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르면 남대문이 보이고 짐 가방을 든 동식(조해원)이 서울역 앞을 두리번거린다. 소매치기를 목격한 동식. 순진하게 정의감을 발휘하려다 졸지에 여비마저 털리고 만다.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여~.” <지옥화>는 상경한 시골 청년 동식의 서울 체험기다. 전쟁을 갓 벗어난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은 정신없이 서울 문화의 세례를 받는다. 연락 두절된 형을 찾아 상경한 동식은 이제 이 낯선 세상에서 유혹을 받고, 사랑의 감정을 배우며, 좌절도 배우고 마침내 ‘성장’한다. 무표정한 인파, 거리를 메운 차들, 영어 간판이 걸려 있는 ‘빠-’와 미군들 그리고 ‘양공주’들.
“미국 사람하고도 살 수 없고, 우리 동족끼리도 살 수 없고. 그럼 우린 대체 무슨 족속이우?” “무슨 족속? 양부인이란 족속이지 뭐야?”
이 지면에서 소개한 바 있는 <어느 여대생의 고백>이 당대의 여자 대학생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반영한 작품이었다면, <지옥화>는 전후 한국사회에서 미군을 상대하던 여성들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이’, ‘헬로’로 인사를 건네며 서양식 파티 복장과 세련된 파마머리를 한 쏘냐(최은희)는 미국식 선진 문화의 세례를 받은 현대 여성이자 민족의 치부를 체화한 ‘양갈보’로 재현된다. 동식과 영식 두 형제를 한꺼번에 사로잡는 쏘냐의 매력은 실은 스크린 너머 관객을 향한 것이었으며, 서슴없이 배반을 감행하는 그녀를 향한 배신감 역시 관객의 몫이었으리라. 동식은 결국 시골로 돌아가지만 그것은 어쩌면 속마음을 들킨 수줍음에 내뱉은 빈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범죄영화] 지옥화
<지옥화>
감독 신상옥 | 출연 최은희, 조해원, 김학 | 개봉연도 1958년 | 상영시간 86분
막이 오르면 남대문이 보이고 짐 가방을 든 동식(조해원)이 서울역 앞을 두리번거린다. 소매치기를 목격한 동식. 순진하게 정의감을 발휘하려다 졸지에 여비마저 털리고 만다.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여~.” <지옥화>는 상경한 시골 청년 동식의 서울 체험기다. 전쟁을 갓 벗어난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은 정신없이 서울 문화의 세례를 받는다. 연락 두절된 형을 찾아 상경한 동식은 이제 이 낯선 세상에서 유혹을 받고, 사랑의 감정을 배우며, 좌절도 배우고 마침내 ‘성장’한다. 무표정한 인파, 거리를 메운 차들, 영어 간판이 걸려 있는 ‘빠-’와 미군들 그리고 ‘양공주’들.
“미국 사람하고도 살 수 없고, 우리 동족끼리도 살 수 없고. 그럼 우린 대체 무슨 족속이우?” “무슨 족속? 양부인이란 족속이지 뭐야?”
이 지면에서 소개한 바 있는 <어느 여대생의 고백>이 당대의 여자 대학생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반영한 작품이었다면, <지옥화>는 전후 한국사회에서 미군을 상대하던 여성들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이’, ‘헬로’로 인사를 건네며 서양식 파티 복장과 세련된 파마머리를 한 쏘냐(최은희)는 미국식 선진 문화의 세례를 받은 현대 여성이자 민족의 치부를 체화한 ‘양갈보’로 재현된다. 동식과 영식 두 형제를 한꺼번에 사로잡는 쏘냐의 매력은 실은 스크린 너머 관객을 향한 것이었으며, 서슴없이 배반을 감행하는 그녀를 향한 배신감 역시 관객의 몫이었으리라. 동식은 결국 시골로 돌아가지만 그것은 어쩌면 속마음을 들킨 수줍음에 내뱉은 빈말이었을지도 모른다.
(5월20일(일)까지 www.kmdb.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한상/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램 담당
(넥스트플러스 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