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케이스를 열어보니 커다란 하얀 종이에 촘촘한 글씨가 적혀있다. 그냥 읽으면 누군가 적어놓은 평범한 일기같은 글. 하지만 그 글을 버벌진트의 목소리가 훑고 지나가면 글 안에 절묘하게 숨겨졌던 라임들은 마치 자석에 딸려올라오는 모래 속 철가루 마냥 목소리에 감기며 그들만의 규칙으로 아름다운 실체를 드러낸다.▶`라임의 선구자` 버벌진트, 언더에서 벗어나다.1998년 조PD를 비롯한 당대 힙합 가수들을 잔인하게 디스한 `노자`와 `투 올 더 힙합 키즈(To All the Hip Hop Kids)` 두 곡으로 한국 힙합계에 `한글 라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버벌진트가 두번째 EP앨범 `페이버릿(Favorite)`을 발표했다.이번 앨범은 버벌진트가 언더그라운드의 힙합 마니아들의 품을 벗어나 일반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첫번째 음반이다."힙합에 충성하는 소수의 마니아 층과 교감하고 함께 즐기는 시간은 충분히 가진 것 같아요. 공일오비 스쿼드로 활동 하면서 제 음악을 향유하는 층을 조금이나마 넓혔다고 생각 합니다. 이번 앨범은 버거킹에 햄버거를 먹으러 간 학생부터 버거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버거킹 사장까지 모든 세대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어요"▶"음악은 게임…자연스럽게 마음 열도록 쉽게 다가갈 것"그의 바람대로 이번 앨범에는 날선 디스나 사회에 대한 구체적 비난 대신 조금은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사랑 이야기가 폭신한 혹은 끈적거리는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됐다."음악은 하나의 게임과 같다고 생각해요. 먼저 제 생각을 표현한 뒤 예상한대로 반응이 나오는지 지켜보는 게임이죠. 한국 사람들은 모난 음악에 대해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대중과 싸워서 귀를 열게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만들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그런 음악을 하는게 훨씬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해요"그런 의도였다면 타이틀곡 `페이버릿`은 버벌진트의 이긴 게임이다. 버벌진트는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래퍼`라는 단어의 울타리를 넘어 타이틀 곡에서 보컬로 분해 자신의 음악적 측면을 더욱 부각시켰다. `페이버릿`에서 버벌진트는 들뜬 마음마냥 둥실둥실 떠있는 플룻 소리와 따뜻한 멜로디를 통해 사랑을 전한다."만약 빠르고 날선 저의 랩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약간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버벌진트만의 세련된 음악적 감성을 즐기셨던 분들이라면 분명 이번에도 음반을 들으시면 만족하실거라고 생각해요"▶"라임은 랩의 원칙…삼행시에서 앞글자를 바꾸지는 않잖아요"`리빙 레전드`에서 버벌진트가 선보였던 `서커스같은` 랩에 열광했던 팬이라면 에픽하이가 피처링 참여한 4번 트랙 `내리막`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듯. 버벌진트는 특유의 파워풀하고 냉기도는 목소리로 `비트를 깔아 뭉개는` 랩을 선보인다.`라임의 선구자`라는 별명답게 버벌진트는 `라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원래 랩은 흑인들이 라임을 맞춰가며 흥을 돋우거나 누가 더 재치있게 상대를 비난하는지를 겨루다 생겨난 장르에요. 라임 없이 그냥 한글을 빨리 말하는 그런 랩은 껍데기만 따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3행시를 지을 때 앞글자는 정해진 글자로 시작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잖아요. 랩에 라임이 없는 건 3행시를 지으며 앞글자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라임은 하나의 룰이죠. 하지만 라임을 능가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규칙은 분명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수능 일주일 앞두고 라디오 랩 배틀 출전 위해 처음으로 랩 써버벌진트가 처음으로 랩을 시작하게 된 것도 바로 라임 때문.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서 영어과 밴드로 활동했던 버벌진트는 당시 인천방송에서 힙합 그룹 갱톨릭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들었다. 청취자가 참여해 전화로 랩배틀을 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버벌진트는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처음으로 랩을 만들어 배틀에 도전했다."당시 저는 외국 음악에 푹 빠져 살았는데 국내에서 랩을 하는 사람들은 라임도 문장 끝에 `다`를 맞추는 정도 밖에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시험 삼아 16소절, 약 50초 분량의 랩을 만들었죠. 창의성있는 학생들은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고등학교의 현실을 비난하는 치기 어린 내용이었어요(웃음). 라임을 맞춰서 선보인 당시 랩을 진행자 갱톨릭 분들이 듣고는 굉장히 신선했다는 반응을 보여주셨죠. 결국은 1등해서 문화 상품권도 받았어요(웃음)"▶ "새로운 음악의 향기를 전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자신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버벌진트는 이후 라임을 파고들게 됐다."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는 `내가 이런걸 만들지 않으면 아무도 이런 걸 모르겠다`, `내가 틀을 좀 만들어야겠다` 이런 건방진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제가 당시 `노자`, `투 올 더 힙합 키즈` 등의 음악을 통해 한국 힙합 음악에 던졌던 작은 돌맹이가 일으켰던 파문은 분명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추구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발자국을 남기고 뒤 따라 오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음악을 하고 싶어요"랩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한 사람이기보다는 새로운 음악의 향기를 전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버벌진트는 오는 6월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버벌진트, "랩에서 라임은 삼행시의 첫글자와 같다"
CD 케이스를 열어보니 커다란 하얀 종이에 촘촘한 글씨가
적혀있다. 그냥 읽으면 누군가 적어놓은 평범한 일기같은 글. 하지만 그 글을 버벌진트의 목소리가 훑고 지나가면 글 안에 절묘하게 숨겨졌던 라임들은 마치 자석에 딸려올라오는
모래 속 철가루 마냥 목소리에 감기며 그들만의 규칙으로
아름다운 실체를 드러낸다.
▶`라임의 선구자` 버벌진트, 언더에서 벗어나다.
1998년 조PD를 비롯한 당대 힙합 가수들을 잔인하게 디스한 `노자`와 `투 올 더 힙합 키즈(To All the Hip Hop Kids)`
두 곡으로 한국 힙합계에 `한글 라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버벌진트가 두번째 EP앨범
`페이버릿(Favorite)`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버벌진트가 언더그라운드의 힙합 마니아들의 품을 벗어나 일반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첫번째 음반이다.
"힙합에 충성하는 소수의 마니아 층과 교감하고 함께 즐기는 시간은 충분히 가진 것 같아요. 공일오비 스쿼드로 활동
하면서 제 음악을 향유하는 층을 조금이나마 넓혔다고 생각
합니다. 이번 앨범은 버거킹에 햄버거를 먹으러 간 학생부터 버거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버거킹 사장까지 모든 세대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어요"
▶"음악은 게임…자연스럽게 마음 열도록 쉽게 다가갈 것"
그의 바람대로 이번 앨범에는 날선 디스나 사회에 대한
구체적 비난 대신 조금은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사랑 이야기가 폭신한 혹은 끈적거리는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됐다.
"음악은 하나의 게임과 같다고 생각해요. 먼저 제 생각을
표현한 뒤 예상한대로 반응이 나오는지 지켜보는 게임이죠. 한국 사람들은 모난 음악에 대해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대중과 싸워서 귀를 열게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만들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그런 음악을 하는게 훨씬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도였다면 타이틀곡 `페이버릿`은 버벌진트의 이긴
게임이다. 버벌진트는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래퍼`라는
단어의 울타리를 넘어 타이틀 곡에서 보컬로 분해 자신의
음악적 측면을 더욱 부각시켰다. `페이버릿`에서 버벌진트는 들뜬 마음마냥 둥실둥실 떠있는 플룻 소리와 따뜻한 멜로디를 통해 사랑을 전한다.
"만약 빠르고 날선 저의 랩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약간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버벌진트만의 세련된 음악적 감성을 즐기셨던 분들이라면 분명 이번에도 음반을
들으시면 만족하실거라고 생각해요"
▶"라임은 랩의 원칙…삼행시에서
앞글자를 바꾸지는 않잖아요"
`리빙 레전드`에서 버벌진트가 선보였던 `서커스같은` 랩에 열광했던 팬이라면 에픽하이가 피처링 참여한 4번 트랙
`내리막`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듯. 버벌진트는
특유의 파워풀하고 냉기도는 목소리로
`비트를 깔아 뭉개는` 랩을 선보인다.
`라임의 선구자`라는 별명답게 버벌진트는 `라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원래 랩은 흑인들이 라임을 맞춰가며 흥을 돋우거나 누가
더 재치있게 상대를 비난하는지를 겨루다 생겨난 장르에요. 라임 없이 그냥 한글을 빨리 말하는 그런 랩은 껍데기만
따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3행시를 지을 때 앞글자는
정해진 글자로 시작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잖아요. 랩에
라임이 없는 건 3행시를 지으며 앞글자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라임은 하나의 룰이죠. 하지만
라임을 능가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규칙은 분명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 수능 일주일 앞두고 라디오 랩 배틀 출전 위해
처음으로 랩 써
버벌진트가 처음으로 랩을 시작하게 된 것도 바로 라임 때문.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서 영어과 밴드로 활동했던 버벌진트는 당시 인천방송에서 힙합 그룹 갱톨릭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들었다. 청취자가 참여해 전화로 랩배틀을
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버벌진트는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처음으로 랩을 만들어 배틀에 도전했다.
"당시 저는 외국 음악에 푹 빠져 살았는데 국내에서 랩을
하는 사람들은 라임도 문장 끝에 `다`를 맞추는 정도 밖에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시험 삼아 16소절, 약 50초 분량의 랩을 만들었죠. 창의성있는 학생들은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고등학교의 현실을 비난하는 치기 어린 내용이었어요(웃음). 라임을 맞춰서 선보인 당시 랩을 진행자 갱톨릭 분들이
듣고는 굉장히 신선했다는 반응을 보여주셨죠. 결국은
1등해서 문화 상품권도 받았어요(웃음)"
▶ "새로운 음악의 향기를 전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자신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버벌진트는 이후 라임을 파고들게 됐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는 `내가 이런걸 만들지 않으면
아무도 이런 걸 모르겠다`, `내가 틀을 좀 만들어야겠다`
이런 건방진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제가 당시 `노자`, `투 올 더 힙합 키즈` 등의 음악을 통해 한국 힙합
음악에 던졌던 작은 돌맹이가 일으켰던 파문은 분명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추구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발자국을 남기고 뒤 따라 오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음악을 하고 싶어요"
랩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한 사람이기보다는
새로운 음악의 향기를 전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버벌진트는 오는 6월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