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고추를 달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르신들은 기뻐했지만, 그래서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정신적 · 육체적 고통을 더 받았다고 주장하고 또 실제로 그랬지만, 어르신들이 고추를 달았다는 이유로 기뻐함과 동시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그 굴레의 굵디굵은 사슬은 남자들의 어깨를 꿰뚫고 '기대'라는 저 높은 곳에 매달려 있어 평생 동안 벗으려야 결코 벗을 수 없다. 남자는 모름지기 어떠어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남자는 의당 어찌어찌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성격과 취향에 맞든 안 맞든 상관없다. 남자들은 그저 그 강요와 주장에 춤을 추듯 휩쓸린다.
남자에게 굴레를 덧씌우는 이는 누구인가. 남자라는 꼭두각시를 조종한는 얼레는 다름 아닌 세상 사람 전부다.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유식하든 무식하든 가리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들 남자에게 남자답기를 기대한다. 그 무리 속에는 심지어 당신 자신까지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은 남자에게 남자로서의 '성 역할'을 기대하고 그 기대는 굴레가 되어 당신을 얽어맨다.
기대라는 굴레는 개인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넌 우리 가문의 장손이여."하는 전통적인 요구에서부터 "남자가 쫀쫀하게......"하는 차마 듣기 민망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굴레의 형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게다가 그 굴레들은 하나같이 한 개인을 옥죄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남자는 모름지기 의리 있어야 하고 힘도 세야 하며 속물적인 가치 따위는 초월해야 함과 동시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뿐 만 아니라 무식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고 자신보다는 가족과 가문과 사회와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세상 살아가면서 이 모든 조건 가운데 한 가지라도 결력 사유가 생겨 보라. 곧이어 들려오는 원망은 뻔하다.
"무슨 남자가 그것도 하나 제대로......"
물론 잘하면 좋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능력을 고루 갖춘 사람이 몇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당신이, 그리고 그가 그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리하여 나와, 당신과, 그는 평생을 그런 사람인 척 살아가야 하며 그 때문에 언제 어디서 "무슨 남자가......"또는 "남자가 쫀쫀하게......"라는 따위의 비난을 들을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세상이 남자에게 요구하는 잣대가 시시때때로 변한다는 것이다. 모처럼 멋을 부리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 한껏 멋을 내면 당장에 이런 소곤거림이 들려온다.
"어머, 무슨 남자가 겉모습에 저렇게 신경을 많이 쓴다니?"
이에 발끈하여 에이 씨, 하며 이번에는 옷차림에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으면
"남자가 저렇게 후줄근해서야 어디다 써먹겠니?"라는 소리를 바로 듣게 될 것이다. 도대체 어디다 장단을 맞추란 말인가. 이거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해결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비난 따위 신경쓰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모든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이삿짐을 나르는 날 힘이 없어 책상을 못 들 때 주인집 아줌마가 "무슨 남자가 여자보다 더 힘이 없어?"한다 해도 부끄러워 마라. 바보처럼 웃으며 "저는 원래 약골이에요. 허허헝."하면 그뿐이다. 까짓 '쪽팔림'은 한순간이니까. 친구가 돈을 빌려 달라 해도 "떼일까봐 못 빌려주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라. "쫀쫀한 놈"하는 볼멘소리 따위에는 "이제 알았냐?"라고 대꾸하면 그만이다. 정말 간단하다. 휴가 때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몇 시간씩 몰아 산으로 들로 바캉스를 떠나기가 힘들고 귀찮은가? 그럼 그냥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피곤한 심신을 추슬러라. 아내와 아이들이 "무슨 남자가 가족을 위할 줄 몰라." "우리 아빠는 왜 이래?"라고 칭얼거려도 한마디 쏘아붙이면 그만이다.
"다 네팔자다."
얼마나 편한가. 잠시 귀만 막는다면 그 안락함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와, 당신과, 그는 이 간단한 방법을 써먹을수 없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배워왔고 지금도 배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배울 것이 '남자란 모름지기......'인 터라 여간 모진 마음을 먹지 않는 다음에야 남자로서의 덕목을 포기할 수가 없다. 나는, 당신은, 그는 남자에게 덧씌워진 굴레를 마치 롤러코스터의 안전벨트라도 되는 양 스스로 꼭 붙잡고 놓지 못한다. 스스로 부여잡는 굴레. 세상에 이보다 더 완벽한 굴레가 또 어디 있을까?
남자는 괴롭다. 세상이 남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많아서 평생을 투자해도 다 이루지 못한다. 남자에게 미완성은 숙명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이상적인 남성상을 생전에 완성한 이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한 명도 없다. 얼마나 가깝게 갔느냐가 다를 뿐이다.
완벽한 남자의 모습에 보다 가깝게 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남자로서의 지혜다. 세상이 나에게, 당신에게, 그에게 요구하는 숱한 조건 가운데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것을 취해야 할지 현명하게 구분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이 요구하는 남성으로서의 조건 중에는 내던져버려도 될 것, 내 던져버려야 할 것들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남자는 남자이기에 괴롭다
여자보다 더 괴롭다는 게 아니라 그저 남자이기에 괴롭다.
자식이 고추를 달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르신들은 기뻐했지만, 그래서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정신적 · 육체적 고통을 더 받았다고 주장하고 또 실제로 그랬지만, 어르신들이 고추를 달았다는 이유로 기뻐함과 동시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그 굴레의 굵디굵은 사슬은 남자들의 어깨를 꿰뚫고 '기대'라는 저 높은 곳에 매달려 있어 평생 동안 벗으려야 결코 벗을 수 없다. 남자는 모름지기 어떠어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남자는 의당 어찌어찌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성격과 취향에 맞든 안 맞든 상관없다. 남자들은 그저 그 강요와 주장에 춤을 추듯 휩쓸린다.
남자에게 굴레를 덧씌우는 이는 누구인가. 남자라는 꼭두각시를 조종한는 얼레는 다름 아닌 세상 사람 전부다.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유식하든 무식하든 가리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들 남자에게 남자답기를 기대한다. 그 무리 속에는 심지어 당신 자신까지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은 남자에게 남자로서의 '성 역할'을 기대하고 그 기대는 굴레가 되어 당신을 얽어맨다.
기대라는 굴레는 개인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넌 우리 가문의 장손이여."하는 전통적인 요구에서부터 "남자가 쫀쫀하게......"하는 차마 듣기 민망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굴레의 형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게다가 그 굴레들은 하나같이 한 개인을 옥죄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남자는 모름지기 의리 있어야 하고 힘도 세야 하며 속물적인 가치 따위는 초월해야 함과 동시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뿐 만 아니라 무식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고 자신보다는 가족과 가문과 사회와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세상 살아가면서 이 모든 조건 가운데 한 가지라도 결력 사유가 생겨 보라. 곧이어 들려오는 원망은 뻔하다.
"무슨 남자가 그것도 하나 제대로......"
물론 잘하면 좋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능력을 고루 갖춘 사람이 몇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당신이, 그리고 그가 그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리하여 나와, 당신과, 그는 평생을 그런 사람인 척 살아가야 하며 그 때문에 언제 어디서 "무슨 남자가......"또는 "남자가 쫀쫀하게......"라는 따위의 비난을 들을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세상이 남자에게 요구하는 잣대가 시시때때로 변한다는 것이다. 모처럼 멋을 부리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 한껏 멋을 내면 당장에 이런 소곤거림이 들려온다.
"어머, 무슨 남자가 겉모습에 저렇게 신경을 많이 쓴다니?"
이에 발끈하여 에이 씨, 하며 이번에는 옷차림에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으면
"남자가 저렇게 후줄근해서야 어디다 써먹겠니?"라는 소리를 바로 듣게 될 것이다. 도대체 어디다 장단을 맞추란 말인가. 이거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해결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비난 따위 신경쓰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모든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이삿짐을 나르는 날 힘이 없어 책상을 못 들 때 주인집 아줌마가 "무슨 남자가 여자보다 더 힘이 없어?"한다 해도 부끄러워 마라. 바보처럼 웃으며 "저는 원래 약골이에요. 허허헝."하면 그뿐이다. 까짓 '쪽팔림'은 한순간이니까. 친구가 돈을 빌려 달라 해도 "떼일까봐 못 빌려주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라. "쫀쫀한 놈"하는 볼멘소리 따위에는 "이제 알았냐?"라고 대꾸하면 그만이다. 정말 간단하다. 휴가 때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몇 시간씩 몰아 산으로 들로 바캉스를 떠나기가 힘들고 귀찮은가? 그럼 그냥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피곤한 심신을 추슬러라. 아내와 아이들이 "무슨 남자가 가족을 위할 줄 몰라." "우리 아빠는 왜 이래?"라고 칭얼거려도 한마디 쏘아붙이면 그만이다.
"다 네팔자다."
얼마나 편한가. 잠시 귀만 막는다면 그 안락함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와, 당신과, 그는 이 간단한 방법을 써먹을수 없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배워왔고 지금도 배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배울 것이 '남자란 모름지기......'인 터라 여간 모진 마음을 먹지 않는 다음에야 남자로서의 덕목을 포기할 수가 없다. 나는, 당신은, 그는 남자에게 덧씌워진 굴레를 마치 롤러코스터의 안전벨트라도 되는 양 스스로 꼭 붙잡고 놓지 못한다. 스스로 부여잡는 굴레. 세상에 이보다 더 완벽한 굴레가 또 어디 있을까?
남자는 괴롭다. 세상이 남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많아서 평생을 투자해도 다 이루지 못한다. 남자에게 미완성은 숙명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이상적인 남성상을 생전에 완성한 이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한 명도 없다. 얼마나 가깝게 갔느냐가 다를 뿐이다.
완벽한 남자의 모습에 보다 가깝게 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남자로서의 지혜다. 세상이 나에게, 당신에게, 그에게 요구하는 숱한 조건 가운데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것을 취해야 할지 현명하게 구분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이 요구하는 남성으로서의 조건 중에는 내던져버려도 될 것, 내 던져버려야 할 것들도 분명히 존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