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포털에서 나만의 포털로

장헌200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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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포털에서 나만의 포털로



  “언론은 이제 신문에서 포털로 넘어갔다.”


  1991년 동아일보 김중배 편집국장은 “언론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면서 언론도 그들의 주식 소유주인 기업의 이익에서 자유로운 글을 쓸 수는 없는 처지에 놓여있음을 호소했는데 16년이 지난 지금, 중앙일보 김종혁 사회부장은 이번에는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포털에 언론의 기사가 싼 값에 팔려나가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의도적으로 배치되는 것을 우려했다. 앞서 말한 김중배 선언은 ‘기사를 쓸 때부터’ 기자는 기업 측의 묘한 압력에 시달리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면 중앙일보 김 부장의 저 말은 ‘기사를 쓰고 난 뒤에도’ 그 기사가 포털 메인을 장식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걱정해야 함을 알려준다. 혼을 담아 쓴 특집 기사는 항상 뒷전이고, 가십 거리에 지나지 않은 기사들만 포털 미디어 부분 메인을 장식하게 된다고 한다. 오죽 억울했으면 신문사 20년간 일한 김 부장마저 “인터넷을 시작할 때도, 메일도, 블로그도, 지식 검색도 네이버”를 사용하게 되니 “우리 기자들의 피와 땀의 산물인 기사들은 싼 값에 포털에 팔려나간다”고 성토하기까지 했을까. 언론과 포털의 입장 차이는 확연한데, 언론 측은 “우리 기사를 그런 식으로 이용할 것이라면 포털 측도 우리처럼 방송, 통신, 신문 법에 관한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했으나 포털 측은 “우리는 단지 기사와 네티즌을 연결해주는 통로일 뿐”이라며 일갈해 버렸다.


  실은 언론과 포털 사이의 갈등을 뛰어넘어, 자세히 살펴보면 공정하지 못한 거래로 ‘미디어 부분을 포털 측에서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것’은 21세기의 뚜렷한 대안을 못 찾은 한국 포털의 자리 지키기의 연장선일 뿐이며, 네이버 뿐 아니라 다음, 네이트, 파란 등의 주요 포털 사이트들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포털을 살펴보면 싸이트의 색상만 다를 뿐 유사하다 못해 거의 똑같은 배치를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상단은 로그인 하는 공간과 광고를 마련해 둔 것을 비롯, 중간은 검색 창, 미디어, UCC, 블로그 글, 오른 쪽은 실시간 검색어, 쇼핑, 게임 배너가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거기에 각 포털마다 대표 선수 하나씩을 키워냈으니, 네이버의 블로그, 지식 in, 네이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다음의 메일, 카페가 그 예에 해당된다. 애초에 디지털 카메라 열풍을 타고 전국의 20대를 장악해 버린 네이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다분히 ‘이미지’로 승부한 것이라면, 그 이후 네이버는 ‘텍스트’에 기반한 블로그를 내걸었고, 많은 회원 수가 주는 프리미엄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다음은 ‘우리들UCC 세상, 다음’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UCC(사용자 생산 컨텐츠, User Created Content)에 역점했다. KTH 측이 “상식(알)을 깨고 싶다”는 취지에서 만든 포털 파란(波瀾)의 경우에는 런칭한 지 4년째이지만, 시장 점유율이 어느 정도에서 답보상태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대표 선수를 못 만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던 엠파스는 타 싸이트의 정보도 찾을 수 있는 ‘열린 검색’을 실시했는데, 네이버의 지식 in에 있는 정보를 빼낸다고 서로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포털은 2007년 즈음해서, 웹 2.0 시대를 맞아 각 대표 선수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의 시즌 2, 네이트의 홈 2, 다음의 티스토리, 파란의 푸딩이 바로 그것이다. “‘어디에’인수 될 것인가”를 놓고 각 음모론이 오고갔던 엠파스는 마침내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어 네이트의 회원 수와 엠파스의 열린 검색이 조화를 이뤄, 포털 시장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포털은 웹 2.0 시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있던 무기’로 모듈을 갈아끼워 사용자들을 ‘꼬시는’ 전략을 택했다고 여겨진다. 무늬만 웹 2.0 인 것이다. 포털 측의 네모난 화면 안에서는 계속 광고, 실시간 검색어, 미디어, 그리고 이제 UCC까지 변하지만, 그 어느 것도 네티즌이나 소비자를 중앙 무대로 초청하지는 않는다. 인터넷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들 중 뛰어난 실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사람들에게는 일정한 메리트를 주는 것이 당연할 진대, 아직은 심지어 UCC 부분도 메인 화면에 넣어 주었다고 하는 립 서비스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초청장만 네티즌에게 보냈을 뿐, 네티즌이 초대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해 갈 선물이 너무 많다. 1 ~3위 동영상에 선정되려면 제목부터 ‘섹시하지 않을 수’ 없고, 내용 또한 모든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시장의 주요고객 20%가 매출의 80%를 차지 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을 깨기 위해 마련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포털 측은 주요고객이 아닌 80%의 잠재역량 개발에는 소홀하다. 여전히 포털 끼리 대표 선수를 나눠가지고, 시간에 급급해 네모난 창에 새로운 이벤트 등을 넣는 구조인 것이다. 네티즌이 진정 소통하는 세계가 포털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걸기에는 미흡하다.


‘기술로 세계를 평정한’ 구글의 세부적인 예를 자세히 들지는 않기로 하자. 하지만 한국의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구글에 입사해서 꿈을 펼치고 싶다”고 하고 있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컴퓨터 및 정보통신 뉴스인 ZDnet 메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국현은 “한국의 포털은 아직도 현실계”라면서 이상계를 실현시키는 구글 부대와 다분히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한국의 포털 과의 격전을 예고했다. 이상하리만치 타 민족에 배타적인,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며 - 실시간 검색어, 지식 in, 메일 등으로 수익을 배분하고 있는 포털에 ‘외세의 강력한 문 두드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들은 이미 태평양은 건넜고, 벌써 특정 지역, 네티즌들은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국 포털은 구글에 대항하여 어떤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 한 기업의 중역은 일단 기업에 들어가면 상관의 ‘눈치 보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창의력이 없어진 채로 승진하게 된다고 아쉬워한 바가 있다. 그래서 외국계 기업을 선호한다고 하기도 했다.









우울한 이야기만 늘어놨지만, 다행히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그 희망은 2002 월드컵, 탄핵, 촛불 시위를 주도한, 한겨레 21에서는 ‘대한민국 세대’라고, 또 삼성 경제연구원은 P세대라고 칭한 20대이다.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sion), 패러다임 주도(paradigm shifter)를 강조하는 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인터넷 세계에 뛰어들었고, 88 서울 올림픽은 모르지만, 2002 한국 - 일본 월드컵은 잘 알고, 공기가 혼탁한 서울도 ‘청계천이 흐르는 깨끗함이 숨쉬는 곳’으로 받아들이는, 체격도 결코 서구의 어느 나라에 밀리지 않는, 그런 세대이며 한국이 인터넷 강국임을 적극 활용해 세계를 평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파란에서 대학생 마케터, 서비스 리포터를 지난해부터 모집하며 이런 젊은이들의 신선한 생각들을 흡수하려 하고, 엠파스에서는 대학생 서포터즈를 모집하여 그들의 모니터링 결과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려 한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해에 런칭한 위자드닷컴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웹 2.0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주요 엔지니어들의 희망에 부응하여, 그들은 ‘나만의 시작 페이지, 위자드닷컴’을 모토로, 주요 신문사나 동영상 싸이트, 게다가 주요 블로그, 그리고 자신이 가고 싶은 싸이트라면 어떤 것이라도 등록해 새 글이나 동영상을 볼 수 있게하여 말 그대로 ‘나만의 포털’을 구성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를 개발한 사람이 창의력이 뛰어날 시기인 20대의 표철민이라는 것도 희망적이다.


  폐쇄적인 구조로 수익을 나눠먹던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독주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웹 2.0 시대에 앞서 말한 이러한 한국의 야망찬 젊은이들은 과연 그것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앞으로의 네티즌의 선택은 어떨 것인가? 주요 포털과 구글 운영진, 그리고 포털을 모니터링 하는 한국의 P세대 젊은 마케터와 위자드닷컴 운영진, 그리고 네티즌. 각기 어떤 답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웹 2.0 시대의 철학인 ‘참여, 공유, 개방’을 두고 보이지 않는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