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만화전문 카페서점

김진석200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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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만화전문 카페서점 ‘코믹 커즐’ 달콤한 만화, 강렬한 에스프레소를 만나다 <STYLE type=text/css> 국내 최초 만화전문 카페서점 사진 김재윤
지하철 7호선 상도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숭실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대로변에 경쾌한 노란색 간판과 통유리가 시원한 공간이 시야에 달려든다. 카페인가 싶으면 서점이고, 서점인가 하면 ‘세련’이 넘친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 토토로와 마주친다. 여기는 ‘코믹(만화)’와 커피가 같이 있다는 뜻의 ‘코믹 커즐’이라는 이름의 국내 최초의 만화 전문 카페서점이다.

때마침 보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뜨뜻한 아랫목 ‘이불 동굴’ 안에서 부침개를 먹으며 만화책을 보는 ‘풍요로움’이 생각나는 날. 지금 찾아가는 곳이 ‘만화서점’이니 반쯤은 성공한 건가, 그래 만화가 커피와도 잘 어울리겠다 등의 생각을 하며 도착했는데 무조건반사처럼 눈이 동그래지고 만다.
오징어와 라면 냄새, 담배 냄새가 뒤섞인 복잡퀴퀴한 분위기와 함께 떠오르는 만화시대는 갔다지만 그래도 이건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른 만화방, 아니 만화서점이다. 이름하여 ‘코믹 커즐’, 만화와 향기로운 커피가 함께 있는 공간이다. 게다가 아기자기한 팬시용품에 토토로와 도라에몽 등 만화에서 걸어나온 듯한 캐릭터 용품까지 산뜻하게 손님을 맞는다.
<STYLE type=text/css> ‘궁극의’ 만화전문서점을 발견하다 내친 김에 전체 공간을 먼저 훑어보자. 1층이 아기자기한 캐릭터숍 같다면 2층은 코믹커즐의 ‘생얼’이다. 내로라하는 한·일 만화가들의 축전이 그득 메우고 있는 유리벽을 따라 올라가면 거대한 만화세계가 펼쳐진다. 3만5천여 권에 이른단다. 이쪽은 소년만화, 저쪽은 순정만화, 가운데는 성인만화 등이 깔끔하게 서가를 차지하고 있다. 마치 만화가 사열하는 듯한 느낌이다. 만화책이 이처럼 웅장할 수 있다니, 도대체 이 만화의 신천지, ‘궁극의’ 만화전문서점을 탄생시킨 이들이 누굴까 절로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탄생 비화를 알아내기 위해 매니저를 찾았다. 그런데 코믹 커즐은 강렬한 첫 인상 못지않게 또 한 번 방문객의 ‘허’를 찌른다. 등장한 매니저는 마사토 노다 씨(40), 일본인이었던 게다. 그것도 우리말을 전혀 못하는. 통역 직원의 설명인즉 맨 처음 코믹 커즐이라는 공간을 생각해낸 곳은 학산문화사. 일본에서 20년 동안 ‘텐쪼’라는 대형 서점에서 만화 전문 매니저로 일한 학산문화사 대표가 한국의 만화 시장을 넓히는 동시에 만화로 얻은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격조 높은’ 만화전문서점을 기획, 추진하다 그와 인연이 닿은 것이다.
“요즘 많이 놀라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만화를 빌려서만 보고 사서 보는 독자층이 얕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구입하는 이들이 많거든요. 그러고 보면 빌려보는데 만족했다기 보다 만화를 마음껏, 쾌적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만화전문서점과 카페를 접목시킨 건 그래서였다. 아직까지 만화는 ‘철없는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어른들에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마치 인기 만화 에서 강백호가 날린 ‘왼손은 단지 거들뿐’이라는 명대사처럼 만화전문서점을 위해 카페가 왼손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구색만 갖춘 것도 아니다. 전문 바리스타의 손으로 차를 뽑고 있다. <STYLE type=text/css> 온 가족이 찾는 문화공간, 만화 소장 시대 열고파 국내 최초 만화전문 카페서점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많지만 가족 단위 손님도 적지 않아요. 코믹 커즐을 처음 만들 때 기대했던 부분이라 정말 반가운 모습이에요. 만화만큼 모든 연령대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분야도 없잖아요. 가족이 와서 각자 취향으로 고른 만화를 보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어요.”
실제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도 있고 배가 살포시 나온 임산부도 눈에 띈다. 임산부에게 자주 오느냐 물으니 태교를 한다고 갑자기 안 듣던 클래식을 듣고 난해한 교양서적을 읽으려니 스트레스였단다. 차라리 좋아하는 만화를 읽는 것이 태아도 반길 거 같은데 문제는 만화방의 환경과 위생.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만화책에, 담배 냄새 찌든 실내가 싫었던 것이다. 그런 차에 코믹 커즐이 생겨 쾌재를 불렀단다. 그는 주위 어른들은 의아해 하지만 읽는 내내 즐겁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것 같다며, 태어날 아이는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팔다리 길고 명랑만화 주인공처럼 밝은 아이일 거라며 웃었다.
“한국 만화시장이 활성화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입니다.”
마사토씨는 20여년 동안 사귀며 쌓아온 만화의 정보와 매력을 고객과 나누기 위해 요즘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다. 그는 멀게는 부터 최근 나 까지, 수많은 이들을 매료시키며 웃음과 눈물을 나눠 온 만화가 한국에서 제대로 대접받기를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 본격적인 만화 소장 시대를 열고 싶다는 포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코믹 커즐’이 아사상태인 국내 만화업계 현실을 변신시킬 세일러문의 마술지팡이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 개관 시간 : 서점 오전 11시~오후 10시 / 카페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30분 (일요일 오후 1시~7시)
● 이벤트 :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 단행본 초특가 할인행사가 있다. 5월 13일, 6월 10일에는 코스프레 복장으로 방문만 해도 깜짝선물을 받을 수 있다.
● 가는 길 : 지하철 7호선 상도역 1번 출구로 나와 20m 지점 오른쪽.
● 문의 (02)828-8819 www.haksanpub.co.kr <STYLE type=text/css> ‘코믹커즐’ 마사토 노다 매니저의 가족별 ‘강추’ 만화 ·직장생활에 힘든 아빠세요? : 이시즈카 신이치의 . 산악구조대 이야기로 삶의 역경을 이겨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에 분명 용기를 얻을 것이다.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다고 느끼는 엄마세요? : 하루노 나나에의 . 잊고 있었던 소녀적 감성이 되살아나는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아들이라면? : 후지코 F 후지오의 . 외로운 진구라는 소년과 상냥하고 남을 도와주는 착한 도라에몽이라는 로봇의 따뜻한 이야기.
·딸이라면? : 우미노 치카의 . 개성 만점 미대생들의 싱그러운 청춘 이야기. 김서희(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