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삼성…어떻게 달라질까

조민규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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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삼성…어떻게 달라질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 삼성의 이상민(35)이다.

이상민 본인은 아직 울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삼성 구단은 표정관리하기에 바쁘다. 서장훈을 잃어 전력에서 큰 손해를 볼 것 같았지만, 이상민이라는 생각지도 않은 거물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상민이 가세한 다가올 시즌의 삼성이 어떻게 달라질 지 전망해본다.

▲ 높이에서 스피드로 전환

삼성은 지난 2002년 서장훈이 입단한 이후 줄곧 높이의 팀이었다. 그러나 서장훈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특히, 빠른 스피드로 중무장한 포인트가드 주희정(KT & G)이 서장훈과 궁합을 이루지 못하면서 서장훈 입단 첫 3시즌 동안 최고성적 4강에 만족해야했다.

주희정을 트레이드하고 외국인선수 선발을 기존 가드-센터에서 포워드-센터로 바꿔 서장훈을 통한 높이의 효과를 살리는데 주력한 뒤에야 플레이오프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시즌에도 삼성은 서장훈과 올루미데 오예데지를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높이의 농구를 구사했다.

하지만 서장훈이 떠나고 이상민이 가세함으로써 팀컬러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아무래도 높이에서 스피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시즌 서장훈과 이규섭이 도하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자리를 비운 동안 삼성은 스피드 농구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당시 강혁·이원수·이정석 등 가드들은 강력한 압박수비로 상대 공격을 틀어막고 곧장 속공에 가담하는 한 템포 빠른 농구를 펼쳤고, 삼성은 아시안게임 동안 9승6패라는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상민도 스피드 농구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KCC 전신인 대전 현대 시절 최고의 속공전개능력을 뽐냈다. 물론 속공을 전개하는 데에는 여러 선수들의 힘이 있어야 한다. 그 당시 현대에는 속공의 제1선을 담당하는 조성원과 뒤따라 속공에 가담하는 조니 맥도웰이 있었다. 삼성에도 그런 선수들이 있다. 강혁과 이원수는 속공 마무리에 남다른 능력이 있고 이규섭도 곧잘 속공에 가담한다. 외국인선수를 어떤 타입으로 뽑느냐 여부에 따라 삼성의 스피드는 배가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이상민이 노장이고 체력적인 부담이 있지만, 이정석·이원수·임휘종 등 포인트가드진이 풍부해 출전시간만 잘 조절하면 큰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라는 지적.

▲ 완성도 높은 농구 기대

삼성은 서장훈이라는 우승 보증수표를 5시즌 동안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우승 1회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정규리그 우승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서장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으며 완성도 높은 농구를 구사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론 2006년 플레이오프에서 7전 전승을 거둔 삼성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지난 시즌 삼성은 서장훈의 높이와 강혁의 스피드를 놓고 팀컬러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마지막까지 답을 내놓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높이의 절대적 우위는 사라졌지만, 이상민-강혁-이규섭이라는 안정된 백코트 라인을 형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선수 선발이라는 관건이 있으나 이상민-강혁이라는 백코트 듀오는 10개 구단 중 최강이라 해도 무방하며 이규섭도 식스맨보다는 주전으로 뛸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서장훈 효과는 사라졌으나 오히려 방향타가 확실해짐으로써 완성도 높은 농구를 추구할 수 있게 된 것. 사실 안준호 감독이 입버릇처럼 말한 높이와 스피드의 양립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관건은 이상민의 적응과 활용이다. 지난 10년간 현대-KCC에서만 활약해온 이상민은 그동안 코트 안에서 철저하게 팀을 장악하며 지휘했다. 특히 토털농구, 정통농구 대부분의 공격이 이상민의 손끝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CC의 절대적인 중심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이상민은 냉철한 카리스마로 팀의 경기운영과 공수 조율을 끊고 맺었다. 이상민이 삼성이라는 새로운 팀에서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빨리 적응해 KCC 시절 같은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인 것. 또한, 우리나이 36살의 노장이 된 이상민의 출전시간과 활용방안을 효과적으로 이끌어야할 안준호 감독의 역할도 중요하다.

▲ 관중증대 효과 기대

삼성 프런트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상민이라는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를 영입해 관중증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은 농구명가를 자부하고 있으나 프로 출범 후 그 명성과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았다.

특히, 관중동원에서 애를 먹었다. KCC나 대구 오리온스 같은 전국구 인기팀들이 삼성의 홈구장인 잠실실내체육관을 방문하면 마치 삼성이 원정팀인 것 같은 느낌을 준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삼성 구단 나름대로 관중동원을 위해 애썼으나 효과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민이라는 슈퍼스타의 가세는 이 고민을 일거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덧 30줄 중반을 넘긴 노장인데다 두 아이를 둔 가장이 된 이상민이지만 관중동원능력은 프로농구 최고다. 프로농구 올스타 선발이 팬투표로 전환된 2001-02시즌부터 6시즌 연속 올스타 최다득표 1위의 영예를 안은 게 그 증거. KCC의 홈인 전주실내체육관은 언제나 매진사례였고 KCC가 가는 곳은 언제나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관중동원이 쉽지 않은 팀들은 KCC가 원정경기를 치를 때마다 '이상민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삼성도 그 중 한 팀이었다.

하지만 이제 삼성에게 이상민은 '우리팀 선수'가 됐다. 서울에 뿌리내린 지 6년이 지났음에도 관중동원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소식도 없다. 전력강화 만큼이나 고무적인 대목.

이상민의 이적이 확정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삼성의 구단 홈페이지는 1000명의 회원이 새로 가입했으며 팬클럽 회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이상민 효과'가 시작된 것. 조용하기 그지없었던 잠실실내체육관이 다가올 시즌에는 관중증대와 함께 매 경기 시끌벅적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더불어 그간 비인기구단에 가까웠던 삼성도 이제는 원정을 홈으로 쓰는 인기구단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