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에티켓

문정영200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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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에티켓

1. 한 사람과 3곡을 추는 이유

밀롱가에서 탱고를 출 때 보통 한 사람과 3곡을 춥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렇게 이해합니다.

먼저 첫번째 곡은 파트너와 대화의 문법을 확인하기 위해 춥니다.

탱고가 International Style이 아닌 이상 추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스타일로 추게 되는데, 지금 나와 춤을 추는 이 사람하고는 어떻게 해야 리드(Lead)와 팔로우(Follow)가 가능한가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두번째 곡은 기초회화(?)를 하는 시간입니다.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쉽고 간단한 회화를 자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탱고를 출 때도 처음에는 어려운 동작보다 쉽고 단순한 동작을 하면서 파트너와 (몸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번째 곡이 나올 때 비로소 자신의 능력발휘(?)를 합니다.

이제 리드와 팔로우를 이해하게 되었고, 간단한 회화가 가능하게 되었다면, 주저할 것 없이 실전에 부딪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세번째 곡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탱고를 한사람과 3곡 정도 추는 데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해하며, 탱고의 깊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한 사람과 3곡 이하로 춤을 추거나 그 이상 추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2. 한 사람과 3곡 이상을 추면?

밀롱가는 탱고를 여러 사람과 즐기기 위해서 모이는 장소입니다.
사람들은 오늘 누구를 만나서 춤을 추게 될까를 궁금해하며, 기대와 즐거움을 가지고 모입니다.

그런데, 한 땅게로가 한 땅게라를 데리고 3곡을 넘어 5곡, 6곡을 추고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건 그 땅게로의 춤신청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땅게라들에게, 그리고 그가 붙잡고 있는 땅게라에게 춤을 청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많은 땅게로들에게 커다란 실례를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생각만 하고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탱고를 출 때는 꼭 3곡을 추도록 관례화된 게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또, 한 사람과 춤을 춘 다음에 다시 춤을 청하고자 한다면 그 상대방이 다른 사람들 3~4명과 춤을 춘 다음에 춤을 청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자기딴에는 다른 한 사람에게 춤을 출 기회를 주었으니까 다시 내가 춤을 청해도 되겠지 하겠지만, 실은 매우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만약 어느 한 사람과 계속해서 한참 동안 춤을 추고 싶다면 그들은 밀롱가에 올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연습장소를 정해서 따로 실컷 연습을 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과 번갈아가며 탱고를 추는 곳을 밀롱가(Milonga)라고 한다면, 특정한 상대와의 연습장소는 쁘락띠까(Practica)라고 합니다.

밀롱가에서 한 사람과 너무 자주 춤을 추는 것은 에티켓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렇다면 한 사람과 1~2곡만 추고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요?

그건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가 정말 피곤하거나 발이 아파서(누군가 발을 밟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1~2곡밖에 출 수 없을 때는 상대가 납득하도록 잘 얘기해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3. 밀롱가에서 가르치는 건

밀롱가에 가보면 함께 춤을 추던 땅게라한테 뭔가 열심히 가르쳐주는 땅게로의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하곤 합니다.

평소에 맞춰보지 못한 사람들이 모처럼 만나서 춤을 추려 하니 뭔가 삐걱거리는 부분이 있어서 몇가지 동작을 맞춰보려고 그러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밀롱가는 본래 레슨하고는 거리가 먼 곳입니다. 밀롱가는 단순히 탱고를 즐기는 곳입니다.

탱고를 선생님께 배우려면 '워크샵'이나 '레슨'에 참가하면 되고, 학생들끼리 만나서 연습하려면 '쁘락띠까(Practica)'에 가서 연습하면 되고, 밀롱가에선 오로지 춤을 여러 사람과 어울려 즐기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밀롱가에서 춤을 추면서 잘못된 동작을 고쳐주고 탱고의 원리를 가르쳐주려고 애쓰는 것도 사실은 잘못된 것이랍니다.






4. 반드시 무용선(LOD)으로

밀롱가에서 탱고를 추는 데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커플이 LOD(Line of Dance), 즉 춤을 추고 나아가는 무용선을 따라 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용선은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선수들이 진행하는 시계반대방향을 말합니다. 벽쪽에 붙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계속 이동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춤을 추다 보면 앞이 꽉 막혀 있어서 할 수 없이 시계방향으로 가게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 동안일 뿐이고, 결국은 무용선을 따라 이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밀롱가에서 춤을 출 때는 가급적 살리다의 1보, 즉 뒤로 발을 빼는 동작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뒤로 발을 빼다 보면 뒤에서 무용선을 따라 이동해 오던 커플과 부딪치게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 제자리를 지키면서 옆으로 왔다 갔다 하는 동작을 너무 오래 하거나 한 자리에서 어떤 동작을 하면서 이동을 하지 않는 것도 뒤따라 오는 커플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입니다. 일단 무용선에 들어섰으면 무조건 이동해야 합니다.

한가지 더...

밀롱가에서 춤을 추다 보면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서, 또는 누구와 인사를 하기 위해서 등등의 사유로 춤추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춤을 추는 커플과 부딪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모든 잘못은 춤을 추지 않고 어디론가 이동하다가 부딪친 사람에게 있습니다. 밀롱가에선 춤을 추는 사람이 항상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5. 땅게라를 심하게 껴안는 땅게로

밀롱가에 다니다 보면 별로 아름답지 않은 모습들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땅게로들의 심한 아브라쏘(홀드)입니다.

어떤 땅게로들은 어디에서 배워왔는지 땅게라를 한껏 끌어안고 춤을 추려고 합니다. 또 땅게라가 불편해하는 기미를 보이면, 탱고의 홀드는 이렇게 해야 하고 남녀가 완전히 밀착한 상태에서 느낌(?)을 느껴야 한다고 자뭇 훈계조로 얘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얘기입니다. 모든 홀드는 땅게라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땅게라가 좀 떨어져서 추기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줘야 하고, 또 가까이서 추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오면 그제서야 비로소 친밀한 홀드를 해도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왈츠나 폭스트로트에서 남자가 팔을 내밀어 여자를 다가오게 할 뿐 홀드의 완성은 여자의 왼손이 남자의 팔에 적당히 자리를 잡은 뒤에야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탱고를 출 때 남녀간의 거리는 여자가 결정할 문제이지 절대로 남자가 강요할 부분이 아닙니다.

따라서 땅게라는 땅게로가 자기를 너무 끌어안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왼손으로 그의 오른팔 윗부분을 잡고 약간 텐션을 주며 거리를 유지하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땅게로가 아는 척하며 탱고의 홀드 운운하면, 정중히 "이렇게 춤을 추면 안될까요?"하고 자기 의사를 알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남자하고는 다시는 춤을 추지 않으면 됩니다.

아르헨티나와 유럽에선 처음에 춤을 추는 사람과는 보통 약간의 거리를 두고 춤을 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땅게로가 리드를 잘 하고 또 마음에 들면 여자의 왼 손이 남자의 윗팔에서 어깨로, 그리고 상대가 친밀해지면 목 뒤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적 정서에선 당연히 땅게라들에게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