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이장연20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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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지난 주말 토요일(21일) 느직이 일어나, '새만금 끝물막이 뒤 1년의 소회'를 블로그에 포스팅하던 중이었습니다. 방문을 활짝 열지 않고 문틈사이로 얼굴을 내민 어머니께서 '밭에 나간다며, 아침밥을 먹으라' 하시시면서, '책상서랍에 굵은 매직이 있냐'며 그것을 찾으셨습니다.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봄철이라 논과 밭을 죄다팔아 예전만치 농사를 짓진 않아도 손이 가야하는 밭,논일이 많아 나가시는 듯 했습니다. 지난주에 못자리를 준비하시는 것도 보았고, 매년 이 맘때쯤 해 온 고추모종도 돌보시러 가시는 듯 했습니다.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못자리판이다. 이앙기를 이용해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판대기이다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볍씨를 뿌린 못자리판에다가 고운 흙을 덮어 비닐하우스에서 1주일 정도 있으면 볍씨에서 싹아튼다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비닐을 들춰보니 모판이 자리하고 있다



봄철 고추모 농사는 지역농협에서 각 동네에 몇몇 농가에 그 동네 조합원(농민)들이 재배할 모종(배정된 수)을 대신(위탁) 기르게 하고 저렴한 가격에 고추모를 조합원들에게 제공하고, 농협은 고추모 재배농가에 이에 상응하는 소득을 지원해주는 형태입니다.

여하튼 '농사꾼이 주말이 어딨냐' 하지만 이젠 주말이라도 편히 쉬셨으면 하는 마음에, 굵은 매직을 왜 찾으시는지? 고추모 보시러 가시냐고 물었습니다. 그 물음에 어머니께서는 놀라운 답을 해주셨습니다.

"글쎄, 고추모 도둑이 들었지 머냐?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서는 가장자리에 있는 것들만 골라가며 고추모를 훔쳐갔더라고. 에구 몹쓸놈들!'

그 말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30년을 살아오면서 부모님께서 '봄철 고추모를 누군가 훔쳐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두더지가 고추모 밭을 헤집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어렸을적부터 많이 들어왔지만, 두더지보다 못한 이들이 있다는 소식에 참 씁쓸해졌습니다.(아참 요즘엔 포트를 이용해 고추모를 재배해 두더지 걱정은 덜합니다)

그리고 가을철 농가를 돌며 수확학 곡식을 훔쳐가는 도둑과 별반 다를게 없는 이들이 동네 논, 밭을 돌아당기고 있다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땅을 평생 일구며 살아가는 농민들 마음을 아프게 하고 봄철 농사를 망치는 이들은 대체 누군지 궁금해졌고, 그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다음날(22일) 오후께 고추모가 있는 아랫밭으로 내려가보았습니다.


봄철 농사를 맞이한 들녘과 경고판

고추모 비닐하우스로 향하는 길에 엿 본 들녘은 완연한 봄을 맞아, 농사준비로 한창이었습니다.
벼농사를 위해 논바닥은 트랙터와 경운기로 갈아엎어져 있었고, 여기저기 봄철 농작물을 심어놓은 모습도 보였습니다.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논두렁으로 가다가 정말 오랜만에 보라색 제비꽃도 보았다. 얼마나 반가운지...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모를 내기 위해 겨우내 얼었던 논을 갈아놓았다



논두렁을 따라 고추모 도둑이 들었다는 비닐하우스에 도착해보니, 부모님께서 농사를 위해 밭을 갈아놓으신 것을 볼 수 있었고 토요일 어머니께서 매직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또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고추모 도둑들에게 보여줄 경고문을 나무판자에 써넣으셨더군요.

'농작물 훼손금지'라고 투박하게 매직으로 써 넣은 경고판은 다시금, '왜 가진 것없이 빼앗기고 속절없이 당해만 온 농군들이 맘편히 농사조차 지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는지?' '농군들의 마음을 각박하게 야박하게 만든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지?' 생각케했습니다.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고추모와 못자리가 있는 비닐하우스 아랫밭에 도착했다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올해는 이 밭에 무엇을 심으실까?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농작물 훼손금지'라는 경고판을 농군들이 달게 만든 세상 참 무섭다!



농심 병들게 하는 고추모 도둑 범행현장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잠금장치라곤 거적대기와 막대기 하나뿐인 고추모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아침에 환기를 위해 비닐 창을 열어놓아 비닐하우스 안은 그다지 덥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우스 안에는 부모님께서 작은 고추모종을 일일이 포트에 옮겨심어 놓았던 고추모가 꽤 자라 있었습니다.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요즘엔 고추모를 포트를 이용해 재배한다. 예전엔 밭에다가 일일이 작은 모종을 줄맞춰 심었었다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연두빛 고추모종이 포트속에서 자라고 있다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이 고추모종은 매해 다르긴 하지만, 개당 50원 정도에 조합원들에게 판매된다. 시중 화원에서는 500~1000원에 판매한다


그런데 고추모를 훔쳐간 자리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 때 어머니께서 '가장자리에 있는 고추모만 훔쳐갔다'는 말을 들은 것이 기억나 비닐하우스 통로 가장자리의 포트를 죄다 훑어보았습니다. 차근차근 허리를 굽히고 포트를 살펴보니, 정말 제자리에 있어야할 고추모가 듬성듬성 포트에서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두개가 아니고, 50여개가 넘었습니다.


< 고추모종이 사라진 포트 개수만 50여개가 넘는다! >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봄철 고추모 농사 망치는 두더지보다 못한 도둑


농촌에서 자라나지 않거나 농사 경험이 없는 도시사람들은 '머 그까짓거 가지고 그러냐' '그것 없어진 것가지고 도둑이라고 하냐' '참 농사꾼들 야박하다' 할 수 있지만, 농군들에게는 농작물 한포기, 씨알 하나도 제자식이고 소중한 보물과 같습니다. 하물며 개수에 맞춰 지역농협, 조합원들에게 건네야 할 고추모종을 저렇게 빼내갔으니, 이후 모종개수를 일일이 다시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만들어놓았습니다. 특히 농군들의 안방과 같은 밭과 비닐하우스에 몰래 들어와 농작물을 훼손하고 훔쳐가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제발 '한미FTA''농산물(쌀) 개방' '농가빚'이다 하여 가뜩이나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농군들을 더욱 지치게 하고 봄철 농사 망치는 도둑질을 멈춰주시고, 순박한 농군들이 누구하나 믿을 수 없는 야박하고 각박한 세상을 만들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제발!

* 고추모종은 화원이나 길거리에서도 쉽게 살 수 있으니 거기서 사세요! 밭에 들어와 훔쳐가지 마시고요!

* 아참! 대학선배는 아직도 저를 '영농후계자'라고 놀려댑니다. ^-^::  머 저희 아버지는 몇 년째 영농회장시구요. 환갑을 앞둔 나이임에도 동네에서 농사짓는 다른 어르신들에 비해서는 젊은 축입니다. 이 일을 도맡아 할 마땅한 젊은이들가 동네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땅을 일구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나 하고 있지만, 부모님께서 이를 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 '제2의 을사늑약' 나라 팔아먹은 한미FTA 협상타결과 국회비준을 반대한다! -
- 이 글은 한미FTA체결에 한 몫한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에 송고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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