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22화> shall we dance?

바다의기억2006.07.21
조회6,131

요 며칠 무슨 이유에선가

 

집에서 엔터톡이 들어가지지 않아

 

본의 아니게 업로드가 늦어졌습니다.

 

저희 집만 이런 건지

 

아니면 다른 분들도 그러셨는지...

 

모쪼록 즐겁게 보시고 출판된 공대사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리뷰도 많이 남겨주세요 ==========================

 

 

월요일 연습시간.


드디어 특훈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마음에


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기분 같아선 당장이라도 민아에게 다가가


=shall we dance?= 를 청하고 싶었지만


자연스러운 진행을 위해 일단은 참기로 했다.



댄서킴

- 음.... 주말동안 많이 연습했나 보네요?


동작이 아주 좋아졌어요.



기억 -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댄서킴

- 그 정도면 손동작도 훌륭하고...


이쯤해서 파트너랑 다시 한 번 맞춰보죠.


댄서윤~ 민아씨 잠깐만 빌려줘요.



예상대로 내 동작을 본 댄서킴은


곧장 민아와의 합동연습을 제안했다.



민아 - 괜찮겠어? 나중에 따로 있을 때 맞춰보는 게...


기억 - 걱정 마. 주말동안 죽어라 연습했으니까...



주말사이에 환골탈태한 내 실력을 모르는 민아는


아무래도 불안한지 나를 말리려 했지만


오히려 내겐 사람들이 지켜보는 지금이 최적의 기회였다.



댄서킴 - 뮤직 온~.


=딴 딴 딴 따단~ 딴 딴=



전주가 흘러나오는 동안


난 머릿속으로 가볍게 스텝을 체크했다.


캐드 도면만큼이나 깨끗하게 떠오르는 동선.


긴장할 건 아무것도 없다.



기억 - ...... 간다.


민아 - 아, 응.



앞으로 갈 땐 살짝 밀듯이.


물러설 땐 가볍게 당겨주고,


체크하는 사이 턴할 수 있게 공간 확보.


부드럽게 받아서 다시 밀어주고


자신 있게 팬을 펼쳐준다.


포~원에서 다시 끌어당기고


턴, 자연스럽게 다시 거리를 맞춘 뒤....



특훈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솔직히 자신만만하게 나서면서도


한편으론 한나와 출 때만 잘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민아와 호흡을 맞추면서 그런 불안은 깨끗이 날아갔다.


춤을 리드하는 감각이라거나


역동적으로 흐르듯 움직이는 느낌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단 이틀 사이에 이정도면 대장균이 용 된 거다.



기억 - .......음?


민아 - 앗...



다음 순간, 민아와 내 스텝이 미묘하게 엉켰다.


너무 여유 있어서 딴생각을 하다보니 실수를 했나보다.


자자, 정신차리자! 정신!



금방 페이스를 회복한 난


한나가 짚어줬던 핵심 포인트들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순조롭게 춤을 이어갔다.



연출 - 이야~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것 같은데?


회계 - 주말동안 입산수련이라도 하고 온 거야? 완전 딴사람이네.


박군 - 으아~ 기억이 멋있다! 모양 제대로 나오네!



춤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에선 사람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긴 하지만


간만에 어깨에 힘들어 갈 일이 생기니 목이 뻐근할 지경이다.



사실 한나와 출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모양새가 영 안 나오는 것 같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댄서킴

- 오~ 거의 완벽한데요?


중간에 살짝 엉키긴 했지만 그 정도야 금방 고치겠죠.


자, 한 번 더 갑시다. 아까 그 부분 조금 더 신경 쓰면서, 레디?



간만에 표정이 활짝 편 댄서킴.


이제 더 이상 배역 가지고 운운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의 반응에 사기충천한 난


기본 스텝에 약간의 기교를 더 넣어 보였다.


마음만 같으면 한나와 출 때처럼


무아지경 댄스를 선보이고 싶지만


그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댄서킴 - 어유, 언제 저런 것까지?


연출 - 오오~ 갈수록 일취월장인데?



아~ 정말 이정도로 놀라면 곤란한데....


한 번 제대로 춰줘야 하나?



이정도의 기교는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조금 더 페이스를 올려볼 까 고심하던 도중


좀 전에 작은 미스가 있었던 부분이 다시 돌아왔다.



아까 스텝을 잘못 딛었었나?


스텝을 조금 더 오른쪽에 딛고 거리를 맞추면....



그렇게 생각하고 스텝을 길게 딛는 순간


턴을 하던 그녀의 오른발이 내 발목에 걸렸다.



민아 - 꺄앗?!


기억 - 으츠츠츠!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그녀를 간신히 부축한 나.



어라..... 어디가 잘못 된 거지?



분명 스텝을 맞게 딛었는데도 발목이 걸릴 정도라면


동작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난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동선을 재구성해봤지만


이렇다할 문제점은 없는 듯 했다.



연출 - 아아~ 아깝다. 이번에 정말 좋았는데.


회계 - 기억이가 좀 무리한다 싶더라.


댄서킴

- 제 생각에도 기억씨가 기교에 너무 신경쓴 것 같네요.


아직 그런 동작까지 소화하는 건 무리니까


기본 스텝에 더 충실하세요.


파트너 입장도 생각을 해줘야죠.



기억 - 아...잠깐만요. 전 분명 제대로....



이번 실수의 책임을 민아에게 넘기려는 건 아니었지만


분명 스텝이 틀린 곳은 없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교를 부리다 실수를 했다고 확신한 사람들은


=기본에 충실히= 를 강조하며 내 등을 떠밀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지? 정말 내가 실수한 건가?



기억 - 아까 그 부분만 다시 한 번 해보죠.



아무래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던 난


3차 시도에 앞서 오류검사를 요청했다.



댄서킴 - 흐음... 그래요. 3소절 시작부터 다시 한 번....



오른발 나가고, 왼발 살짝 앞으로,


오른발 뒤로 갔다가 왼발 제자리 찍고


오른발 오른쪽으로.....



민아 - 엄맛?



역시나 이번에도 내 오른발에 걸리는 민아의 발목.


어느 정도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난


금방 그녀의 중심을 바로잡아 주었다.



댄서킴

- 어라, 희한하네..... 저 스텝이 맞는데 왜 걸리지?


댄서윤, 잠깐만 이리 와 볼래요?



역시나 내 스텝이 잘못 된 게 아니라


민아가 순서를 헷갈린 것 같다.



댄서윤 - 예? 무슨 일이세요.


댄서킴 - 여자 3소절 스텝이 어떻게 되지?


댄서윤

- 여기서 이렇게, 이렇게, 오른발 찍고 왼발로 턴이요.


왜요? 뭐가 잘못됐나요?



댄서킴

- 아니, 민아씨가 돌 때 보니까 오른발로 돌더라고.


잘못 가르쳐 준 거 아냐?



댄서윤

- 그럴 리가요, 민아씨 룸바는


저 오기 전에 이미 다 외운 상태였는걸요.


그래서 한 번 보고 바로 왈츠로 넘어갔는데....


민아씨 예전에 룸바 잘 했었잖아요?



이럴 마음은 추호도 없었건만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은 민아에게 집중되었다.


댄서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엔 완벽하던 룸바 스텝이


왈츠를 추는 사이에 이상하게 바뀌었다는 건데...



민아 - 아... 저.... 그게....



여러 춤을 동시에 배우다 보니 헷갈린 거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거늘


뭔가 속사정이 있는 듯 민아는 한참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런 모습에 괜시리 미안한 기분이 든 난


적당히 나서서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나보다 먼저 앞으로 나선 사람이 있었다.



안군

- 아.... 민아야, 미안하다.


역시 그때 내 스텝이 잘못 되었던 건가봐.



....... 당신이 거기 왜 끼어드는 건데?



영 뜬금없는 안군의 등장에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지만


마냥 이유 없는 등장은 아니었던 듯


민아의 표정은 크게 동요되고 있었다.



안군

- 예전에 민아랑 연습해보는데


거기서 스텝이 엉켰었거든요.


전 제 스텝이 맞는 줄 알고 그렇게 가르쳐줬었는데....


제가 잘못 가르쳐준 거였네요.



안군의 설명에 따르면 상황 자체는 명확했다.


안군과 민아가 따로 룸바 연습을 하다가


서로 스텝이 안 맞으니까 안군이 가르쳐줬다는 건데....



민아 - 오, 오빠....


안군

- 아, 나도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네 입장이 난처해진 것 같아서....



아까보다 더 난색이 역력한 민아에게


그런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킨 그는


곧 내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안군

-기억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오해는 말아줘라.


그냥 안무 몇 번 맞춰본 것뿐이니까.


그것도 내가 하자고 한 거였어.


그런데 설마, 이정도 일로 그렇게 화내거나 하진 않겠지?



화를 안 내기는...


맘 같아선 =아이고 그러셨어요?= 하고


바로 의자로 후려쳐 버리고 싶은데....


민아랑 다른 사람들 때문에 간신히 참고 있는 거다.



기억

- 그러게 어쭙잖은 실력으로 왜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듭니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소리 못 들어봤습니까?



내 딴엔 주먹 날아갈 일을 간신히 삭이며 한 말이었지만


주변에 여자부원들 사이에선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당사자인 안군도 그렇게 울컥해서


칼 들고라도 덤벼들어 주면 좋으련만....



안군

- 하하, 맞아. 한 번 확인을 해봤어야 하는 건데.


미안하게 됐다. 그럼 연습 열심히 해라.



늘 이렇게 느물느물 자기는 착한사람인양 빠져나가는 게


비열하고 역겨워 보이기 짝이 없다.



기억 - 어딜 가요? 할말 아직....


민아 - 기억아....그만해.



아직 따져야 할 말이 A4용지 한 박스였지만


민아의 제지에 난 애써 분을 삭였다.




대략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 그날 연습이 마무리 되고


민아와 난 약속이라도 한 듯 연습실에 남았다.



기억 - ..... 왜 그랬어?


민아 - 뭘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닌 일 가지고...


기억 - 그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민아 - 나.... 나도 연습은 해야 할 거 아냐.


기억

- 아, 그러셨구나. 연습이 필요해서 그러셨구나~.


다 내 잘못이네. 내가 연습상대가 못 돼서....



민아

- 대체 왜 아까부터 그렇게 비꼬고 그래?


나 정말 못 믿어서 그래?



기억

- 아아~ 널 믿으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거야?


안군이랑 따로 만나서 춤을 췄건 술을 마셨건


믿으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거야?



민아

- 기억이 너 정말 왜 그래?


따지고 보면 기억이가 기사역에 있는 것도


안군 오빠가 양보한 덕이잖아!


그런데 왜 오빠 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기억

- 양보? 내가 그놈 속셈을 알려줘?


아무리 봐도 내가 몸치인 것 같은데


안되는 역할 한다니까 얼씨구나 하고 떠밀어서


완전 바보 만들려고 한 거 아냐!


막판에 자기가 다시 자기가 낚아챌 요령으로!



민아 - 그러면서 왜 맡는다고 했어!


기억 - 당연히 그놈이랑 춤추는 꼴이 보기 싫으니까 그렇지!!



어느새 높아진 내 언성에


민아가 움찔 놀라 한걸음 물러섰다.



민아 - 기억아, 연극은 연극이고....


기억

- 연극이고 연습이고 뭐고 간에.... 안군 그놈만은 안 돼.


나 분명히 이야기 했어.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땐 나도 몰라.



그렇게 말을 마친 난


망연자실한 표정의 그녀를 혼자 연습실에 내버려 둔 채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하아.... 과연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은 있는 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