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병의 눈물

노지선200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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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병의 눈물

이번 드림매치를 주관 했던 한 사람입니다. 정말 간만에 피지알에 하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좀 색다른 e스포츠 행사가 있었습니다. 소외받는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자선 매치 형식을 빌어, 임요환 - 마재윤 선수가 많은 수고를 해줬습니다. 도너스캠프는 기업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설립된 CJ의 사회사업 단체 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의 꿈을 지켜주고자는 취지로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청계광장이란 에서 일반 시민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그간의 다른 e스포츠 행사와는 의미가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대중적 관심과 이해를 구할 수 있었고, 라고 생각했던 e스포츠를 통해,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눌수 있어 더욱 뜻 깊었다고 생각됩니다.

애초 이번 행사는 CJ가 기획한 것도 아니고 슈퍼파이트 제작진이 생각한 행사도 아닙니다. 공군 기획 홍보처가 군도 무언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각 기업이 운영하는 사회사업단체에 공문을 보냈고. 이중 CJ에서 화답을 보냈다고 합니다. 결국 양측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를 활용해 행사를 치르게 된 것입니다.

배경은 이쯤 설명을 드리고, 오늘 경기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이 무거워 졌습니다. 임요환 일병 때문입니다. 주절 주절 변명이라도 늘어 놓지 않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행사 끝까지 나름 밝은 모습을 유지하던 임요환 일병은 사실 무대뒤로 돌아가 남몰래 많이 울었습니다. 물론 그런 모습을 봤던 관계자는 극소수입니다. 기자들도 기자회견을 취소했습니다.

임 일병 속이 많이 상했을 겁니다.
현존 최고 기량으로 평가받는 마본좌에게 또다시 무기력하게 져버려서? 물론 그런 이유도 없지 않을 듯 싶습니다만, 사실 그간 임일병의 성향으로 보면 이런 경우 '이를 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서럽게 울 정도는 아니란 것이죠. 게다가 이번 경기는 어차피 부담을 최소화한 자선 매치 였고, 승패 보다는 행사의 취지가 앞선 케이스였습니다.

9년간 e스포츠 판을 지켜봤던 관계자 입장에서 본 임요환은 최연성, 이윤열, 마재윤 의 천재형 프로게이머는 결코 아닙니다.(이들 선수가 연습을 안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단지 뭐랄까 이들 선수들을 바라보면 "정말 천재다"란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임 선수를 키운 김양중, 주훈 두 감독의 말을 빌어도 "연습이 많이 필요한 형' 입니다. 실제 임 선수는 대회전 충분한 연습과 확실한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상당히 불안해 하곤합니다.다. 그래서 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핀잔을 듣기 일수지만 당사자는 끊임없이 를 되뇌이곤 합니다.

오늘 임요환 선수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보입니다. 한가지는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과 (누가뭐래도 임요환은 e스포츠계의 개척자라고 생각합니다)가 겪어야하는 외로움이 가장 컸다고 느껴집니다.

임선수가 군입대전 일입니다. 당시 임 선수의 군 면제 특혜부터 많은 논란이 일고 있을때 였습니다. 임선수는   (아시다시피 이 발언은 한겨례신문에 보도 되기도 했습니다)

군에가서 게임을 하는 주제에, 정상적인 군생활 운운은? 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겁니다. 물론 어떤면에서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 하지만 임선수는 프로게이머 입니다. 프로야구 선수 축구 선수가 자기 특기를 살려 병영에서도 선수 생활을 하거나 연예인이 군에서 연예사병을 하면 로 분류하는 지 묻고 싶습니다. 나름 힘든 병영생활을 하고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임선수는 국내 최대 팬을 보유한 프로게임계의 스타입니다. 우린 이런 스타를 늘 이용합니다. 냉정하게 말해 공군과 CJ나눔재단도 그런 임선수를 한 셈입니다. 개척자이기에 거부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닙니다. 나서야합니다.

가장 인지도 있고 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를 내세워 이벤트 전도 열고 오늘 같은 자선 행사도 갖습니다.  팬들에게 좋은 이슈거리를 제공하고, 또 관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가 스타기 때문입니다. 이숭엽이 그랬고 박지성 등이 그렇듯이, 참 힘든 위치 입니다.

그런데 임요환은 참 오랜 기간 이 위치에 서 왔습니다. 보통의 프로게이머라면 정말이지 100번은 떼려치웠을 중압감을 벌써 몇년째 느껴오는지 모릅니다. 날고 긴다는 신인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몇번을 했지만 아직 임요환은 현역으로 머물고 있습니다.
그 답답한 연습 우선주의가 한번도 흔들림없이 계속 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내일모레면 서른입니다. 본인 말마따라 "요즘애들 손놀림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이겨보려 안간힘을 씁니다. 그래선지 는 임요환이 잊을만 하면 한번씩 결승무대에 올라 깜짝쇼를 벌이기도 합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공군팀의 스케즐은 살인적입니다. 자체 위문 경기를 비롯해 일반병들이 하는 생활에 프로게이머로서의 연습, 경기 일정까지 모두 소화해야 합니다. 엄살쟁이 임선수 입에서 나온 는 혼잣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판국에 경기 한번 하려면 왕복 6시간의 장거리 여행을 해야하니(공군팀은 대전에 있습니다) 본인 입장는 속이 타들어갈 겁니다.

그래도 개척자이기에 나와야 했습니다. 행사 취지를 봐도 꼭 나가 도움이 되고 싶었고. 자신을 선발해 팀을 운영하는 공군을 위해서도 나와야 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 이기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나름 최선을 다한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서러웠고, 기업팀에서 비해 턱없이 열악한 연습 환경도 답답했을 겁니다. 게다가 외로웠을 겁니다.

최고령 프로게이머로 단 한번의 한눈도 팔지 않았습니다. 오직 게임만 생각했고 일반인이라면 벌써 수만번은 GG를 쳤을 지긋지긋한 게임을 하루 열몇시간씩 근 10년을 해왔습니다. 현존 최강으로 통하는 마재윤과 싸워 패배한 임요환은 는 냉정한 팬들의 시각을 누구 보다 잘 알면서도 고 철떡같이 믿고 있는 중병의 환자입니다.

많은 프로게임 관계자가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압도적으로) 임요환을 거론합니다. 가까이 지켜봐왔기 때문입니다.
오늘 다시금 임요환이 최고라고 느꼈습니다. 무시무시한 마재윤의 포스에도 불구하고 노병의 무게감은 경외심마저 불러일으켰습니다. 저런 열정이 오늘의 임요환을 만들었다 생각됩니다.

가득이나 힘든 시기, 더 외롭고 힘들게 만든 장본인 중에 한 사람으로 임요환 선수에게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임선수의 눈물 덕분에 오늘 많은 분들이 어려운 아이들의 현실을 다시금 되돌아 봤고, 이들을 후원하겠다고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오늘 고생한 마재윤 임요환 두 선수와 서지수 선수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리고, 특별히 군생활중인 임선수에게는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흘린 눈물은 언젠가 가까운 시일내에 을 증명할 좋은 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부디 건강히, 열심히 군생활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GR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