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 가수들 한눈에 정리해보자

유승준200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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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 가수들 한눈에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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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세무민 음악계 루머

 

‘문희준이 7 옥타브래’

‘머라이어 캐리가 돌고래 소리를 내서 기네스북에 올랐대’

‘아쟁 총각이 내는 소리는 초음파래’

‘김경호 샤우트 창법은 여가수도 따라 할 수가 없대’

이런 종류의 거의 ‘혹세무민’에 가까운 루머들을 대할 때면 왠지 쓴웃음이 나는 것은 필자만의 일은 아니리라. 이런 매우 많은 음악계 고음 루머들 중 필자로서 가장 황당했던 고음 루머, 즉 필자가 본 중 최고의 고음 루머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였다. 아마도 일반인들이 클래식을 많이 접하지 않는 편인데다, 그에 대한 편견도 만만치 않아서 발생한 것이었을테지만, 아무튼 이 루머에 의하자면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아리아는 전세계적으로 단 세명만이 부를 수가 있는데 조수미가 그중 하나라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밤의 여왕 아리아가 매우 대표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곡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콜로라투라를 소화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소프라노 성악가들이 이 곡을 부를 수 있다. 물론 얼마나 완성도 있고 개성 있게 곡을 소화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역사적으로 뛰어났던 콜로라투라는 쌔고 쌨으며 지금 현재도 그렇다.

고음 가수들 한눈에 정리해보자

 

아무튼 꽤나 묘한 이 고음관련 루머들에 있어서 이상하게 종지부가 찍혀지지 않는 것은 또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본 칼럼에서는 아예 그림을 첨부해 사실 관계를 따져보기로 하겠다.

 

먼저 그림의 건반부터 설명하겠다. 이것은 피아노의 건반 중 가온다에서 시작해 건반의 가장 높은 음까지가 표시된 그림이다. 각 옥타브의 ‘도’음을 오렌지 색으로 표시했으니 한번 세어보라. 피아노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은 ‘5옥타브 도’이다. 이때 ‘5옥타브 도’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기준이 되는 음 ‘가온 다’로부터 다섯 번째 옥타브의 첫 번째 음이라는 뜻이 되겠다. 그러면 그 다섯 번째 ‘도’음 위로도 건반이 더 있는 거 아니냐고? 아니다. 건반은 가장 위에 오렌지 색으로 칠해진 건반까지가 끝이다. 그 위로 그려진 것은 실제로 피아노의 건반은 아니며, 임의로 그려넣은 부분이다.

자 그러면 건반의 왼쪽에 써 있는 문자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차례다. 보면 숫자는 각 옥타브의 ‘도’음을 기준으로 하나씩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라’음을 기준으로 해서 A, B, C. D, E, F, G 라고 쓰인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쓰여지는 이유는 피아노의 가장 낮은 음을 A0 라고 이름 붙이기 때문인데, 그 음이 ‘라’이기 때문이다. 즉 피아노는 가장 낮은 ‘라’음에서 시작해서 총 7옥타브 플러스 3개의 음을 소리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필자가 추측하기에는 서양에서 흔히 이 숫자를(노트라 불린다) 말하는 것에서 착각해 7옥타브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아무튼 소리의 높이를 따지며 옥타브라고 말하게 되면, 그것은 ‘가온다’ 음을 기준으로 그 위로 몇 번째 옥타브의 어떤 음인지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꼭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그리 대단하지 못한 인간의 소리들

 

위의 그림에서 대략 느낄 수 있겠지만, 가장 높은 소리는 Mariah Carey에 의한 것이었다. 그녀는 Emotions에서 5옥타브 ‘미’ 를 불렀고, 라이브에서는 ‘솔’까지 올라가는, 가히 귀곡성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보다 더 높은 소리를 낸 사람의 기록은 없다. 노래를 부르면서 이보다 더 높게 소리를 낸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소리’를 질러대는 경우에도 이보다 높은 소리를 낸 인물은 없다. 그 다음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Adam Lopez라는 가수의 경우인데, 그는 5옥타브의 ‘레’음을 소화함으로써 남성으로서는 거의 한계를 보여준 듯하다.

여기서 한 옥타브 아래쪽인 4번째 옥타브로 가보면 몇몇 하이노트를 만나게 된다. 하이노트란 흔히 소프라노의 음역보다 더 높은 소리를 내는 경우를 말하는데, 사실 소프라노의 음역대라는 것이 ‘가온다’음에서 3옥타브 ‘도’까지의 소리를 뜻하는만큼 3옥타브대의 소리를 내는 것은 모두 하이노트라 할만하지만, 4옥타브를 넘어선 소리들은 주파수가 한층 높아진 때문에 일반적인 고음과는 다른 느낌의 소리로 들리게 된다. 흔히 쇳소리라던가 새소리라고 표현되는 것이 바로 이런 소리인데, 머라이어 캐리의 경우 바로 그 ‘새소리’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5옥타브의 소리인만큼 그녀의 하이노트 구사기술은 가히 세계 최강이라 할만하다.(여담이지만 아담 로페즈의 경우 5옥타브에 가까워지면 쇳소리와 같은 꽤 듣기 거북한 소리로 변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체리필터의 곡 ‘Head-Up’에서 바로 이런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실 박정현이 라이브로 부른 ‘PS. I love you’의 경우에도 바로 이런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조금 의외로 느껴지는 것은 그토록 높은 고음이라고 유명했던 아쟁총각 Vitas Bumac의 목소리는 4옥타브 '레‘까지 밖에는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직접 맞대놓고 비교해보면 머라이어 캐리나 아담 로페즈의 소리와는 한차원 낮은 고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따로 떼고 듣다보면 그 누구보다 높은 고음이라고 느끼게 되는데, 썩소와 느끼 무대매너로 더욱 유명한 이 청년의 고음은 아직은 놀라운 수준임에 틀림없다.

3옥타브대로 들어가게 되면 사실 수없이 많은 가수들(남자가수나 여가수나)이 이런 정도의 고음을 소화하는 것이 사실인데,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고음을 내는 것으로 유명한 김경호가 그 유명세에 걸맞게 3옥타브 ‘시’음을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음만 더 올렸더라면 4옥타브대에 진입했을테지만 아무튼 그는 3옥타브의 솔, 라까지 올라가는 많은 곡들을 가지고 있다. 요즘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블랙홀의 보컬도 여기에 버금가는 고음을 들려주며, 야다, 김상민, 헬로윈 등등도 3옥타브대의 하이노트를 구사하고 있다.

여기서 구지 문희준을 리스트에 끼워넣게 되는 것은 끝도 없이 생산되었던 문희준 안티와 ‘문희준 7옥타브’라는 신기한 루머 때문이기는 한데, 사실 문희준이 구사했던 최고음은 소프라노라면 무난히, 혹은 당연히 소화하는 고음에 속하는 것일 뿐이었다. 물론 소프라노가 아닌 남자 가수가 이런 고음을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높은 고음을 소화하는 가수가 즐비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루머는 그야말로 초라한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음악과 고음

 

음악에 사용된 고음의 명확한 정의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과연 얼마나 높은 고음을 또 누가 구사했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런 기록들은 말 그대로 ‘기록’에 불과하다. 머라이어 캐리가 최고의 고음을 질러대고 기네스북에 오르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누가 더 높은 고음을 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음악’과는 사실 별 연관이 없다. 물론 하이노트를 구사한다는 것은 쉽게 들을 수 없는 고음을 들려줌으로써 곡을 좀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케니지가 1분 동안 섹서폰을 쉬지 않고 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재주’에 불과한 것이지 음악성과 연관되는 부분은 아니다.

음악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한때 기타를 얼마나 빠르게 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얼마나 뛰어난 기타리스트인가를 판가름하는 기준처럼 작용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한두해도 지나기 전에 그들 속주 기타리스트 스스로가 경쟁의 우스꽝스러움을 인식하고 있었다. 빠르게 기타를 치는 것으로 좋은 음악이 나온다면, 녹음한 뒤 빠르게 테입을 돌리면 그만이지 않는가라는 참으로 장난스러운 생각에 아무런 반론도 제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고음에 대해서는 잊자. 누가 더 높은 음을 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따지지 말자. 더 높은 음을 소화한다고 해서 더 좋은 음악, 더 좋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그림에서 보면 문희준이 가장 낮은 정도의 고음을 들려준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그의 곡이 가장 수준 낮은 곡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 본문에서 언급된 곡들의 고음은 라이브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앨범 수록곡과는 상이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