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걸'' 전성시대

조진흥200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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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걸'' 전성시대

[중앙일보 한애란.구민정.강정현 기자]


"여자라서 안 된다는 생각요? 전혀 해본 적 없어요." 성균관대 응원단장 이청휘(21.유학동양학부 3년)양. 1977년 응원단 창단 이후 30년 만의 첫 여성 응원단장이다. 복학생 남자 선배들을 제치고 지난해 말 단장으로 뽑혔다. 그는 "대나무처럼 딱딱한 남성 응원단장과 달리 싸리나무처럼 부드럽고 매서운 게 나의 리더십"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알파걸'의 부상으로 중.고교와 대학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학업과 리더십에서 남성에 뒤지지 않는 소녀들. 알파걸은 이전 세대 여성들과 달리 남녀 성 구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세대다. '남녀차별'은 이제 먼 옛날 얘기로 밀려나고 있다.

◆ 알파걸, 학교를 접수하다=서울 선정고등학교는 걱정이 태산이다. 올해부터 교육부 훈령이 바뀌어 남녀 내신을 따로 매기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남학생들이 내신에서 불리해 남자학교로 전학을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계속 이어지자 2004년부터 남녀 내신을 따로 매겨왔다. 홍관표 교장은 "요즘 여학생들이 학업에서 앞서는 게 사실"이라며 "다시 내신을 합산하면 남학생 성적이 크게 밀릴 텐데 어쩌느냐"고 하소연했다.

한국외대는 지난달 외교부 재외공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재학생을 선발하고 나서 놀랐다. 7대 1의 경쟁을 뚫고 뽑힌 16명 중 4명을 빼고는 모두 여자였다. 외대 관계자는 "철저히 학점과 외국어 실력 위주로 선발하니 여학생이 압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여학생은 수학.과학에서 남학생보다 약하다'는 편견도 사라지게 됐다. 2005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중3 여학생은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모든 영역에서 평균성적이 남학생보다 앞섰다. 성균관대 자연캠퍼스에 수석 입학한 박모(19)양은 "여자라고 특정 과목에 약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남자보다 불리한 건 체력뿐"이라고 말했다.

알파걸은 공부뿐 아니라 리더십도 남성을 앞선다. 남녀공학인 서울 구일고는 6년째 학생회장이 여자다. 올해 학생회장인 장연진(18)양은 "카리스마 있는 여학생이 회장을 맡고 남자 부회장이 도와주는 게 우리 학교의 전통"이라며 "여학생이 학생 친목을 이끄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이만대 교감은 "요즘 여학생들은 남자보다 자기 주장이 강하다. 한마디로 드세다"고 말했다.

''알파 걸'' 전성시대
◆ 알파걸, 남녀차별을 모른다=알파걸에게 남녀차별은 존재하지 않는 용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차별당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전주 상산고 안아롱(17)양은 "사회시간에 남녀차별에 대한 부분이 나오지만 우리끼리는 '그런 차별이 있긴 있나'라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S중학교 김모(36.여) 교사도 "남녀차별에 대해 토론하면 오히려 남자애들이 '왜 남자만 매 맞고 궂은 일 많이 하느냐'고 역차별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알파걸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도 이전 세대와 다르다. 이보람(분당영덕여고 1년)양은 학교 방송반과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양은 "페미니즘은 피해의식을 전제로 하는 거 같다"며 "군대 가는 남자들에게 가산점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펼쳤다. 대학에서 줄곧 전액장학금을 받아온 한양대 이희연(23)양도 "여자들이 능력만 있으면 차별 같은 건 없지 않겠느냐"며 "페미니즘에서 주장하는 여성에 대한 혜택은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권도 등 운동에 뛰어난 경찰지망생 최소은(17.대영고)양, 영어.불어에 능통한 치대 본과생 전혜림(21.연세대)양도 알파걸 대열에 포함된다.

이러한 알파걸 현상으로 유명무실해진 곳은 각 대학 총여학생회다. 대학과 총학생회에서 여학생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총여학생회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 교수는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부모로부터 강한 지원을 받은 신세대 여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며 "남학생에게 특혜를 줘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연세대 김호기(사회학) 교수는 "학교의 알파걸이 사회의 알파우먼으로 뻗어가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애란.구민정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 알파걸=학업과 운동.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자에 뒤지지 않는 엘리트 소녀들. 여자라는 사실에 아무 제약을 느끼지 않는 점이 과거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미국 하버드대 댄 킨들러(아동심리학) 교수가 2006년 출간한 '새로운 여자의 탄생-알파걸'이란 저서에서 처음 정의했다. 1등.최고를 의미하기 위해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 '알파(α)'를 썼다.

이런 여학생이 알파걸 !.수학.과학을 포함한 성적이 뛰어나다.학생회나 동아리에서 리더 역할을 맡는다.자기 주장이 강하고 발표에 적극적이다.남녀차별을 넘어 남녀 자체를 구분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