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의 본질 - 누구를 위한 FTA인가

이길선200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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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의 본질 - 누구를 위한 FTA인가

 

 

노동자, 농민 다 죽이고 서민경제 파괴하는 한미FTA는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민주택시노조의 조합원이자 민주노동당의 당원이셨던 故 허세욱 동지께서 분신을 통해 온몸으로 막고자 하셨던 한미FTA는 소수의 특권 부유층들과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평범한 대중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협정이다.

 

노무현 정부는 "외부 충격을 통한 구조조정"을 말하면서 "한미FTA를 사회 양극화 해소의 기회"로 삼겠다고 한다. 정부와 주류언론들이 호도하고 있는 한미 FTA의 국익은 자본의 이익인 동시에 평범한 서민들의 삶에는 재앙적인 것이다.

 

IMF 이후, '경쟁력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라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빈곤 계층이 늘어나 사회 양극화가 확대되었다. 노무현과 기업인들이 추구하는 이윤 논리에 지배되는 한미FTA는 결국 자본의 자유를 위해 대다수 국민들을 희생시키려 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한미FTA

 

현재 전체 1400만 노동자 중에 850만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다.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 문제의 해답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친 양질의 일자리 확충에 있다며 한미FTA가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한미FTA로 서비스업 등이 확장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1994~2002년에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도 2천1백9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고, 그 중 1천6백만 개 이상이 서비스 일자리였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멕시코는 1993년부터 2000년까지 GDP는 44.5% 성장했지만 노동비용은 30%, 실질임금은 7.9% 감소했다]

 

그러나 이 일자리는 '양질'이기는 커녕 주로 식당종업원, 경비원, 파출부, 노인부양인 등 저임금 직종이었다. 최근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확대 시행령을 통해 파견 허용 업종을 늘리고 '기간제'로 2년 이상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예외 직종을 늘린 것을 통해서도 저들이 말하는 구조조정이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한 '자본의 이윤 창출'에만 몰두해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한미FTA의 본질은 '손익 계산을 따져서 우리의 이익을 관철'했다는 정부가 말하는 이익이 '누구의 이익'이냐 에 있다. 물론 그것은 앞서 밝히고 있듯 자본의 이익이다.

 

 

기업 이윤 위해 환경정책 포기하는 한미FTA

 

한국 협상단은 막바지 협상을 통해 미국시장에서의 자동차 관세의 일부 조기 철폐를 받아내기 위해 배기량 기준 세제 완화와 대형차 특별소비세 완화를 내주었고, 섬유 수출관세를 일부 줄이는 대신에 한국의 유전자조작식품(GMO) 규제를 완전히 철폐했다. 또한 협상 타결을 위해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을 허가해 식품 안전이 위협받게 되었다.

 

먼저 배기량 기준 세제 완화와 대형차 특별소비세 완화는 포드나 GM, 현대에게는 대형차를 많이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양국 국민들에게는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이고 환경정책의 포기이다. 이것을 구호로 정리하면 "자동차 기업 이익 위해 독가스 더 마시고 지구온난화 감수하자" 결국 자동차 기업은 더 많은 차를 팔고 부유층은 세금이 줄어들지만, 서민들은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줄어든 세금 4천억 원을 메워야 한다는 게 바로 한미FTA 이후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를 통해 농업과 의약품 등에서는 일부 피해가 있겠지만 자동차나 섬유 산업에서의 이익이 크므로 결국 국가 전체의 이익이라고 말한다. 앞서 밝혔듯 자동차 기업의 이익은 환경정책의 포기이자 서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형태로 나타난다. 정부의 말처럼 기업 이윤의 총합이 '국익'이라면 노동자, 민중들이 앞으로 겪게 될 불이익과 피해는 그들의 계산에서 완전히 빠져 있는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 조작 식품을

우리 밥상 위로 들이미는 한미FTA

 

어떻게든 협상을 타결하려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가하고 섬유의 관세 철폐를 위해 유전자 조작 식품(GMO)의 규제를 완화한 것만 보아도 이 정부의 '국익' 계산에 우리들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안중에도 없었는지 여실히 들어난다. 평범한 사람들은 값싼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먹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부유층은 안전하게 값비싼 한우를 먹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학교, 작업장, 군대 등에서 대량 급식되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피할 도리가 없다.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의 수입 검역 절차 완화를 더 살펴보면 국내의 대형 식품, 수입, 유통, 제약 업체들의 이윤은 늘어날 것이지만 우리의 건강은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다.(한 실험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 콩을 사료로 먹인 쥐의 사산율은 56%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한미FTA의 수혜자와 피해자의 차이는 분명하다.

 

한미FTA가 얼마나 우리의 식탁 안전을 위협하는지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유전자 조작 식품 규제 완화를 통해 본 바와 같다. 게다가 한미FTA는 약값을 대폭 인상시켜 평범한 사람들의 부담을 늘릴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제약업체가 만든 '아모디핀'이라는 고혈압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노바스크'를 약간 변형시켜 만든 개량 신약이다. 아모디핀의 약값은 노바스크의 75% 정도여서 환자들은 비교적 싼 값에 약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미FTA 타결로 특허-허가 연계 등이 도입되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신약을 베낀 복제약이나 유사한 개량 신약의 판매를 오랫동안 늦출 수 있다. 그러는 동안 환자들은 더 비싼 약을 사먹어야 한다. 결국 1년에 1조원 이상의 약값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공공요금 인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할 한미FTA

 

한미FTA가 실제 평범한 대중들의 삶에 재앙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물, 전기, 가스, 교통 등과 같은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들의 가격을 대폭 올릴 것이라는 데에 있다. 왜냐하면 한미FTA는 공기업도 민간기업처럼 '상업적 고려'에 따라 활동해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업적 고려'란 공기업이 정부의 공적 정책에 따라서가 아니라 경제적 이득을 노린 거래 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 즉 공기업에 대한 상업적 운영 원칙을 적용해 공공서비스가 사회적 기본권이라는 원칙을 포기하여 공공요금 폭등의 디딤돌을 놓은 것이다.

 

이제 한미FTA가 얼마나 대중들의 삶을 황폐화시킬 것인지 대략적 정리가 되었을 것이다. 대충 정리해보면 비정규직 양산,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 조작 식품 수입, 의약품 가격 인상, 물, 전기, 가스, 교통 등 공공서비스 인상까지. 여기서 한가지 더 살펴보아야 할 것은 바로 그렇게도 말이 많았던 '투자자-국가 소송(ISD)제도'이다.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것은 모든 공공 정책을 기업의 제소 대상으로 삼아 기업에 대한 규제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무자비한 시장 논리를 거스르는 규제와 공공서비스를 모두 파괴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 토지 공개념' 제도나 '1가구 1주택 법제화'가 제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비정규직을 실질적으로 정규직화하는 법률이나 환경 보호를 위한 정책, 건강보험의 공공성을 확대해 무상의료를 시작하는 것 등도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정돼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사실상 공공 정책에 대한 '기업의 거부권'을 주는 것으로 사회의 진보적 개혁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한미FTA는 반민중적인 협정이고 사회 양극화를 확대, 강화하는 협정이다. 무엇을 위해? 그것은 끊임없이 밝힌 바와 같이 시장논리에 따라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된 자본과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에 최소 연 1조원 이상의 돈을 퍼주는 대신 그 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석유업체에 대한 환경정책을 포기하고, 모든 공공 정책을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의 대상으로 삼아 기업에 대한 규제를 포기했다. 금융 세이프가드를 풀어 금융, 투기자본에 대한 통제권한을 포기하고 자동차 기업과 거대 농축산 기업을 위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포기했다. 재벌에 대한 경쟁조항은 목숨을 걸고 지키고 공공서비스가 사회적 기본권이라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도 노무현은 지킬 것은 지켰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무현이 지킨 것은 현대와 포드, GS와 칼텍스, 스탠다드차터드 은행과 삼성생명의 이익이다. 간단히 말해 이 정부가 말하는 '국익'을 기업의 이익, 자본의 이익으로 바꾸어 놓으면 지킬 것은 모두 지켰다.

 

다만 포기한 것은 노동자와 평범한 서민의 사회적 기본권일 뿐이다.

 

한미FTA가 지난 4월 2일 타결되기는 하였지만, 아직 6월의 정부간 체결과 9월 국회 비준의 과정이 남아있다. 운동은 한미FTA의 반민중적 성격과 서민 대중들이 입게 될 피해를 적극 폭로하여 더욱 광범위한 대중들의 공동 행동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는 6월 24일 한미FTA 저지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 한미FTA 반대 운동에 제기되는 두 가지 문제

 


1. 개방만이 살 길인가? 한미FTA 반대는 쇄국론인가?

 

노무현 정부는 '개방만이 살 길'이라며 한미FTA 체결 추진을 정당화한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것은 개방에 반대하는 것이고 곧 '쇄국'이라는 것이다. 황당한 주장이다.

 

한미FTA를 체결하지 않더라도 한국은 세계시장에 충분히 개방되어 있다. 미국 케이토(CATO) 연구소는 2003년에 한국의 경제개방도가 1백23국 가운데 일본, 노르웨이와 같은 26위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율도 40%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론스타가 무려 4조 5천억원의 차익을 얻기 직전이고, 뉴브리지캐피탈은 제일은행 매각으로 1조 1천5백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떠나는 등 자본시장도 개방돼있다)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70%로 OECD 평균 대외의존도(국민총생산 대비 수출, 수입량) 50%보다 높은 편이다. 반면 일본은 22%에 불과하다

 

한미FTA 반대 운동이 쇄국론이라는 주장은 완전한 흑색선전이다. 반대 운동 진영의 일부가 한미FTA 자체가 아니라 졸속성이나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것이나, 또 다른 일부가 동아시아 경제블록 등을 구상하며 한중FTA 우선체결을 주장하는 것만 봐도 반대 운동 진영이 쇄국을 지지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우리는 세계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 아니라 대중의 삶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적 기업 세계화에 반대한다.

 

 

2. 한미FTA가 소비자의 이익이라는 거짓말

 

노무현 정부와 우파 언론들은 한미FTA로 수출 확대와 함께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선전한다. 시장 개방과 관세 인하로 자동차나 쇠고기, 농산물을 싸게 살수 있다는 것이다.(이는 사람들을 한미FTA 지지로 이끌어내려는 얄팍한 수작이다)

 

물론 자동차나 농산물 등 몇몇 상품은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미FTA 의약품 협상 결과로 약값이 오르면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해져 건강보험료가 오르고 사람들은 사보험에 더 많이 의지해야 할 것이다. 공공 서비스에서 '상업적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 요금도 오르고, 교육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교육비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서비스 가격 인상은 일부 상품들의 가격 인하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멕시코의 주식인 '또르띠야'의 가격은 원료인 옥수수 가격이 70%나 떨어졌는데도 오히려 50% 이상 상승했다. 옥수수의 유통을 독점한 미국계 초국적 유통업자들이 담합해 가격을 올린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농산물이 싸지는 것은 광우병 위험이나 유전자조작식품의 수입 규제 완화에서 보듯이 식품 검역을 완화해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인데, 이런 위험은 후생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되지 않는다.

 

세금 감면도 평범한 사람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줄어드는 세금을 어디선가 메워야 하는데, 이는 결국 '소비자'들이 내야 한다.

 

특히, 소비자 후생이 커진다는 주장은 한미FTA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대중이 겪을 피해를 쏙 빼놓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소비자들은 생산자이기도 하다. 생산자로서 수입을 얻지 못하면 소비할 수 없다. 또한 농업 구조조정으로 많은 농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이는 비정규직화의 핑계로 이용될 것이고 임금 삭감 압력도 커질 것이다. 결국 소득이 줄어들면 상품이 싸지더라도 별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