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검증, 언제는 안했나? 누가 말리나!

최용일200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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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명박 전 시장의 대승적 차원의 양보로 갈등을 봉합한 한나라당은 오는 21일 전국위원회에서 경선 규칙과 관련한 당헌·당규 개정을 마무리한 뒤, 28일께 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내정) 발족 및 후보검증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경선 국면의 최대 쟁점은 상대방에 대한 검증 문제가 될 전망이다.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정인봉이 김유찬이 그 난리치는 통에 박 의원까지 나서서 그게 원칙이라고 격려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거기서 얻은 게 무엇이던가? 2위인 본인과 1위 이 전 시장간의 지지율 격차를 좁힌 거?, 당내 경선을 위한 열성적 지지자를 결집시켜 예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한 거? 아마 그것이 소기의 목적이라면 그건 달성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4.25. 선거 직전에 터진 공천헌금 비리와 벌금 대납 사건과 맞물려 한나라당=차떼기당이라는 오염된 이미지를 다시 수면 위로 올려놓은 책임은 누가 지는가? 그건 다른 문제라고? 그것이 원칙이라고 하겠지!


경선 룰을 놓고 당이 깨지기 전까지 원칙이라는 미명하에 똥고집을 부리면서 고스톱 판에서 주워들었는지 “패 돌리고 나면 룰을 바꾸지 않는 법”이라는 둥 “(개평으로) 1천표 접어주겠다”는 둥 정신출장나간 듯한 발언이나 해대는 통에 노인네 조폭단은 사적 구제를 한답시고 당사에 난입하다 유혈사태나 불러일으키지 않았던가? 그 중차대한 상황에 캠프에서는 후보까지 둘러앉아 고스톱이나 치고 있었다는 얘긴데 그런 정신머리로 무슨 원칙을 말하는가? 국정이나 농단할 양반들 아닌가?


그런 반면 이명박은 어땠는가? 1천표를 주더라도 못 바꾸겠다던 룰을 조건없이 포기해서 당의 분열을 막지 않았던가? 고스톱이나 치면서 몽니를 부리는 인간과 밤을 새워 고민하다 유리한 조건을 사심없이 버리는 사람, 누가 더 애국자고 애당자인가? 그런데 이제와서 박근혜는 그것도 자기가 양보한거란다. 네 번째 양보라나 뭐라나...


그리고 다시 분탕질이 될지도 모르는 검증작업에 목을 맨다. 박 의원 쪽의 최경환 의원은 “경선 룰이 타결된 만큼 곧바로 검증 국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당 중심으로 검증을 하되 절차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검증하려고 한 게 무엇이었는지, 검증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등을 국민이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는 한술 더 떠서 아예 나부터 검증하라고 한다. 그렇게 자신 있는지, 하긴 뭐 자기야 단 1%의 오류도 없는 지고지순한 여인이라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사람이니...


요 한 1주일 사이에 박근혜 쪽이 하는 짓은 모두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 뿐이다. 네 번 양보하고 다섯 번 투쟁에 나선 구국 결단의 여인이 또 양보했는데 그래도 네 번이란다. 원칙이라는 게 알아봤더니 그 중차대한 순간에 고스톱이나 치다가 생각해낸 고스톱 판의 원칙이고 개평주고 지킬 수준의 것이란다. 그 놈의 원칙은 어찌나 중요한지 사적구제로 지켜야 한다며 유혈사태를 일으켰는데 어느 한 놈도 사과하는 놈이 없었다. 그리곤 곧바로 검증이라는데 언제는 검증 안했나?


이 전 시장 쪽의 정두언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증을 피할 생각은 없는데 문제는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가 나오는 것”이라며 “상대 후보 공약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하는 등의 네거티브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박근혜 쪽이 해온(당사자들은 본인들이 하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하고 싶었던) 검증이 꼭 그랬다. 지금도 박빠들은 그러고 잇질 않은가?


"서울시장 재직 시 사정 당국이 철저하게 조사하고 낱낱이 털었는데 아무 흠이 없었다"며 "검증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 사정당국을 구워 삶은 것이니, 여권이 박근혜 죽이기 수단으로 봐주는 것이니 하면서 마이웨이다. 이런 검증에 대해 누가 동의하겠는가?


이회창 전 총재 역시 지난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증과 관련하여 분명하게 박근혜 쪽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대선주자가 다른 주자를 검증해야 한다는 게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언론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고 각종 토론과 인터뷰를 통해서도 그렇고, 어차피 후보 검증은 되게 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이 검증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당이 검증하면 한쪽은 공정하다고 하고, 한쪽은 엉터리라고 할 테니 오히려 분란만 격화시킬 뿐인데, 당이 어떻게 검증하겠냐’며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생각에는 당이 역할을 한다면 일정 기간을 정해서 주자들에 대한 검증 대상이랄까, 의혹 등을 전부 당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걸 해당 진영에 줘서 해명하도록 한 뒤 각 진영의 소명을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발표 내용을 믿느냐 마느냐는 국민에게 맡겨야지 당이 사실 조사를 할 것처럼 하는 것은 뭘 모르는 소리라고 했다. 자신은 (후보 검증을 주장한) 박 전 대표 측에도 이 같은 뜻을 전달했지만 끝내 말을 듣지 않더라며 그러니 싸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 전 총재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면 박근혜의 검증론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아무런 실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작된 것으로, 적전분열만 일으키고 종국에는 좌파종식과 한나라당 재집권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네가티브 전략임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쪽에서 반드시 경청해야 할 내용이었다. 하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쓰다 했으니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 그네들의 행태로 보건대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전혀 참고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지금까지 누구나 이런 말을 하면, 심지어는 자신의 가장 충직한 심복조차도 읍참마속 하는 심정으로 그 즉시 공적으로 바꿔 효수하여 대문에 걸려고 해왔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검증론을 공개 주장하기 시작한 오늘자로 공적1호로 등재되고 고려장 당할 수 있는 심한 말을 이회창 전 총재가 했다는 생각이다. 이 전 총재의 실수라면 실수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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