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퇴근후 집으로 돌아가는 제게 지하철 오리역 앞에서 중년의 남자가 자신은 부산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데 학술대회가 있어 올라왔다가 작은 접촉사고가 있었다면서 실랑이를 벌이던 중 상대방 차량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시험삼아 운전해보려고 차에 올라탔다가 벗어놓은 양복 저고리안에 있던 지갑을 빼가서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다고 교수 체면에 부끄럽지만
꼭 갚아줄테니 돈을 빌려달라는 겁니다.
저도 부모님은 다 부산에 계시고 혼자 나와서 회사 생활을 하는데 동아대학병원이라면 잘 아는터라 타지에서 그런 어이없는 일을 당하니 얼마나 기가막히고 화가 나시냐며 자책하지말고 재수없는 일 겪었다 생각하시라며 몇분후에 있을 일은 상상도 못하고 그 사기꾼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했습니다.
요즘엔 다들 남의 곤경을 나몰라라 하는데 그래도 그 시간에 절 만난게 정말 다행이라며 물러터진 소리를 했는데 그 사기꾼놈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지 생각하니 아 피가 역류하는 기분입니다 -_-;;
그 사람은 은행밖에 있고 저는 현금인출기에 돈을 뽑으러 들어갔을때 건네받은 명함의 전화번호로 확인전화를 걸어보고는 싶었지만 하필이면 일이 꼬일려고 했는지 손바닥만한 제 고시텔방에 핸드폰마저 두고 출근을 해서 에이 설마 그런일이야 있을까 하고 사기꾼놈이 부탁한대로 삼십만원을 인출해 친절하게도 봉투에 곱게 담아 주었습니다.(갓인출된 그 따끈한 온기가 아직도;;)
제 딴에는 많이 생각해서 십만원 정도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체어맨이라 기름도 많이 먹고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어서 불안하다고 야부리를 까는데 정말 그 상황에서는 뭐에 홀렸는지 아 정말 그렇겠다..싶은 마음만 들었습니다.
고시텔앞에서 헤어지며 여전히 바보처럼 웃으며-_-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설마 나쁜분은 아니시죠라고 묻는 제게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절대 그런일은 없을거라며 은행수수료까지 포함해서 31만원을 내일 꼭 입금해주겠다고 약속하며 헤어졌습니다.
방에 올라오자마자 명함에 나온 병원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더니 병원이 맞긴한데 도대체 무슨일이냐고 최근 일주일동안 그 사람 찾는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는 겁니다.
으악...................그제서야 눈에선 불똥이 튀었습니다만 놈은 유유히..........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금곡지구대에 신고를 넣었더니 고시텔앞으로
출동하신 경.찰.차.
사기꾼놈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차도 타보고 진술서도 써보고
경찰아저씨가 뽑아주는 커피도 마셔보고 연애문제로 주먹다툼이 일어난 커플들의 심란한 사생활도 힐끔거려 보았습니다;;
방으로 바로 들어가서 자려니 하도 속이상해 고시텔 1층에 있는 바에서 혼자 맥주라도 마실까 들어갔더니 아까 길에서 우는거 봤다면서-_-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기운내라며 옆 좌석 손님이 맛있는 칵테일도 사주고 바 직원들이 전부 위로를 해주길래 기운을 많이 차렸습니다.
나쁜놈도 있고 좋은놈도 있고 흐리멍텅한 바보같은 뇬-_-도 있는 다사다난한
하루였습니다.
머리가 아파 낮엔 병원에 갔더니 MRI촬영이 35만원이라길래 설마 무슨일이 있을까 싶고 괜히 비싸게 검사했다가 아무 이상 없으면 괜히 본전 생각날것 같아 건강염려증일지도 모르니 간단히 의사선생님과 상담만 하고 왔는데 그 돈 고스란히 그놈한테 넘어간걸 생각하니 또 머리가 .....
모두들 야무지게 잘사시고 저같은 바보똥개같은 일 겪지마시라고 글 씁니다.
키는 180정도 체격은 보통 말투는 경상도 억양이나 어색한 표준어구사
(서울나들이 수준까지는 아닙디다;;)
눈이 크고 허우대 그야말로 멀쩡 ;;;
어깨에 매는 각진 가죽가방에 연한 그린 체크 닥스상표 자켓.
물론 대포폰이겠지만 전화번호 010 8699 5293 이름이 뭐더라 기억안나네;;
받은 명함은 지문검식에 들어가야한다고 지구대에 증거물로 제출상태.
평소에도 타인의 어려움을 모른척 하지 못하고 도와줘야 직성이 풀리는 저였는데 이젠 정말 도움이 절실한 어려운 사람이 있어도 계산없이 도와줄 수 있을까 싶네요.
적어도 세번은 더 당하지 싶은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겠습니다 흑흑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