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세상.. 어렸을 때부터 뉴스랑 시사고발 프로

신보경2007.05.10
조회1,867
무서운 세상..   어렸을 때부터 뉴스랑 시사고발 프로
무서운 세상..

 

어렸을 때부터 뉴스랑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꼭 챙겨봤다.

습관처럼 지금도 화요일엔 PD 수첩, 수요일엔 뉴스추적이랑 추적 60분, 금요일엔 세븐데이즈, 토요일엔 그것이 알고싶다, 일요일엔 시사매거진 2580...

매일매일 뉴스랑 시사투나잇은 기본...

수동적인 시청자에서 능동적인 기자나 피디를 꿈꾸며 방송사 지원도 했을 정도였으니까..ㅋ

 

그러던 내가 얼마 전 뉴스를 보다 TV를 꺼버린 적이 있었다.

9시에 시작한 뉴스의 보도는 거의 끝날 때가 다 되어도 온통 사건, 사고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왠만한 피비린내나는 영화에도 꿈쩍하지 않는 내가 더이상 보기 힘들 정도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야말로 "우울한 세계"였다.

대기업 회장의 폭행사건, 우울증에 걸린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두 건의 사건, 각종 강도, 상해, 교통사고, 저 멀리 중동에서 벌어진 테러사건과 정치권의 티겨태격 말싸움 등등... 단 한 건의 밝은 뉴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예전 호주에 있었을 때도 호주 뉴스랑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잘 챙겨봤었다. 개버릇 남 줄 수 없어서..ㅋ

Peter 아저씨와 Susan 아주머니 가족과의 맛난 저녁 식사를 마치면 어김없이 난 TV 앞으로 갔다.

어느 날이었다. 난 발리 테러 사건 애도 기념 특집 방송을 보고 있었다. 5살 꼬마 Melody가 내 옆에 같이 있었다. 그래 너도 니 나라 국민들이 겪은 큰 사건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 

그런데 갑자기 Peter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너무나도 정중히 다른 채널로 돌려달라 하는 것이었다. 저 아저씨 왜저래 속으로 생각하며 뉴스로 채널을 바꾸었다. 하지만 아저씨의 요청은 끝나지 않았다.

밍밍한 Australian Idol이 나오자 그제서야 아저씨는 안심한 듯 나에게 멋쩍은 미소로 "아이들에겐 뉴스 자체가 가장 심한 폭력이다." 말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애들도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지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모르고 어찌 제대로 클까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밤 방송된 뉴스 추적을 보며  다시 한번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야말로 제일 험하고 무서운 곳이구나 깨닫는다. 그곳이 여기든 외국이든 말이다.

범죄와 각종 사건, 사고로 얼룩진 이곳에서 온전히 하루를 무사히 보낸 내가 기특하고 신에게 감사할 뿐이다.

그러면서 생각해본다.

사람들이 뉴스와 각종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음... "온갖 부정적인 일로 가득한 세상에서 오늘 나는 그래도 손해보지는 않았구나.. 그래 수고했다!" 자기위안을 삼으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내일도 오늘처럼 TV에 나올법한 무시무시한 일들이 나와 우리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만큼은 살짝 빗겨나가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