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영화'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불법 단체의 난립, 보물 찾기, 해군과의 대립, 의리와 배신, 미신과 저주......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번 캐리비안은 이 모슨 요소를 다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캐리비안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다. 코믹을 바탕으로 깔고 꼬인 그물망처럼 복잡한 이해관계와 상황들 속으로 관객들을 밀어 넣는다.
그래서 조금은 문제가 있다. 잭 스페로우, 윌 터너, 엘리자벳 스완,(이상 주연급) 데비 존슨, 배켓, 바르보사, 칼립소, 깁스, 빌 터너, 샤오핑,(이상 조연급) 스완의 아버지와 약혼녀, 난장이 마틴, 애꾸눈과 주요 선원들......(그외 개인들의 이름까지 기억할 수 없는 단역급) 영화를 본사람도 저 위에 나열한 극중 이름들 중에서 모르는 이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됬을까?
1편과 2편은 전혀 다른 스토리로 따로 논다. 1편은 더치호 같은 건 나오지도 않고 블랙펄을 놓고 바르보사와 잭이 대립을 한다. 그리고 거기 저주라는 아이콘이 첨가되있다. 2편은 바르보사가 등장하지 않고(마지막 장면에 나오지만 그건 3편의 예고를 위한 등장이다) 새로운 적수가 나타나 대립을 한다. 1편과 2편의 스토리 설정상 연결고리를 찾으라면 윌의 아버지가 데비 존슨에게 잡혀 있는 것 정도랄까?
그런데 3편은 그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4년 전 1편에서 등장하고 2편에선 존재감조차 없었던 인물들이 긴박한 순간에 튀어나와 중요한 행동을 하고, 거의 잊혀져서 기억도 잘 안나는 인물이 자기소개도 없이 주요인물이 되어 등장한다. 전편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설정을 기억해 달라는 의도일까? 좋다 그럼 기억해 주겠다.
1편에 설정을 보면 바르보사는 블랙펄의 갑판장이었다. 선상난동으로 잭을 몰아내고선장이 되었다. 그 후 저주에 빠지고 잭이 돌아오면서 저주를 풀고 반역자 바르보사를 몰아낸다는 스토리다. 그런데 3편에서 보면 해적영주들의 모임이 있다. 세계 해적 연맹을 대표하는 9명의 영주들이 모인다. 그런데 스완은 샤오핑의 후계자가 됐으니까 그렇다 치고, 바르보사와 잭이 똑같이 9대 영주중 한명이다. 그러니까 대등한 영주끼리 같은 배안에서 선장과 갑판장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너무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졌다. 사실 2편은 조금 실망이었다. 뭐 여하튼 스토리와 모든 등장인물들 사이에 이해관계와 배신상황을 일일이 이해하면서 보고 싶다면 1편과 2편을 필수적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높이 사는 것은 적도 적이 아니고 아군도 아군이 아닌 해적다운 대립상황이다. 그리고 그 판도가 계속 바뀌고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고, 그래서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이해가 안되도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단, 이해를 한다면 더 재밋게 영화를 즐길 것이다.
가려진 서사와 드러난 서사 중 한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서사 이해를 전혀 못해도 해양 액션을 좋아한다면 영상만 즐길 수도 있다. 그냥 즐긴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1편과 2편을 아우르면서 동시에 해적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고 있다. 소재나 장면도 그렇고 스토리와 인물관계에서도 그 이상이다. 전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모두 첫등장이라면 어떻게 이해 하겠는가.
비현실적이면서 그래서 더욱 캐리비안에 어울리는 몇 장면만 꼽아보겠다.
1. 세상에 끝은 물이 떨어지는 폭포다.
(이는 설정의 문제인데, 중세 유럽 해적시대의 세계관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정통 해양 액션이라고 칭할만하다. 해정만화 원피스에서는 지구가 둥굴다는 설정이 나온다. 비교해 보라.)
2. 해가 지는 것이 아니라 해가 뜨는 것이겠지.
(아 놀랍지 않은가? 나 혼자만 그랬나? 하긴 뭐 저승에서 빠져 나올려면 뭔가 다른 색다른 발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또 중요한 것은 방법을 알아낸 후 잭의 행동이다. 해적답지 않은가? 아니 잭 다운가?)
3. 아하하, 아하핫, 화약이 물에 젖었네?
(저승을 빠져나온 직후 다들 총을 꺼내들고 서로를 켜누는 장면이다. 동상이몽, 아니 동상사몽정도일까? 이 부분에서 대사를 하나라도 놓치면 이들의 대립관계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다. 1편과 2편을 안본 사람들은 어차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할 얘기를 다 하면서도 빠르게 넘겨버리고 있다.)
4. 해적연맹과 해정왕의 협상
(배캣이 9개의 은화를 다 모은 것 같았는데 어떻게 이들은 은화를 내놓을까? 오오! 과연 캐리비안 답다. 또한 잭의 지지로 해적왕이 된 스완이 그 권한을 이용해서 윌을 대려오고 잭을 죽음의 지역으로 던져버리는 장면. 그리고 태연하게 말한다. 잭 덕분에 해적왕이 되었어요.)
5. 칼립소
(왜 하필 게인가? 라는 생각이 끈이지 않았다. 난 처음에 해골인줄 알았다. 해골에 파묻혀서 배가 부서지기라도 했다면 좀더 저주다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칼립소가 해방 된 후 한 일이 고작 소용돌이 하나 만든 것 밖에 없다. 이해한다. 2시간 40분 이상의 런닝타임. 그래도 다 다루지 못한 너무 많은 이야기. 꽉찬 영화가 좋다.)
6. 결혼식
(윌이 말한다.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어!' 정말 그렇다. 뒤에 가면 정말 그때가 아니면 시간이 없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서사 진행을 위해서 억지로 저렇게 무리하게 결혼을 시키는구나! 사실 무리다.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부터 이 영화에서 리얼리티를 찾았나? 화려하지 않은가? 그냥 전투는 잭이 싸우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하다. 재밋지 않은가? 어지럽지 않은가? 캐리비안 답지 않은가? 다른 어떤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즐기겠는가?)
7. 망자의 함. 이걸 놔야 해? 말아야 해?
(2편을 안 본 사람은 망자의 함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저 상자가 중요한 거군'정도의 상상 밖에 할 수 없다. 중간에 잠시 망자의 함이 열리는데 정말 눈이 터질 정도로 자세히 봐야한다. 하여간에 이 장면은 더치맨 마스트 위에서 결투를 벌이는 잭과 데비존슨의 이야기다. 이 장면에서 두 배의 메인 마스트가 엉겨 붙는데, 이로서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가던 두배가 서로를 의지하여 버티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측면을 마주보게 되어 근거리 직격과 육탄톨격이 더 용이해 진다. 마스트 꼭대기에서는 충돌의 여파로 잭은 떨어지고 존슨은 버틴다. 그런데 순간 잭이 들고 있던 망자의 함을 잡은 존슨. 본의 아니게 잭의 생명을 구하게 된 셈이다. 지금이라도 손을 놓으면 잭을 죽일 수 있는데, 함은 어떻하나?)
8. 이건 사업일 뿐이야.
(배켓의 마지막 대사. 부서지는 배에 혼자 남아 마지막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파멸을 묘사하는 전형적인 영상이긴 하다.)
9. 요호, 요호~ 해적은 바다를 떠돌 뿐.
(어쩌면, 영원히 바다를 떠돌아야 하는 데비 존슨의 저주는 해적에게 있어서 축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잭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배신을 당하고, 빈털털이가 되고, 세상에 혼자 남아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운명의 나침반은 항상 바다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잭은 주인공이며 이해관계 대립에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다. 사랑? 돈? 명예? 정의? 승리? 아무 것도 강렬히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심지어 블랙펄이 사라져도 천하태평이다. 그는 생존을 원하고 바다를 원하는 가장 원초적인 해적이다.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서 해적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약간의 한계도 보였다.)
10. 보너스 신
(길고 긴 제작진 이름이 지나가고 1분 남짓의 마지막 보너스 영상이 나온다. 극장에 마지막까지 남아 기다렸다. 꽉 차 있던 상영관에 20여명 정도 남아서 보너스 신을 보았다. 만일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생각이라면 기다려서 보길 바란다. 어떤 내용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어차피 지금까지 스포일러 다 했지만 이 부분은 말 안하겠다. 영화를 봤어도 먼저 나간 사람들은 못 본 장면이니까.)
누군가는 이 마지막 장면(9번 장면)을 보면서 4편이 나올 것을 예고하기도 한다. 절대 부정은 못하겠다. 하지만 4편의 예고는 절대 아니다. 1편의 엔딩과 상당히 비슷한데 1편의 엔딩이 2편의 예고인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짜맞추기일 뿐이다. 잭이 결혼을 해서 정착을 하거나 바다를 포기하거나 죽지 않는 이상 그가 무엇을 할거라고 생각하는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할 줄 아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은 바다를 떠도는 해적질 뿐인데 바다로 나가면서 끝나는 엔딩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전형적인 엔딩이다. 동시에 마냥 헤피엔딩은 아니다. 그래서 멋지다.
난 개인적으로 4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여기서 그만 나와도 좋겠다. 기획된 시리즈라서 그런지 몰라도 2편이 나오고 만 1년도 안되서 개봉했다. 빠른 제작에 감사한다. 두편으로 나눠도 될 정도의 긴 서서를 압축해서 한편에 집어 넣었다. 덕분에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쉴틈 없이 몰아부치는 압박이 있어서 좋았다. 이런 장르의 영화가 나오면 일단 본다. 그리고 실망한 적도 많다. 하지만 캐리비안 시리즈는 1편부터 지금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캐리비안
'해적영화'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불법 단체의 난립, 보물 찾기, 해군과의 대립, 의리와 배신, 미신과 저주......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번 캐리비안은 이 모슨 요소를 다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캐리비안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다. 코믹을 바탕으로 깔고 꼬인 그물망처럼 복잡한 이해관계와 상황들 속으로 관객들을 밀어 넣는다.
그래서 조금은 문제가 있다. 잭 스페로우, 윌 터너, 엘리자벳 스완,(이상 주연급) 데비 존슨, 배켓, 바르보사, 칼립소, 깁스, 빌 터너, 샤오핑,(이상 조연급) 스완의 아버지와 약혼녀, 난장이 마틴, 애꾸눈과 주요 선원들......(그외 개인들의 이름까지 기억할 수 없는 단역급) 영화를 본사람도 저 위에 나열한 극중 이름들 중에서 모르는 이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됬을까?
1편과 2편은 전혀 다른 스토리로 따로 논다. 1편은 더치호 같은 건 나오지도 않고 블랙펄을 놓고 바르보사와 잭이 대립을 한다. 그리고 거기 저주라는 아이콘이 첨가되있다. 2편은 바르보사가 등장하지 않고(마지막 장면에 나오지만 그건 3편의 예고를 위한 등장이다) 새로운 적수가 나타나 대립을 한다. 1편과 2편의 스토리 설정상 연결고리를 찾으라면 윌의 아버지가 데비 존슨에게 잡혀 있는 것 정도랄까?
그런데 3편은 그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4년 전 1편에서 등장하고 2편에선 존재감조차 없었던 인물들이 긴박한 순간에 튀어나와 중요한 행동을 하고, 거의 잊혀져서 기억도 잘 안나는 인물이 자기소개도 없이 주요인물이 되어 등장한다. 전편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설정을 기억해 달라는 의도일까? 좋다 그럼 기억해 주겠다.
1편에 설정을 보면 바르보사는 블랙펄의 갑판장이었다. 선상난동으로 잭을 몰아내고선장이 되었다. 그 후 저주에 빠지고 잭이 돌아오면서 저주를 풀고 반역자 바르보사를 몰아낸다는 스토리다. 그런데 3편에서 보면 해적영주들의 모임이 있다. 세계 해적 연맹을 대표하는 9명의 영주들이 모인다. 그런데 스완은 샤오핑의 후계자가 됐으니까 그렇다 치고, 바르보사와 잭이 똑같이 9대 영주중 한명이다. 그러니까 대등한 영주끼리 같은 배안에서 선장과 갑판장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너무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졌다. 사실 2편은 조금 실망이었다. 뭐 여하튼 스토리와 모든 등장인물들 사이에 이해관계와 배신상황을 일일이 이해하면서 보고 싶다면 1편과 2편을 필수적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높이 사는 것은 적도 적이 아니고 아군도 아군이 아닌 해적다운 대립상황이다. 그리고 그 판도가 계속 바뀌고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고, 그래서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이해가 안되도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단, 이해를 한다면 더 재밋게 영화를 즐길 것이다.
가려진 서사와 드러난 서사 중 한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서사 이해를 전혀 못해도 해양 액션을 좋아한다면 영상만 즐길 수도 있다. 그냥 즐긴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1편과 2편을 아우르면서 동시에 해적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고 있다. 소재나 장면도 그렇고 스토리와 인물관계에서도 그 이상이다. 전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모두 첫등장이라면 어떻게 이해 하겠는가.
비현실적이면서 그래서 더욱 캐리비안에 어울리는 몇 장면만 꼽아보겠다.
1. 세상에 끝은 물이 떨어지는 폭포다.
(이는 설정의 문제인데, 중세 유럽 해적시대의 세계관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정통 해양 액션이라고 칭할만하다. 해정만화 원피스에서는 지구가 둥굴다는 설정이 나온다. 비교해 보라.)
2. 해가 지는 것이 아니라 해가 뜨는 것이겠지.
(아 놀랍지 않은가? 나 혼자만 그랬나? 하긴 뭐 저승에서 빠져 나올려면 뭔가 다른 색다른 발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또 중요한 것은 방법을 알아낸 후 잭의 행동이다. 해적답지 않은가? 아니 잭 다운가?)
3. 아하하, 아하핫, 화약이 물에 젖었네?
(저승을 빠져나온 직후 다들 총을 꺼내들고 서로를 켜누는 장면이다. 동상이몽, 아니 동상사몽정도일까? 이 부분에서 대사를 하나라도 놓치면 이들의 대립관계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다. 1편과 2편을 안본 사람들은 어차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할 얘기를 다 하면서도 빠르게 넘겨버리고 있다.)
4. 해적연맹과 해정왕의 협상
(배캣이 9개의 은화를 다 모은 것 같았는데 어떻게 이들은 은화를 내놓을까? 오오! 과연 캐리비안 답다. 또한 잭의 지지로 해적왕이 된 스완이 그 권한을 이용해서 윌을 대려오고 잭을 죽음의 지역으로 던져버리는 장면. 그리고 태연하게 말한다. 잭 덕분에 해적왕이 되었어요.)
5. 칼립소
(왜 하필 게인가? 라는 생각이 끈이지 않았다. 난 처음에 해골인줄 알았다. 해골에 파묻혀서 배가 부서지기라도 했다면 좀더 저주다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칼립소가 해방 된 후 한 일이 고작 소용돌이 하나 만든 것 밖에 없다. 이해한다. 2시간 40분 이상의 런닝타임. 그래도 다 다루지 못한 너무 많은 이야기. 꽉찬 영화가 좋다.)
6. 결혼식
(윌이 말한다.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어!' 정말 그렇다. 뒤에 가면 정말 그때가 아니면 시간이 없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서사 진행을 위해서 억지로 저렇게 무리하게 결혼을 시키는구나! 사실 무리다.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부터 이 영화에서 리얼리티를 찾았나? 화려하지 않은가? 그냥 전투는 잭이 싸우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하다. 재밋지 않은가? 어지럽지 않은가? 캐리비안 답지 않은가? 다른 어떤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즐기겠는가?)
7. 망자의 함. 이걸 놔야 해? 말아야 해?
(2편을 안 본 사람은 망자의 함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저 상자가 중요한 거군'정도의 상상 밖에 할 수 없다. 중간에 잠시 망자의 함이 열리는데 정말 눈이 터질 정도로 자세히 봐야한다. 하여간에 이 장면은 더치맨 마스트 위에서 결투를 벌이는 잭과 데비존슨의 이야기다. 이 장면에서 두 배의 메인 마스트가 엉겨 붙는데, 이로서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가던 두배가 서로를 의지하여 버티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측면을 마주보게 되어 근거리 직격과 육탄톨격이 더 용이해 진다. 마스트 꼭대기에서는 충돌의 여파로 잭은 떨어지고 존슨은 버틴다. 그런데 순간 잭이 들고 있던 망자의 함을 잡은 존슨. 본의 아니게 잭의 생명을 구하게 된 셈이다. 지금이라도 손을 놓으면 잭을 죽일 수 있는데, 함은 어떻하나?)
8. 이건 사업일 뿐이야.
(배켓의 마지막 대사. 부서지는 배에 혼자 남아 마지막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파멸을 묘사하는 전형적인 영상이긴 하다.)
9. 요호, 요호~ 해적은 바다를 떠돌 뿐.
(어쩌면, 영원히 바다를 떠돌아야 하는 데비 존슨의 저주는 해적에게 있어서 축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잭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배신을 당하고, 빈털털이가 되고, 세상에 혼자 남아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운명의 나침반은 항상 바다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잭은 주인공이며 이해관계 대립에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다. 사랑? 돈? 명예? 정의? 승리? 아무 것도 강렬히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심지어 블랙펄이 사라져도 천하태평이다. 그는 생존을 원하고 바다를 원하는 가장 원초적인 해적이다.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서 해적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약간의 한계도 보였다.)
10. 보너스 신
(길고 긴 제작진 이름이 지나가고 1분 남짓의 마지막 보너스 영상이 나온다. 극장에 마지막까지 남아 기다렸다. 꽉 차 있던 상영관에 20여명 정도 남아서 보너스 신을 보았다. 만일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생각이라면 기다려서 보길 바란다. 어떤 내용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어차피 지금까지 스포일러 다 했지만 이 부분은 말 안하겠다. 영화를 봤어도 먼저 나간 사람들은 못 본 장면이니까.)
누군가는 이 마지막 장면(9번 장면)을 보면서 4편이 나올 것을 예고하기도 한다. 절대 부정은 못하겠다. 하지만 4편의 예고는 절대 아니다. 1편의 엔딩과 상당히 비슷한데 1편의 엔딩이 2편의 예고인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짜맞추기일 뿐이다. 잭이 결혼을 해서 정착을 하거나 바다를 포기하거나 죽지 않는 이상 그가 무엇을 할거라고 생각하는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할 줄 아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은 바다를 떠도는 해적질 뿐인데 바다로 나가면서 끝나는 엔딩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전형적인 엔딩이다. 동시에 마냥 헤피엔딩은 아니다. 그래서 멋지다.
난 개인적으로 4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여기서 그만 나와도 좋겠다. 기획된 시리즈라서 그런지 몰라도 2편이 나오고 만 1년도 안되서 개봉했다. 빠른 제작에 감사한다. 두편으로 나눠도 될 정도의 긴 서서를 압축해서 한편에 집어 넣었다. 덕분에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쉴틈 없이 몰아부치는 압박이 있어서 좋았다. 이런 장르의 영화가 나오면 일단 본다. 그리고 실망한 적도 많다. 하지만 캐리비안 시리즈는 1편부터 지금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