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주년 아빠가 엄마에게 쓴글...

홍진우2007.06.02
조회43

저희 아빠가 엄마를 위해 쓴 아름다운 글입니다... 결혼 20주년부터 써오신 글... 엄마 생신날

엄마에게 전달된... 아빠의 마음이 깃 든 한편의 글...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너무 외소하다.. 머 이렇게 보실지는 몰라도

저는 그렇게 생각안합니다 실천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하루이틀 걸쳐서 완성된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말 아빠가 엄마를.. 무척 사랑하고 계시구나.. 하고 마음에 와다았습니다.

 

내 사랑 그대

 

 어두운 밤에 밀려오는 바다 물결이 항구의 불빛을 받아 빛을 발하듯, 내 가슴은 아름답게 울렁거렸습니다. 바위에 부딪혀 찬란하게 부서지는 별처럼, 파도는 내 안에 환상의 은하수를 그렸던 것입니다.

 그대를 만나는 시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열차를 탔습니다. 그대의 무엇이, 어떻게, 왜 좋은지 몰랐지만, 그냥 그렇게 무작정 끌렸습니다.

 함께하는 시간 내내 나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그대의 눈동자는 흐르는 물빛처럼 열롱하였습니다. 아쉬운 시간이 흘러 헤어져야 할 때면, 마주잡은 두 손을 서로 꼭 쥐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열차를 타고 밤새 여행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서로 집까지 바래다준다면서 그렇게 왔다 갔다 했던 것입니다. 그 뜨거운 가슴에 겨울바람도 훈훈하였습니다.

 

 1985년 1월 26일 토요일. 하얀 면사포를 곱게 차린 그대는 신부대기실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긴장하여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내가 내민 손을 잡고서야 겨우 일어섰습니다.

 연신 헤헤거리던 나는, 신랑 입장이라는 소리에 큰 걸음으로 씩씩하게 식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어, 하얀 옷의 천사가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신부를 맞이하여 팔짱을 끼는 법과 각각 서 있어야 하는 위치를 몰라, 자리를 바꿔가며 빙글빙글 돌아야 했습니다. 예식장은 곧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신랑이 내내 해죽거리며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고 있었으므로, 틀림없이 딸을 낳을 것이라고 다들 수군거렸습니다.

 제주도를 향한 여객기의 창밖에서 포근한 솜사탕이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살포시 눈을 감은 그대는 나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행복한 꿈을 꿉니다.

 성산포의 세찬 바람에 그대의 머리카락이 흩날려 나의 얼굴을 간질입니다. 산뜻하니 기분이 맑았습니다.

 맑고 커다란 눈동자가 촉촉이 젖어 나를 바라봅니다.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내 손가락을 그대의 붉은 두 뺨에 갖다 대었습니다. 작은 새의 가슴 속 털처럼 부드럽습니다. 나는 그대의 날개옷을 잡고 천산을 날아 오르는 신선입니다.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빨간 망토를 나부끼며 우주를 유영하는 슈퍼맨이 됩니다. 황홀합니다.

 천상에서 죄를 짓고 쫓겨난 그대와 나는 억겁세월을 돌고 돌며 윤회하다, 오늘 영원의 인연으로 맺어진 것입니다. 천년의 세월을 구름으로 여행하고 기다렸던 것입니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그대를 향하여 흐릅니다.

 

 목련꽃 피는 4월. 그대는 마루 위에서 햇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갸름하고 애띤 얼굴은 물론, 손과 발목이 가늘어 애처롭습니다.

 그대는 마룻바닥에 한 손을 짚고,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배를 어루 만지며 속삭입니다.

 "아가야, 건강하게 잘 자라라."

 그 말을 들었는지 뱃속에 있는 놈이 발길질을 하고 있습니다. 축구 선수로 키워야 할 모양입니다.

퇴근길의 나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대를 생각하며 발걸음을 빨리합니다. 오늘도, 안쓰러운 그대가 아무것도 먹지 못했음을 알기에...

 아침나절, 몇 모금 마신 우유도 다 토하고 말았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갈비찜은 냄새조차 맡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뱃속의 그놈은 하늘나라에서 뭐를 했었는지, 사바세계의 오염된 물질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힘없는 그대의 얼굴이 애처로워 내 마음 안타깝습니다. 내가 대신 입덧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복숭아 통조림과 연양갱을 들고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마루에 앉아 있던 힘없는 얼굴에 기쁜 미소가 피어납니다. 잠깐 동안 떨어져 있어도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일까요?

 황도복숭아 통조림의 향기에도 선뜻 입을 대지 못하고, 신혼 내내 달고 다니던 영양갱도 마음에 없는 표정입니다.

 복숭아의 진득한 물만 입에 적셨을 뿐 나에게 먹으라고 내밉니다. 나를 바라보는 그대의 눈 속에 은하계의 모든 별들이 들어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습니다.

 나 한없이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와 함께 한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살결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대의 손을 잡고 가을 속으로 걸어갑니다.

 옅은 하늘의 색 아래 갈색으로 물든 산이 날개를 펴고, 길옆으로 이어지는 가로수가 손짓하는 날입니다. 내가 어릴 적에는 플라타너스의 낙엽은 칙칙하게만 보였고, 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잎이 화사하여 좋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길게 늘어선 방울나무의 어우러진 갈색에 취했습니다. 하, 아름다워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가슴에 젖어듭니다.

 내 마음의 화선지에 멀리 바라다 보이는 산과 들, 길게 이어진 가로수 모두를 하나둘 담았습니다. 노란 은행잎보다, 화사한 단풍잎보다, 가로수의 갈색이 가장 깊숙이 들어옵니다. 이제까지 칙칙하게 보였던 갈색이 가장 아름다운 것을 이제야 느낍니다.

 

 

 내 사랑 그대여...

 

 

 

아빠가 이렇게 멋지신 분이라는걸 처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다 읽으신 후 눈물을 보이시던 우리 엄마 ^^ 

저도 나중에 결혼하면 꼭.. 저희 아빠같은 남편이 되기를... 노력 해야겟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