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무고한 사람들 -조승희 사건-

송은혜20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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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잔혹한, 아니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 &감정 체계를 잃어버린 듯한' 사람을 보면, 그 잔인함에 몸서리쳐지는 1차적 반응 후엔, '심취적 호기심'이 찾아온다. 

 

특히 조승희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해 너무도 당당하고 확신에 차 있으면 있을수록 궁금해진다. 저 사람의 머릿속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났길래,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저렇게도 확신하고 있는걸까?

 

그냥 완전히 미친걸까? 그렇다면 유전적 이유가 아닌 이상, 그 사람을 미치게 한 '이유', 내지는 '상황'이 있을텐데, 어떤 상황이 한 인간의 정신을 저렇게 만들 수 있는걸까?

 

그렇지만 그냥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보기엔 이번 사건은 너무 가슴아픈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평소 스스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그다지 큰 감흥도 없고

특별한 자부심도 느끼진 않았던, 상당히 애국심이 결여되어 있는 인간이라고 때때로 느끼며 살아왔지만, 조승희씨가 한국인이란 사실에 전혀 아무런 동요도 없지는 않는 걸 보면, 나 또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스스로가 한국이이란 사실을 자각하며 살아왔긴 한가 보다.

 

그렇지만 조승희 사건을 보며 마음이 무거운 진짜 이유는 내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이 세상의 구성원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조승희가 '미쳐버린' 이유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 듯 한데 (왕따, 미국사회 부적응, 치정, 기타 등등), 가장 유력한 설은 '미국사회 부적응에서 비롯한 박탈감과 및 성격적 특이성으로 인한 소외'인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설득력 있기도 하고...

 

이번 사건 이후 주위 사람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 해볼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사실 진지한 토의라기 보단 gossip성격의 수다였지만), 상당히 자주 등장했던 화제는 '조승희 같은 사람, 나 또 본적 있다'류의 증언(?) 이었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이유에서건 꼭 무리 속에 끼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 한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오싹해진다. (아직은)총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어느 사회에건 '잠재적 조승희'는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을 양상해 낸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진정으로 '무고한 시민'이란 존재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물론 영문도 모른채 죽을 수 밖에 없었던 32명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불미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특히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이라도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무시해본적이 있거나, 혹은 침묵으로 그에 가담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승희 사건을 보면서 정말 스스로가 '무고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이 세상에서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온갖 불미스러운 일 (그것이 이라크 전쟁이든, 아님 우리반 왕따든 간에)에 대해 '남의 일'이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

 

이 죄목에서 우리 중 무고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