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배준홍2007.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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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년동안 난 거의 매일 아침마다

 

아버지한테 이끌려서 등산을 다녔었어.

여섯시에 일어나서 한 시간 반 등산하고 학교에 갔었는데,

사실 그 나이에

 

매일 아침에 등산가고 싶어하는 애가 몇이나 되겠냐?

가기 싫어서 고함도 질러봤고 꾀병은 내 18번이었고

머리 좀 굴려서 등산로 입구까지 따라갔다가

신발끈 묶는 척 하면서 아버지랑 동생이 살짝 멀어지면

집으로 냅따 뛴 적도 있었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40분 넘게 버텨 본 적도 있었지.

그러던 어느날 아침이었어. 그 날도 어김없이 등산중이었지.

그런데 산 중턱쯤 가서 배가 살살 아픈거야.

이건 찬스다 싶어서

진짜 미칠 것 같다고 집에 빨리 가야겠다고 아버지한테 말했더니

일단 닥치고 풀숲에 들어가서 싸라는거야.

죽어도 못 하겠다고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계속 등산을 하는데

이번엔 진짜로 너무 급한거야.

어쩔 수 없이 닥치고 풀숲에 들어가서 뿌지직 댔어.

내 인생 최고의 배변이라고 할 만큼 통쾌했었는데

대충 볼일을 보고 나니까 이성이 돌아오면서

뒤처리가 심히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거야.

어쩔까 고민하다가 답이 안 나와서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아버지한테 휴지 좀 달랬더니

잠시 후 풀숲을 헤치면서 들어온 아버지가 뭔가를 내미시더라.

“아빠, 이게 뭐야??????”

“옛날엔 다 이렇게 닦았어.

 

 뒷면은 까칠까칠해서 다칠 수도 있으니까

 부드러운 앞면으로 닦아라.”

대체 똥 딱는데 다칠일이 뭐람? 하며

 

아버지가 내민 걸 바라보았더니,

 

이런 damn.. 호박잎이더라.

그 날은 똥 딲는데만 30분이 걸린 날이었던 것 같아.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그 사건.

근데 요즘 이렇게 흔치않은 경험을

 

나만 하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내 아들한테 써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