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땅을 찾아서.. 2

전재일2007.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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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탕! 나와 장난하는 겁니까? 지금 말하는건 자살이 아닙니까. 이런!! 이 미친 무슨짓이에요. 설사 치유의 땅이 정말 존재한다고 해도 내 육신이 없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그곳이 천국이라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 되어버려요. 알약이라구요? 염병할!! 지금 누구 죽는꼴 보려는 겁니까!!!"

나의 이글거리는 분노에 브루탕은 가만히 미소 지었다. 그렇다. 브루탕은 이 모든 일이 예견된 일이라는 듯이 웃고 있었다.

 

 "미안하네. 장난이었지.. 그러나 의미있는 짓거리야. 그렇다네 J, 자네가 알다시피 그러한 치유의 땅 따윈 없지.

 생각해보게.. 우리가 고통을 피하려면 죽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살아있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은 우리의 감정이네. 고통과 슬픔, 기쁨과 유쾌함, 두려움과 용기.. 헤아릴 수 없을만치의 풍부한 감정들이 우리가 살아있는 내내 지속될 것이야. 그런 감정이 없다면 이미 죽어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단순히 해석하고 종합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라면, 아무런 감정도 없이 지극히 냉철하게 행동하는 자가 있다면 그런자는 있을 수도 없겠지만, 이미 인간이 아니네. 컴퓨터나 로봇과 다를바가 없는 거야. 우리는 지겨움도 느끼고 고통이나 외로움을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존재니까..

 우리는 살아있는 한 그런것을 인정해야 하네. 결코 거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야. 그러면서도 우리는 당당해져야 하네. 우리는 당당하게 우리의 고통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해야 하네. 그것은 우리가 고결하다는 의미니까. 더이상 그 무엇도 우리를 죽여없애지 못하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자신의 선택을 향해 나아갈 수 있으니까.

 무언가가 우리를 구속하고 있다고? 환경이 너무나 극악하다고? 도무지 마음에 드는 것은 없고 사랑하는 여자는 제멋대로며, 자신은 안중에도 없고 이기적이라고? 더군다나 자신을 거부한다고? 소중한 친구는 멀리 떨어져 있고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가족과 만날 수가 없다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할텐가!? 그렇다고 그게 어쨌다는 거지?

 그래도 우린 살아있지 않은가. 우린 숨쉬고 있으니까. 아무리 큰 정신적 고통이나 육체적인 괴로움도 우리를 죽이지는 못하네. 우리는 숨쉬고 있는 그 순간까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희망을 거두어서는 안되는 거야. 끝없는 용기와 타오르는 집념과 투혼으로 자신의 두려움을 꺽어버려야 하지. 그것이 도전이라네!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 아닌가? 도전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고 말이야. 고통조차 사랑해보게. 사랑하기 힘들어도 인정해야 하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란 없는 거야. 까짓거 죽음이 오기전까지 무엇이 걱정일까."

 

 "하하하... 결국 이런 결론인가요?"

 

 "웃지말게. 자네의 괴로움은 방황과 현실의 부정에서 기인되는 거야. 끈덕지게 무슨일이고 잘해내려 하지만 결국 흥미를 잃고 쓰러져 버리지. 그리고 원하던 일이 잘되어가지 않는다고 걷어차버리기 일쑤야.

 그런 면에서 자네는 아직 애송이야. 아직 쓴맛 단맛 다 보지 못한 어린애일 뿐이야..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그에 못미치지. 내가 자네를 비난한다고 보는가? 절대 틀렸네. 난 자네를 옹호하고 있는 거야. 그건 당연한 거니까. 자연스러운 거니까.

 우리 모두는 그런 단계를 거쳐 성장해 가니까.. 치유의 땅은 어디에도 없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 성인이라고 불리워도 한평생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쏟아부어도 쉽지 않은것이야.

 그러니 차라리 인정하게. 고통도 기쁨도 즐기게나. 자네의 부서진 파편과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리고 뜨거워 미칠것같은 추억조차도 사랑하게나. 지나간 추억의 거리와 꺠어진 꿈의 거리마저도 말이야. 자네는 그 모든것을 내게 말해주진 않았지.... 그러나 나는 어둠의 깊은 나락에서 그 모든걸 주시하고 있었어.

 그래서 자네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거야. 물론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건 오류지만, 완전히가 아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지. 자네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면에선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으니까.

 우리의 관념이 쇄하여 낡고 갈라져 먼지처럼 화하는 날이 온다 하여도 자네와 나의 관계에는 변함이 없을 걸세...

아직도 자네는 방황하는군. 그래.  그러나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것. 실망할 필요 없지. 당황해할 필요는 더더욱이 없지."

 

브루탕은 그렇게 다정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장난스런 미소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투박하고 거친 손이 나의 어깨를 쥐고 있었다. 이런날은 술이나 한잔 해야 하는데... 그러나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란 여건이 나를 묶어놓는다. 나의 팔과 다리를 여건 속에 묶어놓아 내 자유의지를 박탈하려 한다.. 이건 순전 내 착각일까?

 

 "브루탕 술 한잔 땡기는군요."

 

 "좋지, 파전에다 막걸리 한사발 어떤가?"

브루탕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수로? 나는 꼼짝없이 여기 있는데 어떻게 그런걸 다 구한단 말야? 내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브루탕은 눈을 찡긋해보였다.

 

 "그런건 문제 없지. 이런 마음만 그때도 갖고 있다면야, 5개월 후든.. 아니면 포상휴가를 낼름 받아서 한달 후든! 그따위야 언제든 상관없는 것이거든. 자 이 브루탕을 믿게. 그리고 그때 크게 한잔 하는 거야. 정신없이 취하진 말게나 그럼 이 노쇠한 브루탕이 뒷처릴 하기 힘드니까!

 나와 자네는 딱 한병씩 걸치고 맛있는 파전을 입속에 넣곤 물컹물컹 맛있게 씹어 먹는 거야. 옆에 아리따운 여자애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 그녀와도 얘길 나누자. 그녀에게 멋진 경치를 구경시켜주고 그녀의 고운 손을 소중하게 쥔채 재미난 얘기를 들려주는 거야. 어떤가? J 벌써 들뜬것 같은데? "

 

 "하하! 날 놀릴 생각이라면 어림 없습니다."

나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짓곤 눈알을 꿈틀거렸다. 좌우측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현란한 기술. 핫핫핫 브루탕의 저 뒤로 넘어가버릴 듯한 표정이라니.

 

 "내가 정말 정신병자가 된 모양이에요. "

 

 "아니 왜?"

 

 "내가 아직껏 당신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니.. 킥킥"

나는 무엇이 우스운지 자꾸만 웃음이 나와 낄낄 거렸다. 브루탕도 이젠 제정신이 아닌지 목이 터져라 칵칵대고 웃고 있었다. 이런.. 이러다간 체면이 말이 아닌데. 난 제법 점잖은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