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사랑한다고 말해봐`

양지혜2007.05.24
조회36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봐`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봐`

 

 

 

 

 

오래전부터 시계대신 알람기능을 담당해버린

내 낡은 휴대용 통신 단말기가 자지러지게 울어대더군

귀머거리가 아닌 이상 나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매끄러운 녀석의 몸 귀퉁이에

툭 튀어나와있는 톤 조절키를 몇번 꾹꾹 눌렀지

이윽고 녀석의 울음은 잠잠해졌지만

이젠 눈꺼풀이란 놈이 도무지 올라가질 않는거야

샛눈을 떠 휴대폰을 집어들어보니

 

 - pm 08 : 30 이미 지각이였던거지 .

 

 

 

젠장 ,

욕실용 보라색 슬리퍼를 질질 끌어서는 거울속 부시시한 나를 무시한 채

칫솔위로 한가득 치약을 짜 입술 사이로 찔러넣어 한참 부벼댔지

뽀그르 거품이 묻어 올라오는 입사이를 몇번 오가다

그만 너무 힘을 준 탓일까,

툭 _

칫솔이 부러졌어

치약거품을 뱉어내니까 잇몸사이로 베어나오는 피들이 섞여

분홍의 물질들이 세면대 위에 떨어져

순식간에 물에 섞여 배수구로 흘러내려가더군

 

인상을 찌푸리며 고갤 들다가

거울 위로 뿌옇게 보이는 내 얼굴이 자꾸 희미하길래

목이 늘어진 연노랑 반팔티 앞부분을 끌어올려

거울을 닦는다고 닦았는데

여전히, 뿌옇더라고 -

눈에 뭐가 들어갔나 싶어

손등으로 좀 부비다가 뭔가 진득한게 묻어나길래

세면대 물을 틀어 헹구고보니 ......

입안을 행군것도 아닌데 붉은 물들이 ,

 

!!

 

난 재빨리 거울 앞으로 바싹 다가가

손가락으로 눈 위의 그것들을 제거하기 시작했지

피에 엉겨붙은 속눈썹 두개 ,

눈 주위는 피와 마스카라와 파운데이션으로 뒤범벅이였고 ,

 

큭 ...... 미련하기는 돌 같다며

밥상머리에선 항상 모서리에 앉지 말라던 어머니의 말이 머리를 스치더군

 

그래 , 내가 상처에 좀 둔감하긴 해

하지만 속눈썹이 눈을 찔러 피가나는 줄도 모르고 잠이 들었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한심할정도야 ..

 

 

 

대강 물기를 닦아내곤 말쑥한 얼굴로 방에 들어와서는

이틀전 Deric의 비번때 그의 멋진 police car에서

몰래 거들안에 감추어온 권총을 꺼내어 들었지

1917년형 45구경 리볼버 , 아주 멋진놈이야

핏물로 엉긴 눈꼽을 떼며 리볼버의 딱딱한 탄창에 입을 맞췄지 ,

널 떠올리며 .

혀끝에 느껴지는 '녹'맛에 혼자 입맛을 쩝쩝대기도하고 ,

큭큭큭......

 

 

준비됐어? 오늘이 그날이야

이 차가운놈은 탄피도 남기지 않아

아아 , 데릭에게는 아무 지장 없을꺼야 ,

걱정마 , 내 지문이 가득할테니까 .

널 무릅꿇여 앉힌 후에

그 이쁘고 맨들맨들한 이마 정 가운데에 쏴 주겠어 .

이 차가운놈이 회전식으로 총알을 내뱉는다는건 알어?

너의 뇌 조각들이

내 방 살구색벽지에 덕지덕지 튀길때면

이미 세상엔

연약한 블론드의 귀여운 네 머리는

반만 남겨져 내 발아래 쓰러져 있을꺼야 .

 

널 쏠테야 ,

쏘고 말겠어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

 

자 , 사랑한다고 한마디 해봐 .

내가 필요하다고 말해봐 , 어서 !

살려달란 그딴 말 말고 ,

사랑한다고 말하란 말이야 ,

어서 !!!!!!!!!!!!

 

 

 

 

 

 

 

 

 

 

 

 

 

 

 

 

 

 

 

 

"오늘도 칫솔을 부러트렸습니다. 잇몸출혈이 좀 심한데요 . "

 

걱정스런 표정의 간호사는

무심히 차트를 넘기는 의사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칫솔과 치약을 주지말고 , 구강청정제를 지급하면 되잖습니까?

어차피 출신도 불분명한 동양여자일 뿐인데 "

 

허여멀건한 얼굴을 하고있는 덩치큰 의사는

차트에 신경질적으로 사인을 하며 간호사에게 휙 던져주곤

다음 병실 창문을 지나쳐 앞으로 걸어간다

간호사는 창문 안을 멀뚱히 지켜본다

침대에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오른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듯 ,

검지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그녀

철컥 - 철컥 -

탄약이 빈 리볼버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해 ,

간호사도 서둘러

'망상성장애 환자'의 병실앞을 스쳐지나간다

 

 

 

"사랑한다고 말해 ......"

 

 

철컥 - 철컥 -

 

 

                                                                                                                  

 

                                                                           사랑한다고 말해봐 , 어서 ! 

 

 

 

 

 

 

 

(+)

Just Fiction.

 

-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