의 속성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내반응은 어떤가? "고작 망치 하나 때문에?“ 조가 올드보이를 봤다는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끼워 맞춘 기사라는 비판이 일었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몇 가지 포즈 가지고 영화 전체와 연결시키는 것이 어이없다면서 "미국은 총기소지와 총기난사 사고에 관한 조사나 더하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이번 사건을 우리나라 탓으로 돌리려는 음모"라는 민감한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들은 과민반응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많은 시민들과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 측도 범인이 보낸 영상물이 검증된 여과 없이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희생자 유족들 역시 미국 인기 프로그램 ‘투데이쇼’에 출연을 약속했던 것을 철회하고 상업적으로 무분별하게 이를 이용하고 있다며 항의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부분 미국 언론은 평소 외톨이였던 조가 대부분 폭력 일변도의 할리우드 영화 등과 컴퓨터 게임 속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조의 비디오에서 '올드보이' 외에 다른 폭력영화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손에 총을 들고 있는 장면은 홍콩 액션영화 감독 우위썬(미국명 존 우)의 '페이스 오프'의 한 장면과 비슷하다고 데일리 메일은 지적했다. 이 장면이 워쇼스키 형제의 2003년 작 영화 '매트릭스 2-리로디드'를 홍보하는데 사용된 배우 로렌스 피쉬번의 광고용 사진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 언론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큰 사건이 터지면 비슷한 가쉽거리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하이에나적 속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언론들이 네티즌들의 분노와 더불어 올드보이 주인공인 최민식과 제작사의 분노 섞인 반응도 보여주면서 사태를 이상하게 만들어가 가려는 것은 참으로 유치해보인다. 사진을 보고 억지스럽고 난감해 한 최민식이 의 제작사인 쇼이스트측에 연락을 취했으며 쇼이스트 역시 답답해하고 있다는 식의 억지춘향식 보도였다. 그러면서 쇼이스트의 관계자는 "다행히 네티즌의 반응도 억지라는 쪽이 많더라"고 덧붙였다는 둥 주연배우, 영화사와 네티즌의 감정을 교묘히 연결하여 반미감정의 칵테일을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언론들은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유력 언론사가 메인 홈페이지에 조승희를 한국영화와 연결시킨 것 자체는 자칫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과 한국 영화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번 사건을 통하여 자칫 국내 배우와 영화가 마치 이번 범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그릇된 인상을 전 세계에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국내 뿐 아니라 해외의 많은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지적을 하고 있다며, 여론을 이상한 곳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자기들이 먼저 그런 유사성을 찾아냈으면 그걸 보도하지 않았을까? 미국 총의 장점을 서둘러 만평으로 냈다가 개망신당한 서울신문이나 뜬금없이 FTA와 연결시키려 한 낮은 NQ를 보여준 한겨레 신문을 한번 생각해보면 말이다.

영화는 영화일뿐이다. 올드보이 닮았다면 좀 어떤데??


미국의 영화제작자 밥 세스카는 올드보이와 조씨의 범죄 사이 연관설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가장 어리석은 가설"이라며 일축했지만, 조가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만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비디오게임과 영화의 폭력성이 사람들을 더욱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논란에 불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게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이번만이 아니다.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사건 때도 범인들이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배스킷볼 다이어리(The Basketball Diaries)', '헤더스(Heathers)'를 모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두 소년이 900발의 총알을 난사해 13명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참사 이후에 오히려 그 사건을 다룬 영화가 2편이나 만들어졌고, 호평을 받았다.


하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2003), 또 하나는 구스 반 산트의 드라마 ‘엘리펀트’(2003)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미국 정부를 직설화법으로 공격하는 지극히 자극적인 영화지만 마치 총기 보유만 금지하면 대부분의 범죄가 해결될 것 같은 환상까지 들 정도로 해결방법도 명쾌하게 제시한다. 미국인이 지닌 공포의 기원에 대한 참신한 해석 등 분명 평가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지만, 세상이 어디 그리 한 겹의 베일만 벗기면 드러날 만큼 단순하던가. 반면 ‘엘리펀트’는 제목 그대로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이다. 해석은 관객에게 맡긴 채 단지 다중 관찰자의 시점으로 이런 저런 상황과 장면들을 보여 줄 뿐이다.


조승희 사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은 비록 올드보이가 사건의 원인이었니 아니니 하지만 그것을 영화로 표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화는 앞서 콜럼바인을 다른 두 편을 혼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일 것 같다. 물론 거기에 가까운 것이 올드보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승희가 말하고자 한 부자들에게 대한 적개심, 재미교포 1.5세대의 정체성 혼란, 외톨이의 반사회적 편집증…. 각종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시에 의문을 갖게 된다. 이 모든 분열적 증세가 하필 조승희에게만 나타난 장애였을까. 개인의 정신적 장애로 치부한다고 해도, 그런 질병을 앓고 있는 모든 환자가 수백 발의 총알을 쏘아대는 건 아닐 텐데. 그리고 단지 총기 소지만 금지한다면 올드보이처럼 망치로도 가능한데...


그게 영화적 상상력이다. 한국 영화 올드보이가 그 장면에 연루됐다고 반한감정 운운하려 하지 말라. 한국계 범인이었으니 한국 영화 올드보이를 말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올드보이나 박찬욱 감독, 배우 최민식이나 유지태가 세계적 인지도를 갖는 계기가 되어 불후의 명작을 남길 찬스를 얻었다고 생각하라.



다빈치 코드가 발표되었을 때 교황청이 판금을 요청했다고 사람들이 그 영화를 안보던가? 매트릭스가 콜럼바인에 연루됐다고 그 인기가 식었던가? 여론은 혹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 최민식이나 쇼이스트를 끌어들여 예술가의 혼을 말살하지 말라. 예술가가 언제 도덕적 비난을 두려워했던가? ‘볼링 포 콜럼바인’은 미국의 오스카(다큐멘타리 부문)트로피를 거머쥐었고, ‘엘리펀트’는 그 해 프랑스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드보이 역시 깐느 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영화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이제 와서 어떤 영화와 비슷하다며 남의 아이디어에 묻어가려고 동분서주하지도 말고, 괜히 정상적인 여론 긁어 신문지 한 장 팔아먹으려다 비겁한 한국인 만들지도 말고, 그럴 시간 있으면 [버지니아의 외로운 늑대]를 어떻게 영화화할 것인지, 박찬욱 감독이 혹시 복수 시리즈 4탄을 안만들 건지 들어보고 특종 터트릴 궁리나 하라고 충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