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기적 소리만큼

김은실200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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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기적 소리만큼


 여자아이가 남자아이한테 묻는다 너는 날 얼마나 좋아해 소년은 한참 생각하고 나서 조용한 목소리로 한밤의 기적 소리만큼 라고 대답한다  어느날 밤중에 문득 잠이 깨지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어 아마 두시나 세시 그쯤이라고 생각해  어쨌든 그것은 한밤중이고 나는 완전히 외톨이야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 알겠니 상상해봐 주위는 캄캄하고 소리라고는 아무것도 안 들려 시계바늘이 시간을 새기는 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아 시계가 멈춰버렸는지도 모르지 내가 이 넓은 세상에서 아무한테도 사랑받지 못하고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돼 그건 마치 두꺼운 철상자에 갇혀 깊은 바다로 가라앉는 느낌이야 기압 때문에 심장이 아파서 그대로 찢기고 두 조각으로 갈라져 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 알 수 있어  소녀는 끄덕인다 아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가장 괴로운 일 중의 하나일 거야 정말이지 그대로 죽어 버리고 싶을 만큼 슬프고 괴로운 그런 느낌이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죽고 싶다가 아니라 그대로 내버려두면 상자안의 공기가 희박해져서  정말로 죽어버릴거야 이건 비유같은 게 아니야 진짜 일이라고 그것이 한밤중에 외톨이로 잠이 깬다는 것의 의미라고 그것도 알 수 있겠어  소녀는 다시 잠자코 고개를 끄덕인다 소년은 잠시 사이를 둔다  그렇지만 그 때 저 멀리에서 기적 소리가 들려 그것은 정말 정말 먼 기적소리야 도대체 어디에 철도 선로 같은 게 있는 지 나도 몰라 그만큼 멀리 들리거든 들릴 듯 말듯 하다고나 할 소리야 그렇지만 그것이 기차의 기적 소리라는 것을 나는 알아 틀림없어 나는 어둠 속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그리고 다시 한번 그 기적 소리를 듣지 그리고 나서 내 심장은 아파하기를 멈춰 시계 바늘은 움직이기 시작해 철상자는 해면을 향해서 천천히 떠올라 그건 모두 그 작은 기적 소리 덕분이야 들릴 듯 말 듯한 그렇게 작은 기적 소리 덕분이라고 나는 그 기적 소리만큼 너를 사랑해    무라카미하루키 -  (밤의 원숭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