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무슨 이유에선가 집에서 엔터톡이 들어가지지 않아 본의 아니게 업로드가 늦어졌습니다. 저희 집만 이런 건지 아니면 다른 분들도 그러셨는지... 모쪼록 즐겁게 보시고 출판된 공대사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리뷰도 많이 남겨주세요 ========================== 월요일 연습시간. 드디어 특훈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마음에 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기분 같아선 당장이라도 민아에게 다가가 =shall we dance?= 를 청하고 싶었지만 자연스러운 진행을 위해 일단은 참기로 했다. 댄서킴 - 음.... 주말동안 많이 연습했나 보네요? 동작이 아주 좋아졌어요. 기억 -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댄서킴 - 그 정도면 손동작도 훌륭하고... 이쯤해서 파트너랑 다시 한 번 맞춰보죠. 댄서윤~ 민아씨 잠깐만 빌려줘요. 예상대로 내 동작을 본 댄서킴은 곧장 민아와의 합동연습을 제안했다. 민아 - 괜찮겠어? 나중에 따로 있을 때 맞춰보는 게... 기억 - 걱정 마. 주말동안 죽어라 연습했으니까... 주말사이에 환골탈태한 내 실력을 모르는 민아는 아무래도 불안한지 나를 말리려 했지만 오히려 내겐 사람들이 지켜보는 지금이 최적의 기회였다. 댄서킴 - 뮤직 온~. =딴 딴 딴 따단~ 딴 딴= 전주가 흘러나오는 동안 난 머릿속으로 가볍게 스텝을 체크했다. 캐드 도면만큼이나 깨끗하게 떠오르는 동선. 긴장할 건 아무것도 없다. 기억 - ...... 간다. 민아 - 아, 응. 앞으로 갈 땐 살짝 밀듯이. 물러설 땐 가볍게 당겨주고, 체크하는 사이 턴할 수 있게 공간 확보. 부드럽게 받아서 다시 밀어주고 자신 있게 팬을 펼쳐준다. 포~원에서 다시 끌어당기고 턴, 자연스럽게 다시 거리를 맞춘 뒤.... 특훈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솔직히 자신만만하게 나서면서도 한편으론 한나와 출 때만 잘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민아와 호흡을 맞추면서 그런 불안은 깨끗이 날아갔다. 춤을 리드하는 감각이라거나 역동적으로 흐르듯 움직이는 느낌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단 이틀 사이에 이정도면 대장균이 용 된 거다. 기억 - .......음? 민아 - 앗... 다음 순간, 민아와 내 스텝이 미묘하게 엉켰다. 너무 여유 있어서 딴생각을 하다보니 실수를 했나보다. 자자, 정신차리자! 정신! 금방 페이스를 회복한 난 한나가 짚어줬던 핵심 포인트들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순조롭게 춤을 이어갔다. 연출 - 이야~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것 같은데? 회계 - 주말동안 입산수련이라도 하고 온 거야? 완전 딴사람이네. 박군 - 으아~ 기억이 멋있다! 모양 제대로 나오네! 춤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에선 사람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긴 하지만 간만에 어깨에 힘들어 갈 일이 생기니 목이 뻐근할 지경이다. 사실 한나와 출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모양새가 영 안 나오는 것 같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댄서킴 - 오~ 거의 완벽한데요? 중간에 살짝 엉키긴 했지만 그 정도야 금방 고치겠죠. 자, 한 번 더 갑시다. 아까 그 부분 조금 더 신경 쓰면서, 레디? 간만에 표정이 활짝 편 댄서킴. 이제 더 이상 배역 가지고 운운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의 반응에 사기충천한 난 기본 스텝에 약간의 기교를 더 넣어 보였다. 마음만 같으면 한나와 출 때처럼 무아지경 댄스를 선보이고 싶지만 그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댄서킴 - 어유, 언제 저런 것까지? 연출 - 오오~ 갈수록 일취월장인데? 아~ 정말 이정도로 놀라면 곤란한데.... 한 번 제대로 춰줘야 하나? 이정도의 기교는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조금 더 페이스를 올려볼 까 고심하던 도중 좀 전에 작은 미스가 있었던 부분이 다시 돌아왔다. 아까 스텝을 잘못 딛었었나? 스텝을 조금 더 오른쪽에 딛고 거리를 맞추면.... 그렇게 생각하고 스텝을 길게 딛는 순간 턴을 하던 그녀의 오른발이 내 발목에 걸렸다. 민아 - 꺄앗?! 기억 - 으츠츠츠!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그녀를 간신히 부축한 나. 어라..... 어디가 잘못 된 거지? 분명 스텝을 맞게 딛었는데도 발목이 걸릴 정도라면 동작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난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동선을 재구성해봤지만 이렇다할 문제점은 없는 듯 했다. 연출 - 아아~ 아깝다. 이번에 정말 좋았는데. 회계 - 기억이가 좀 무리한다 싶더라. 댄서킴 - 제 생각에도 기억씨가 기교에 너무 신경쓴 것 같네요. 아직 그런 동작까지 소화하는 건 무리니까 기본 스텝에 더 충실하세요. 파트너 입장도 생각을 해줘야죠. 기억 - 아...잠깐만요. 전 분명 제대로.... 이번 실수의 책임을 민아에게 넘기려는 건 아니었지만 분명 스텝이 틀린 곳은 없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교를 부리다 실수를 했다고 확신한 사람들은 =기본에 충실히= 를 강조하며 내 등을 떠밀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지? 정말 내가 실수한 건가? 기억 - 아까 그 부분만 다시 한 번 해보죠. 아무래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던 난 3차 시도에 앞서 오류검사를 요청했다. 댄서킴 - 흐음... 그래요. 3소절 시작부터 다시 한 번.... 오른발 나가고, 왼발 살짝 앞으로, 오른발 뒤로 갔다가 왼발 제자리 찍고 오른발 오른쪽으로..... 민아 - 엄맛? 역시나 이번에도 내 오른발에 걸리는 민아의 발목. 어느 정도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난 금방 그녀의 중심을 바로잡아 주었다. 댄서킴 - 어라, 희한하네..... 저 스텝이 맞는데 왜 걸리지? 댄서윤, 잠깐만 이리 와 볼래요? 역시나 내 스텝이 잘못 된 게 아니라 민아가 순서를 헷갈린 것 같다. 댄서윤 - 예? 무슨 일이세요. 댄서킴 - 여자 3소절 스텝이 어떻게 되지? 댄서윤 - 여기서 이렇게, 이렇게, 오른발 찍고 왼발로 턴이요. 왜요? 뭐가 잘못됐나요? 댄서킴 - 아니, 민아씨가 돌 때 보니까 오른발로 돌더라고. 잘못 가르쳐 준 거 아냐? 댄서윤 - 그럴 리가요, 민아씨 룸바는 저 오기 전에 이미 다 외운 상태였는걸요. 그래서 한 번 보고 바로 왈츠로 넘어갔는데.... 민아씨 예전에 룸바 잘 했었잖아요? 이럴 마음은 추호도 없었건만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은 민아에게 집중되었다. 댄서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엔 완벽하던 룸바 스텝이 왈츠를 추는 사이에 이상하게 바뀌었다는 건데... 민아 - 아... 저.... 그게.... 여러 춤을 동시에 배우다 보니 헷갈린 거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거늘 뭔가 속사정이 있는 듯 민아는 한참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런 모습에 괜시리 미안한 기분이 든 난 적당히 나서서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나보다 먼저 앞으로 나선 사람이 있었다. 안군 - 아.... 민아야, 미안하다. 역시 그때 내 스텝이 잘못 되었던 건가봐. ....... 당신이 거기 왜 끼어드는 건데? 영 뜬금없는 안군의 등장에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지만 마냥 이유 없는 등장은 아니었던 듯 민아의 표정은 크게 동요되고 있었다. 안군 - 예전에 민아랑 연습해보는데 거기서 스텝이 엉켰었거든요. 전 제 스텝이 맞는 줄 알고 그렇게 가르쳐줬었는데.... 제가 잘못 가르쳐준 거였네요. 안군의 설명에 따르면 상황 자체는 명확했다. 안군과 민아가 따로 룸바 연습을 하다가 서로 스텝이 안 맞으니까 안군이 가르쳐줬다는 건데.... 민아 - 오, 오빠.... 안군 - 아, 나도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네 입장이 난처해진 것 같아서.... 아까보다 더 난색이 역력한 민아에게 그런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킨 그는 곧 내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안군 -기억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오해는 말아줘라. 그냥 안무 몇 번 맞춰본 것뿐이니까. 그것도 내가 하자고 한 거였어. 그런데 설마, 이정도 일로 그렇게 화내거나 하진 않겠지? 화를 안 내기는... 맘 같아선 =아이고 그러셨어요?= 하고 바로 의자로 후려쳐 버리고 싶은데.... 민아랑 다른 사람들 때문에 간신히 참고 있는 거다. 기억 - 그러게 어쭙잖은 실력으로 왜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듭니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소리 못 들어봤습니까? 내 딴엔 주먹 날아갈 일을 간신히 삭이며 한 말이었지만 주변에 여자부원들 사이에선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당사자인 안군도 그렇게 울컥해서 칼 들고라도 덤벼들어 주면 좋으련만.... 안군 - 하하, 맞아. 한 번 확인을 해봤어야 하는 건데. 미안하게 됐다. 그럼 연습 열심히 해라. 늘 이렇게 느물느물 자기는 착한사람인양 빠져나가는 게 비열하고 역겨워 보이기 짝이 없다. 기억 - 어딜 가요? 할말 아직.... 민아 - 기억아....그만해. 아직 따져야 할 말이 A4용지 한 박스였지만 민아의 제지에 난 애써 분을 삭였다. 대략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 그날 연습이 마무리 되고 민아와 난 약속이라도 한 듯 연습실에 남았다. 기억 - ..... 왜 그랬어? 민아 - 뭘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닌 일 가지고... 기억 - 그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민아 - 나.... 나도 연습은 해야 할 거 아냐. 기억 - 아, 그러셨구나. 연습이 필요해서 그러셨구나~. 다 내 잘못이네. 내가 연습상대가 못 돼서.... 민아 - 대체 왜 아까부터 그렇게 비꼬고 그래? 나 정말 못 믿어서 그래? 기억 - 아아~ 널 믿으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거야? 안군이랑 따로 만나서 춤을 췄건 술을 마셨건 믿으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거야? 민아 - 기억이 너 정말 왜 그래? 따지고 보면 기억이가 기사역에 있는 것도 안군 오빠가 양보한 덕이잖아! 그런데 왜 오빠 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기억 - 양보? 내가 그놈 속셈을 알려줘? 아무리 봐도 내가 몸치인 것 같은데 안되는 역할 한다니까 얼씨구나 하고 떠밀어서 완전 바보 만들려고 한 거 아냐! 막판에 자기가 다시 자기가 낚아챌 요령으로! 민아 - 그러면서 왜 맡는다고 했어! 기억 - 당연히 그놈이랑 춤추는 꼴이 보기 싫으니까 그렇지!! 어느새 높아진 내 언성에 민아가 움찔 놀라 한걸음 물러섰다. 민아 - 기억아, 연극은 연극이고.... 기억 - 연극이고 연습이고 뭐고 간에.... 안군 그놈만은 안 돼. 나 분명히 이야기 했어.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땐 나도 몰라. 그렇게 말을 마친 난 망연자실한 표정의 그녀를 혼자 연습실에 내버려 둔 채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하아.... 과연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은 있는 걸가?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22화> shall we dance?
요 며칠 무슨 이유에선가
집에서 엔터톡이 들어가지지 않아
본의 아니게 업로드가 늦어졌습니다.
저희 집만 이런 건지
아니면 다른 분들도 그러셨는지...
모쪼록 즐겁게 보시고 출판된 공대사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리뷰도 많이 남겨주세요 ==========================
월요일 연습시간.
드디어 특훈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마음에
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기분 같아선 당장이라도 민아에게 다가가
=shall we dance?= 를 청하고 싶었지만
자연스러운 진행을 위해 일단은 참기로 했다.
댄서킴
- 음.... 주말동안 많이 연습했나 보네요?
동작이 아주 좋아졌어요.
기억 -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댄서킴
- 그 정도면 손동작도 훌륭하고...
이쯤해서 파트너랑 다시 한 번 맞춰보죠.
댄서윤~ 민아씨 잠깐만 빌려줘요.
예상대로 내 동작을 본 댄서킴은
곧장 민아와의 합동연습을 제안했다.
민아 - 괜찮겠어? 나중에 따로 있을 때 맞춰보는 게...
기억 - 걱정 마. 주말동안 죽어라 연습했으니까...
주말사이에 환골탈태한 내 실력을 모르는 민아는
아무래도 불안한지 나를 말리려 했지만
오히려 내겐 사람들이 지켜보는 지금이 최적의 기회였다.
댄서킴 - 뮤직 온~.
=딴 딴 딴 따단~ 딴 딴=
전주가 흘러나오는 동안
난 머릿속으로 가볍게 스텝을 체크했다.
캐드 도면만큼이나 깨끗하게 떠오르는 동선.
긴장할 건 아무것도 없다.
기억 - ...... 간다.
민아 - 아, 응.
앞으로 갈 땐 살짝 밀듯이.
물러설 땐 가볍게 당겨주고,
체크하는 사이 턴할 수 있게 공간 확보.
부드럽게 받아서 다시 밀어주고
자신 있게 팬을 펼쳐준다.
포~원에서 다시 끌어당기고
턴, 자연스럽게 다시 거리를 맞춘 뒤....
특훈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솔직히 자신만만하게 나서면서도
한편으론 한나와 출 때만 잘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민아와 호흡을 맞추면서 그런 불안은 깨끗이 날아갔다.
춤을 리드하는 감각이라거나
역동적으로 흐르듯 움직이는 느낌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단 이틀 사이에 이정도면 대장균이 용 된 거다.
기억 - .......음?
민아 - 앗...
다음 순간, 민아와 내 스텝이 미묘하게 엉켰다.
너무 여유 있어서 딴생각을 하다보니 실수를 했나보다.
자자, 정신차리자! 정신!
금방 페이스를 회복한 난
한나가 짚어줬던 핵심 포인트들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순조롭게 춤을 이어갔다.
연출 - 이야~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것 같은데?
회계 - 주말동안 입산수련이라도 하고 온 거야? 완전 딴사람이네.
박군 - 으아~ 기억이 멋있다! 모양 제대로 나오네!
춤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에선 사람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긴 하지만
간만에 어깨에 힘들어 갈 일이 생기니 목이 뻐근할 지경이다.
사실 한나와 출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모양새가 영 안 나오는 것 같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댄서킴
- 오~ 거의 완벽한데요?
중간에 살짝 엉키긴 했지만 그 정도야 금방 고치겠죠.
자, 한 번 더 갑시다. 아까 그 부분 조금 더 신경 쓰면서, 레디?
간만에 표정이 활짝 편 댄서킴.
이제 더 이상 배역 가지고 운운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의 반응에 사기충천한 난
기본 스텝에 약간의 기교를 더 넣어 보였다.
마음만 같으면 한나와 출 때처럼
무아지경 댄스를 선보이고 싶지만
그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댄서킴 - 어유, 언제 저런 것까지?
연출 - 오오~ 갈수록 일취월장인데?
아~ 정말 이정도로 놀라면 곤란한데....
한 번 제대로 춰줘야 하나?
이정도의 기교는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조금 더 페이스를 올려볼 까 고심하던 도중
좀 전에 작은 미스가 있었던 부분이 다시 돌아왔다.
아까 스텝을 잘못 딛었었나?
스텝을 조금 더 오른쪽에 딛고 거리를 맞추면....
그렇게 생각하고 스텝을 길게 딛는 순간
턴을 하던 그녀의 오른발이 내 발목에 걸렸다.
민아 - 꺄앗?!
기억 - 으츠츠츠!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그녀를 간신히 부축한 나.
어라..... 어디가 잘못 된 거지?
분명 스텝을 맞게 딛었는데도 발목이 걸릴 정도라면
동작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난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동선을 재구성해봤지만
이렇다할 문제점은 없는 듯 했다.
연출 - 아아~ 아깝다. 이번에 정말 좋았는데.
회계 - 기억이가 좀 무리한다 싶더라.
댄서킴
- 제 생각에도 기억씨가 기교에 너무 신경쓴 것 같네요.
아직 그런 동작까지 소화하는 건 무리니까
기본 스텝에 더 충실하세요.
파트너 입장도 생각을 해줘야죠.
기억 - 아...잠깐만요. 전 분명 제대로....
이번 실수의 책임을 민아에게 넘기려는 건 아니었지만
분명 스텝이 틀린 곳은 없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교를 부리다 실수를 했다고 확신한 사람들은
=기본에 충실히= 를 강조하며 내 등을 떠밀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지? 정말 내가 실수한 건가?
기억 - 아까 그 부분만 다시 한 번 해보죠.
아무래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던 난
3차 시도에 앞서 오류검사를 요청했다.
댄서킴 - 흐음... 그래요. 3소절 시작부터 다시 한 번....
오른발 나가고, 왼발 살짝 앞으로,
오른발 뒤로 갔다가 왼발 제자리 찍고
오른발 오른쪽으로.....
민아 - 엄맛?
역시나 이번에도 내 오른발에 걸리는 민아의 발목.
어느 정도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난
금방 그녀의 중심을 바로잡아 주었다.
댄서킴
- 어라, 희한하네..... 저 스텝이 맞는데 왜 걸리지?
댄서윤, 잠깐만 이리 와 볼래요?
역시나 내 스텝이 잘못 된 게 아니라
민아가 순서를 헷갈린 것 같다.
댄서윤 - 예? 무슨 일이세요.
댄서킴 - 여자 3소절 스텝이 어떻게 되지?
댄서윤
- 여기서 이렇게, 이렇게, 오른발 찍고 왼발로 턴이요.
왜요? 뭐가 잘못됐나요?
댄서킴
- 아니, 민아씨가 돌 때 보니까 오른발로 돌더라고.
잘못 가르쳐 준 거 아냐?
댄서윤
- 그럴 리가요, 민아씨 룸바는
저 오기 전에 이미 다 외운 상태였는걸요.
그래서 한 번 보고 바로 왈츠로 넘어갔는데....
민아씨 예전에 룸바 잘 했었잖아요?
이럴 마음은 추호도 없었건만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은 민아에게 집중되었다.
댄서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엔 완벽하던 룸바 스텝이
왈츠를 추는 사이에 이상하게 바뀌었다는 건데...
민아 - 아... 저.... 그게....
여러 춤을 동시에 배우다 보니 헷갈린 거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거늘
뭔가 속사정이 있는 듯 민아는 한참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런 모습에 괜시리 미안한 기분이 든 난
적당히 나서서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나보다 먼저 앞으로 나선 사람이 있었다.
안군
- 아.... 민아야, 미안하다.
역시 그때 내 스텝이 잘못 되었던 건가봐.
....... 당신이 거기 왜 끼어드는 건데?
영 뜬금없는 안군의 등장에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지만
마냥 이유 없는 등장은 아니었던 듯
민아의 표정은 크게 동요되고 있었다.
안군
- 예전에 민아랑 연습해보는데
거기서 스텝이 엉켰었거든요.
전 제 스텝이 맞는 줄 알고 그렇게 가르쳐줬었는데....
제가 잘못 가르쳐준 거였네요.
안군의 설명에 따르면 상황 자체는 명확했다.
안군과 민아가 따로 룸바 연습을 하다가
서로 스텝이 안 맞으니까 안군이 가르쳐줬다는 건데....
민아 - 오, 오빠....
안군
- 아, 나도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네 입장이 난처해진 것 같아서....
아까보다 더 난색이 역력한 민아에게
그런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킨 그는
곧 내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안군
-기억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오해는 말아줘라.
그냥 안무 몇 번 맞춰본 것뿐이니까.
그것도 내가 하자고 한 거였어.
그런데 설마, 이정도 일로 그렇게 화내거나 하진 않겠지?
화를 안 내기는...
맘 같아선 =아이고 그러셨어요?= 하고
바로 의자로 후려쳐 버리고 싶은데....
민아랑 다른 사람들 때문에 간신히 참고 있는 거다.
기억
- 그러게 어쭙잖은 실력으로 왜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듭니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소리 못 들어봤습니까?
내 딴엔 주먹 날아갈 일을 간신히 삭이며 한 말이었지만
주변에 여자부원들 사이에선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당사자인 안군도 그렇게 울컥해서
칼 들고라도 덤벼들어 주면 좋으련만....
안군
- 하하, 맞아. 한 번 확인을 해봤어야 하는 건데.
미안하게 됐다. 그럼 연습 열심히 해라.
늘 이렇게 느물느물 자기는 착한사람인양 빠져나가는 게
비열하고 역겨워 보이기 짝이 없다.
기억 - 어딜 가요? 할말 아직....
민아 - 기억아....그만해.
아직 따져야 할 말이 A4용지 한 박스였지만
민아의 제지에 난 애써 분을 삭였다.
대략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 그날 연습이 마무리 되고
민아와 난 약속이라도 한 듯 연습실에 남았다.
기억 - ..... 왜 그랬어?
민아 - 뭘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닌 일 가지고...
기억 - 그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민아 - 나.... 나도 연습은 해야 할 거 아냐.
기억
- 아, 그러셨구나. 연습이 필요해서 그러셨구나~.
다 내 잘못이네. 내가 연습상대가 못 돼서....
민아
- 대체 왜 아까부터 그렇게 비꼬고 그래?
나 정말 못 믿어서 그래?
기억
- 아아~ 널 믿으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거야?
안군이랑 따로 만나서 춤을 췄건 술을 마셨건
믿으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거야?
민아
- 기억이 너 정말 왜 그래?
따지고 보면 기억이가 기사역에 있는 것도
안군 오빠가 양보한 덕이잖아!
그런데 왜 오빠 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기억
- 양보? 내가 그놈 속셈을 알려줘?
아무리 봐도 내가 몸치인 것 같은데
안되는 역할 한다니까 얼씨구나 하고 떠밀어서
완전 바보 만들려고 한 거 아냐!
막판에 자기가 다시 자기가 낚아챌 요령으로!
민아 - 그러면서 왜 맡는다고 했어!
기억 - 당연히 그놈이랑 춤추는 꼴이 보기 싫으니까 그렇지!!
어느새 높아진 내 언성에
민아가 움찔 놀라 한걸음 물러섰다.
민아 - 기억아, 연극은 연극이고....
기억
- 연극이고 연습이고 뭐고 간에.... 안군 그놈만은 안 돼.
나 분명히 이야기 했어.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땐 나도 몰라.
그렇게 말을 마친 난
망연자실한 표정의 그녀를 혼자 연습실에 내버려 둔 채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하아.... 과연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은 있는 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