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합의하에 헤어졌다는 말은...

이민호2007.05.21
조회191
서로 합의하에 헤어졌다는 말은...

새벽에 같이 출근한 형이 나를 보자마자 하는 말이

" 내가 니한테 여자 소개 해줄라했는데 못해주겠다."

뜬금 없이 이 얘기를 꺼냈다.

 

이틀 전에 그 여자친구라는 분이랑 나랑 통화 하면서

이상형이 머냐고 뭐냐고 하길래

"눈 크고, 쌍커플 진하고, 다리 이쁜 여자요."

라고 말하고,

여자 키가 170인데 괜찮겠냐는 말에

충분히 카바 할수 있다고 해서 소개를 받기로 되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못해준다는 이유는,

어제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것...

 

위로를 해줘야 했으나,

내 성격상 그러지 못하고

차였냐면서 놀리니까.

"서로 그냥 헤어졌다."

하길래

내가 헤어지는데 서로 합의하에

헤어지는게 어딨냐고 했다.

 

사실 서로 합의하에 이별 하는건 없으니까.

좋아할 때는 서로 동시에 같이 좋아할수 있어도

헤어질 때는 둘 중 한명의 맘이 먼저 돌아서는거지

동시에 변하는 경우는 없으니까.

 

서로 헤어졌다는 말은,

상대방의 헤어지자는 말, 그만하자는 말에

자신은 하나도 안괜찮지만, 아무렇지 않은듯

그래, 헤어지자, 그만 하자라고

대답만 할수 있는 경우니까.

그 말을 하면서도,

심장이 멎을 것 같고,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그 아픔을 참고 대답한 경우니까.

 

그건 합의가 아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대답만 할 수 있는 것 뿐,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것 같아 보여도,

웃고 있는것 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걸, 나는 한 눈에 알수 있었다.

 

내가 그랬고, 이별을 통보 받은 사람 모두가 그랬을 테니까.

 

막,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티비에서, 빅마마 -  체념이 나왔다.

 

"행복했어, 너와의 시간들 아마도 너는 힘들었겠지..."

 

이 노래를 웃으면서 부르며 난 형을 놀렸다.

 

가슴아픈 사람 앞에서 같이 가슴아파하면

더 슬퍼지니까,

억지로 라도 같이 웃는게 나으니까 놀렸지만,

웃으며 장난을 친 나도 가슴이 아팠고,

내 장난에 웃고있던 형도 가슴이 아팠을거다.

 

불과 이틀전만 해도, 전화 통화 하다

여자친구 배고프다길래

퇴근하고 머 사갈까,

머 먹고 싶은거 없냐고 물으며,

누가 봐도 여자친구를 많이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낄수 있었었는데,

 

그 생각이 들고 나니까,

 

형이, 어떻게 하면 여자친구를 기쁘게 해줄까 하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어쩌면 그 여자친구라는 분은

이별을 준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 아파왔다.

 

모든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과,

통보 받는 사람이 그렇 듯...

 

형 폰을 내 폰으로 찍은거라

사진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 사진을 자세히 보면

♡ 폴더가 찍혀 있고

그 옆에는 저장된 사진이 없습니다.

라고 사진이 찍혀 있다.

 

형 폰을 보는데, ♡ 폴더에 가득 차있던

여자친구 사진을 다 지운 것이었다.

사진 한장 한장이 다 추억인데,

사진 속에는 여전히 웃고 있고,

그때의 모습이 하나 하나 다 생각 날건데,

사진을 지우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한번 더 아파왔다.

 

얼마전 친구가 장난 삼아 나에게

불러줬던 노래가 생각나더라.

 

"한장씩 너를 지울 때 마다 가슴이 아려와

너의 사진이 점점 흐려져

사진속 너를 불러도 보고 너를 만져도 보고

너무 잔인한 일이야 너를 지우는 일"

 

"그대로 있는데 웃고 있는데,

사진속 니가 웃고 있는데,

이땐 행복했나봐 이땐 몰랐었나봐

우리 좋았었는데 우리 좋았을텐데."

 

"이승기"가 부른 "삭제"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사진 지우는게 제일 힘든거 같다.

그래서 몇번이나 지우려하다 못지운 적도 많고,

폰에서든 싸이에서든...

 

미련이라고 해야되나, 사진마저 지워지면

정말 남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

 

누구 가슴이 더 아프든,

이별을 통보 하는 사람이나,

통보 받는 사람이나,

가슴 아픈건 마찬가지 일테니까...

 

이 세상의 이별한 사람 모두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다음에는 가슴아픈 이별 같은거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줄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