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과별 분석⑨] ISD(투자자국가소송제) 및 간접수용

김한주200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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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자국가소송제 도입 합의.
   - 당초 우리측 먼저 제시 → 관계부처 반대로 '수용 배제' 요구 → 포기 → 국내분쟁절차 우선적용, 간접수용에서 부동산가격안정화 정책, 과세 일반 제외 등을 요구 → 국내분쟁절차 우선적용 포기 → 결국 △부동산가격안정화정책 간접수용에서 제외 △세금부과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기로 합의
  
  2. 투자자국가소송제 관련 협상 경과
  
  1) 종합평가
  
  ○ 결과적으로 미측 BIT 2004표준안이 제시하는 ISD 기본골격 거의 그대로 합의
   - ‘간접수용’은 헌법에 없는 위헌적 조항
   - ‘국내분쟁해결절차 우선적용 배제’ 역시 사법주권 침해 소지
   -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협정문 원문을 확인해야 할 필요.
  
  2)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에 대하여
  
   -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간접수용의 예외로 기존 미 의회의 FTA표준안에 이미 규정되어 있던 공중보건, 환경, 안전에 더하여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고 한다.
  
   - 정부는 이처럼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을 간접수용의 예외에 추가하였다는 것을 근거로 마치 국가의 부동산공법과 관련된 정책 대부분이 투자자의 제소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2007. 4. 5.자 청와대브리핑).
  
   - 그러나, 이처럼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을 간접수용의 예외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부동산공법과 관련된 정책 대부분이 제소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 현행 헌법은 국가로 하여금 국토에 대한 폭넓은 규제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정된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하여 일정한 토지재산권에 제약이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토지공법의 현실이다.
  
   - 내국인 소유의 토지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더라도 내국인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법률상 보상규정이 없는 관계로 국가로부터 재산상 손실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인이나 미국 법인은 다르다. 도시계획시설지정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실은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분명하며, 도시계획시설지정은 간접수용의 예외로 정부가 애써 삽입한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 개발부담금이나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부동산개발사업으로 인하여 발생한 초과수익을 개발업자로부터 환수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미 오른 가격을 환수하는 제도이지 가격 상승을 막거나, 내리기 위한 제도가 아니므로,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투자자국가제소제가 국내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제도이며, 이를 위해 각종 규제와 제약을 과감히 철폐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한다(2007. 4. 5.자 청와대브리핑).
  
   - 만일 정부가 위와 같은 개발부담금 등을 철폐한다면, 부동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조성될 것이나, 그 혜택이 과연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인지 묻고 싶다.
  
  3) 조세에 대하여
  
   - 정부는 투자 챕터에 대한 합의 내용으로, 조세정책에 대한 별도의 부속서를 두어 세금 부과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음을 명시하였다고 한다.
  
   - 그러나, 정부가 2007. 4. 4. 발표한 '한미 FTA 분야별 최종 협상 결과'를 보아도 조세를 간접수용의 예외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 즉 투자 챕터에 대한 설명에서는 조세는 수용을 구성하지 아니함을 규정하였다고 하고 있으나, 총칙 챕터에 대한 설명에서는 조세조치가 수용에 해당될 수 있음을 전제로 투자자국가제소제가 적용됨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 물론, 이는 실제 협정 문안을 확인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일 것이다.
  
   - 그러나, 협상의 기초가 된 FTA표준안 투자 챕터 21조 2항에 의하면, 투자자가 "과세조치에 수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고, 정부가 발표한 총칙 챕터는 FTA표준안 투자 챕터 21조를 풀어서 설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실제 협정안에서 21조가 변경된 것인지(즉 조세를 간접수용의 예외로 규정한 것인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ISD관련 정부주장에 대한 반박
  
  1. 정부의 투자자-국가 제소제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제도"이고 "이에 반대하면 세계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진국들은 1995년부터 4년간이나 이 제도를 OECD 모델로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당시 한국 정부가 OECD에 제출한 공식적인 입장은 국가의 개별적 동의가 있을 때만 이 제도를 외국인 투자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한미 FTA에 들어간 투자자-국가 제소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반대했던 것이다.
  
   - 한국 정부는 2003년 8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제출한 초안에서도 투자자-국가제소제의 도입을 반대하며 국가 대 국가 차원의 해결기구만 두자고 했다. 청와대의 주장대로라면, 한국 정부는 OECD와 WTO에서 연거푸 세계화를 반대한 셈이다.
  
   - 투자자-국가 제소제는 아직까지도 OECD와 WTO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호주 FTA, 호주-싱가포르 FTA에서 이 제도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연합) FTA, 유럽연합(EU)-멕시코 FTA에서도 이 제도는 없다.
  
   - 한국 정부처럼 양자 간 투자협정(BIT) 하의 투자자-국가 제소제를 FTA의 투자자-국가 제소제와 같은 것인 양 비교해서는 안 된다. 현행 헌법질서 하에서 한국은 중국이나 EU와의 FTA 협상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하지 말자고 요구해야 한다.
  
  2. 정부가 협정문에 명기했다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 등 우리의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은 원칙적으로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실제 소송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나?
  
   - 미국은 자국의 수용법 판례에 맞춰,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할 때부터 직접 수용(direct expropriation)과 간접 수용(indirect expropriation)의 개념을 별도로 정의했다.
  
   - 직접 수용에는 국유화(nationalization), 즉 사유 재산의 공식적인 소유권 양도나 명백한 몰수 등이 해당한다. 간접 수용은 이런 직접적인 수용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이와 동등한 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 또한 미국은 미-싱가포르 FTA에서부터, 국가가 국민 건강(public health), 안전(safety), 환경(environment)을 위한 적법한 공공복지 목적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비차별적으로 시행할 경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except in rare circumstances)',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부속서를 두었다. 미국은 이런 내용을 미-호주 FTA, 미-칠레 FTA, 미-페루 FTA 등에서 관철시켜 왔으며, 한미 FTA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한국 정부는 한미 FTA에서는 이 부속서에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 등 우리의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을 추가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문구나마 추가된 것은 일부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 한국의 승소를 보장하는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 첫째, 한국의 광범위한 국토 정책, 즉 그린벨트를 포함한 토지 계획이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에 해당된다고 인정받기 어렵다.
  
   - 둘째, 이 조문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부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이 차별적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판례는 '사실상의(de facto) 차별', 즉 서로 다른 경쟁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도 차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의 마이어스(Myers) 사건에서도 캐나다 정부는 환경 호르몬 물질(PCB) 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적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프타 중재인단은 이 조치로 인해 나타난 실제적인 효과를 따졌을 때 미국 기업과 캐나다 기업 사이의 이익이 서로 균형이 맞지 않는 결과가 발생했으므로 이 조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런 판례로 볼 때, 한국이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을 차별 없이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효과가 차별적이라고 미국인 투자자가 주장할 때는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만 한다.
  
   - 셋째,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라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특정 부동산 정책이 예외에 해당하면 아예 위 조문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한국 정부는 이런 예외 상황에 대해 '극히 엄격하거나 비례성이 없는 경우(extremely severe and disproportionate)'라는 주석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 여기서 비례성이란 정부가 어떤 정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공의 목적에 필요한 만큼의 규제를 의미한다. 한국은 국토가 좁은 특수성 때문에 광범위한 토지 규제 정책이 존재하고, 헌법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영미법의 국제법적인 관점에서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지닌 이런 특수성을 고려되지 않고 오히려 비례성이 없는 과잉 규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3. 정부는 부동산 정책은 원칙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는데?
  
   - 한미 FTA에 투자자-국가 제소제가 도입된 이상, 미국인 투자자의 제소를 막을 수는 없다. '수용'은 제소의 여러 가지 사유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므로, 미국인 투자자는 수용이 아닌 다른 사유로도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 그렇다고 수용을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의 특정 부동산 정책이 수용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국제중재기관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제소 당한 다음 단계의 문제이다.
  
   - 부동산 정책은 '아예 제소의 대상(subject)이 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더라도 제소 자체를 막을 수 없는데, 하물며 단지 '해석상 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었다고 해서 제소를 막을 수는 없다.
  
  4.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할 수 있나 없나?
  
   - 미국인 투자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 제소제를 이용해 한국의 부동산 정책을 제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 미국인 투자자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투자의 설립, 인수, 확장, 경영, 영업, 운영 및 판매 등에서 한국인 혹은 제3국인에 비해 차별을 당했다고 판단할 때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 또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 '완전한 보호 및 안전(full protection and security)', 국제관습법 상 외국인에게 제공돼야 할 '최소대우 기준(minimum standard)'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투자 이익이나 배당금, 투자 부동산 매각 대금의 자유롭고 지체 없는 송금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 또한 미국인 투자자는 투자 자산이 보상 없는 수용(expropriation)을 당했다는 이유로도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누구도 이를 막지 못한다.
  
  5. 정부는 "과세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음"을 명시했다는데?
  
   -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과세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아니한다(the imposition of taxes does not generally constitute expropriation)"라는 조항은 한-싱가포르 FTA에도 들어가 있는 규정이다(주석 21-1). 정부는 한미 FTA에서는 이 주석을 별도의 부속서 형식으로 두기로 했다.
  
   - 그런데 이 규정은 과세 조치가 수용을 구성하는지 여부를 평가할 때 고려사항들(considerations)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 조항을 놓고 '모든 과세 조치는 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법률가가 있다면, 그 실력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 우선 이 조항은 '일반적 차원'에서 과세가 수용이 아니라는 것일 뿐, 구체적이고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과세의 경우는 다르다.
  
   - 또한 이 조항에서 사용한 'do not'은 'shall not'보다 훨씬 구속력이 약한 개념이다. 한국 정부가 이 조항이 넣었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말한다면, 이는 미국 변호사들의 실력을 매우 우습게 아는 것이다.
  
   - 이들 변호사가 지목할 진짜 핵심은 '투자자가 스스로 수용이라고 판단한 과세 조치를 국제중재에 회부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열려 있다'는 것이다.
  
  6. 외환위기가 재발할 염려가 있어 달러 송금에 대한 긴급 제한조치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인 투자자는 제소를 할 수 있는가?
  
   - 정부는 한미 FTA에서 임시 송금제한조치(임시 세이프가드)를 확보했다고만 발표했고, 그 구체적인 인정 요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히지 않았다. 또, 정부는 이 임시 송금제한조치가 아예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인지, 아니면 원칙적인 적법성을 인정받는 데 그친 것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 분명한 점은 한미 FTA에는 투자자의 송금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으므로,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의 달러 유출 긴급 제한조치가 한미 FTA의 송금 자유 보장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소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 한국이 제소 당한다면 두 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만약 한국의 임시 송금제한조치가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됐다면, 투자자는 자신이 문제 삼은 한국의 송금제한조치가 적법성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투자자는 패소한다. 반면 한국이 확보한 임시 송금제한조치가 단지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면, 한국은 해당 조치가 적법성을 갖췄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한국이 패소한다.
  
   - 미-싱가포르 FTA에서는 임시 송금제한조치가 발동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야 투자자가 국가를 제소할 수 있다.
  
   - 그런데 싱가포르는 세이프가드가 실질적으로 송금을 방해하지 않은 경우에는 설령 해당 조치가 세이프가드 발동일로부터 1년 내에 투자자에게 어떤 손실을 끼치더라도 싱가포르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조항을 넣었다. 즉, 투자자-국가 제소의 대상(subject)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부속서 15A).
  
   - 싱가포르는 또 세이프가드가 투기자본의 '이동을 실질적으로 방해한 경우에도' 이 투기자본의 손실을 '전부 다' 보상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가 지불해야 할 보상금에서는 투기자본이 싱가포르에서 번 돈이 일부 제외된다.
  
   - 또 싱가포르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되지 않았다면 투기자본이 다른 곳에 투자해 벌 수 있었던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보상할 필요가 없다는 조항도 넣었다. 나아가, 싱가포르는 보상을 할 때 싱가포르 달러를 사용할 수 있다.
  
   - 한미 FTA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이 문제가 어떻게 조문화됐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일단 정부가 '사상 최초로 미국으로부터 단기 세이프가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홍보하는 데에만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싱가포르의 사례에 비춰 볼 때 과장된 것이다.
  
   - 분명한 것은 한국이 외환위기 재발을 막고자 달러 유출에 대한 긴급 제한조치를 취할 경우, 이 조치는 투자자-국가 제소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