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프랜시스- 흥분 중 발췌

방지현200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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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동안 내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면서 물고기가 수면에 모습을 나타내듯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를, 관련이 없는 사실들이 자연적으로 하나의 공식을 이루고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단서를 확실하게 잡은 것도 아니었다. 전자계산기라도 충분한 자료를 입력하지 않으면 답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상대방이 흘끔 곁눈질로 나를 보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스스로를 질 나쁜 인간 처럼 보이게 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사다리를 올라왔다. 세실이 토요일 밤의 술을 퍼마시고 비틀 거리며 올라오는가 했더니 뜻밖에도 젤리였다. 그는 올라와서 내 옆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기운이 없어보였다.

"댄."

"응?"

"오늘 댄이 없어서 식당에서도 재미가 없었어."

"그래?"

"으음."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만화 사왔어. 읽어 줄 테야?"

" 내일하자."

나는 피로하였다.

그는 잠시 아무말 없이 생각을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댄!"

"뭐야?:

"어쩐지 미안한데.."

"왜?"

"오늘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웃고 그래서... 잘못했어. 댄은 오토바이도 태워주고 그러는데, 오토바이 타는 거 정말 좋아."

"걱정 마, 젤리"

"모두들 댄을 놀리길래 같이 그러는 게 잘하는 건 줄 알았어. 그렇게 하면 함께 데리고 가주니까."

"알고 있어, 젤리. 걱정하지마, 아무것도 아냐."

"내가 실수 했을 때 댄은 언제나 웃지 않았는데.."

"그런 일은 잊어버려."

"난 엄마를 생각하고 있었어." 그는 이마에 주름을 모으고 말했다.

"언젠가 엄마는 마룻바닥을 닦는 일을 했지. 어떤 사무실에서 말이야. 집에 돌아오면 아주 지쳐 쓰러지고 말았지. 그때 엄마는 마루 닦는 일은 할 게 못된다고 말했어. 등뼈가 아픈 병이 생긴다고 그랬던 게 기억나."

"그래?"

"등이아파, 댄?"

"조금."

기쁜 듯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엄마는 모든 걸 다 알아,"

 

젤리는 침대를 삐거덕 거리면서 몸을 앞뒤로 흔들고 생각이 모아지지 않은 침묵에 잠겨있었다. 나는 그의 사과 방식에 감동하였다.

 

 

커다란 책상위에 책이며 종이가 흩어져 있었따. 책장, 파란 색 커버를 씌운 침대, 옷장, 벽에 붙여 짠 벽장과 편안해 보이는 의자가 둘 있었다. 차분한 느낌의 방이다.

 

 공부하기 좋은 방이다. 더 이상 서서 생각하고 있으면 부러움에 쫓기리라는 마음이 들었다. 부모의 죽음으로 인하여 내가 잃어버린 것은 이것이었던 것이다. 공부할 시간과 자유.

 

 

이 지구가 얼마나 아름답고, 거기사는 원인류는 얼마나 사악한가. 금전욕, 파괴, 냉혹, 권력 욕의 포로가 된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이란 지혜가 있고 사리가 있으며 현명하다는 의미이다. 이 무슨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이 처럼 아름다운 지구라면 좀 더 아름답고 올바른 인류를 만들어 내야 하지 않겠는가. 애덤스나 핸버 같은 사람을 만들었으니,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