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야, 소지품 검사 / 압수 이제 그만!

유준상200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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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야, 소지품 검사 / 압수 이제 그만!

학교야, 소지품 검사 / 압수 이제 그만!

  사생활권, 그리고 맘대로 압수·수색 등을 당하지 않을 권리는 분명한 인권입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소지품 검사나 압수는 모두 부당한 인권침해라, 이 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1항에는,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또한 헌법 제17조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사생활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을 집행한다는 경찰도 소지품 검사(수색)나 압수를 하려면 법원에서 영장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인기리에 상영된 미국 드라마 CSI를 열심히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영장을 발급받으려면 법원에 이 사람이 유력한 용의자이며 꼭 소지품이나 집안 물건을 수색·압수를 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걸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판사한테 제출해야 합니다. 즉, 그 사람의 인권을 제한해가며 수색하고 압수하는 것이 너무나도 불가피하다는 것을 경찰이 입증해야 비로소 수색이나 압수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전교생 혹은 특정 반이나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소지품 검사에는 그런 정당성도, 절차도 모두 없습니다. 특히 전교생이나 특정 반을 대상으로 집단적으로 하는 포괄적인 소지품 검사는 수많은 청소년들의 인권을 완전 무시하는 것이며,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지품 검사의 경우에도 단지 막연한 '의심'만 갖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물며, 그 물건을 압수할 정당한 사유 - 단지 교칙상 금지되어 있다는 식의 근거 이상으로, 그 물건을 긴급히 압수해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가(단적인 예로 총기나 폭탄, 휘발유 등...) 있지 않는 한은 함부로 물건을 압수할 수 없습니다. 이는 청소년들의 기본 생활 자체를 침해하고 파괴하고 검열하는 것입니다.
  미국 법정을 잠시 엿보더라도, 학생 소지품 검사와 관련해서 "학교 당국이 영장 없이 학생을 수색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와 긴급한 상황이라는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색은 위헌"이라는 판례가 확립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현행 소지품 검사와 압수는 모두 사라져야 할 것이며, 예컨대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거나 흉기 사건이 일어난 등 인권을 제한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형사법적 절차에 상응하는 엄격하고 제한적인 수색·압수 제도를 민주적으로 만들어 도입하고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흉기라도 가져오면 어쩔?

  간혹, 그럼 청소년들이 학교에 흉기라도 가져오면 어쩌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에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웬만해선, 거리에서 옆을 지나치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흉기를 가지고 있을까봐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런 것을 걱정해서 번화가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자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습니다.
  즉 청소년들이 흉기를 가져올까 우려되니까 소지품 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청소년들은 '일반인'들에 비해서 충동적이라거나 미성숙하다거나 하는 편견에 기초한 이야기란 겁니다. 그러나 그 '미성숙'이란 말은 애초에 이 사회에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규정짓는 말에 불과할 뿐더러,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명백하게 더 높다는 것은 증명된 적 없습니다.
  오히려 통계청에 가서 범죄율을 살펴보면 2005년 한 해 총 범죄수는 1,893,896건인데 청소년들의 범죄(소년범죄 : 20세 미만의 사람이 저지른 범죄)수는 67,478건입니다. 계산해보면 전체 범죄의 약 1/28 정도가 청소년들의 범죄인 셈인데, 인구로 보면 10세~19세까지 인구만 600만 명 정도로 전체인구(4800만 명 정도)의 1/8 정도입니다. 즉, 인구 대비 범죄율은 오히려 낮은 편인 것입니다. 만약 범죄율을 근거로 기본권을 제한한다면 40대의 범죄율이 2003년 통계 28%로 가장 높기 때문에 40대를 대상으로 규제를 가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연령대를 기준으로, 막연한 편견과 가능성만을 이유로 인권을 제한하겠다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지 아시겠나요? 게다가 원칙적으로 설령 범죄 위험성이 좀 더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수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포괄적으로 인권을 침해해가며 소지품 검사를 할 근거는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청소년들 모두를 예비범죄자 취급하며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비인간적 대우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어떤 특정인이 흉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흉기로 누군가를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충분한 개연성과 증거가 있다면, 그 특정인에 대해서는 성인 청소년 가릴 것 없이 민주적으로 만들어진 엄격한 절차를 밟아서 수색/압수를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학교에서 '흉기'를 핑계로 이루어지는 소지품 검사는 청소년들을 예비범죄자 취급하면서 이루어지는 자의적인 수색이자 부당한 인권침해행위입니다.




술, 담배 가져올 거잖아?

  우선, 설령 술이나 담배 등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포괄적으로 소지품검사, 압수를 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는 점은 하나의 원칙으로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술, 담배"가 절대 허용될 수 없는,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그 무언가라고 하더라도, 강제적으로 수색해야만 하는 긴급한 상황이거나 그 특정인 혹은 특정 집단이 그것을 갖고 있는지 조사할 개연성이 있다는 구체적 증거(영장을 받을 때에 준하는)가 없는 한 소지품검사는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당한 인권침해일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저는 과연 술이나 담배 등이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청소년들에게서 금지시켜야 할 것인지 고민해보자고 제안합니다. 통상적인 범죄가 아니라 특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기 때문에 범죄가 되는 것을 '지위범죄'라고 부릅니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신다고 해서 그것이 범죄가 되지는 않는데 청소년이기 때문에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면 범죄가 되는 그런 것이 '지위범죄'라는 거죠. 이러한 '지위범죄'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법원 소년부의 보호처분 판단에 참고사항이나 기준으로 쓰이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위범죄'의 기준은 특히나 판단의 보편성이 부족합니다. 성인을 대상으로는 금연 '캠페인'을 벌이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흡연자를 때리고 징계하는, 그 차이는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얼마전에 담배케이스를 보니까 케이스에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라고 써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디를 봐도 임산부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고 임산부의 흡연은 보호처분 판단에 참고사항이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임산부는 '성인'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우리는 청소년의 흡연이나 음주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이 청소년에 대한 일종의 편견에 기초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기의 흡연은 특히 더 건강을 해친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 모호한 정도의 차이인 면이 있습니다. 금연 공익 광고에서는 "흡연은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이라고 이야기하던데, 청소년에게는 "흡연은 자기 무덤을 더 깊게 파는 짓"이라고 이야기할 셈일까요? 무덤을 깊게 파든 얕게 파든 여하간 죽어서 들어가는 건 똑같을 텐데 말이죠. 아니면 더 빨리 파는 것인가요? 결국 청소년기의 음주나 흡연 등에 대한 논의는 열려 있고 합의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기준입니다.
  저는 현재의 청소년'보호', 청소년'선도' 법규와 정책 전반에 대해, 청소년들의 의견과 인권적 관점을 반영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인 입장, 편견에 가득찬 생각에서 만들어진 법규들과 정책들은 청소년들의 삶을 왜곡시킬 뿐입니다. 청소년들이 성인들에 비해 특별히 '보호'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결코 청소년들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정해진 법규와 정책들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들은 '미성숙'하다고 무시되어야 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의견을 존중받고, 자기결정권이나 행복추구권을 인정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유엔어린이청소년권리협약을 봐도, 제12조에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에 대하여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를 보장하며, 아동의 견해에 대하여는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에 따라 정당한 비중이 부여되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지금의 현실에 우리들의 의견에 대해 정당한 비중이 부여되고 있지 않다고 느낍니다.
  게다가, 현재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결코 "저러다가 병 들겠다."라는 걱정과 정이 담긴 태도가 아닙니다. 차라리 "건방지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담배를..." "싹수가 노랗군." "저런 불량한 놈" 같은 비난과 낙인 찍기에 가깝습니다. 정말로 청소년들을 존중하면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고 진심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들을 불량하다고 낙인 찍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요.

  그외에도 술이나 담배 외에도 소지품검사에서 종종 뺏기는 게 만화책이나 판타지소설/무협지, 잡지, 여하간 기타 등등 학교에서 '불량'하다고 규정짓는 것들입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학교가 지나치게 청소년들의 삶을 검열하고 입시나 취업 같은 것만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에게는 엄연히 생활의 자유가 있고, 여가시간에 만화책을 읽을 자유, 대중소설이나 잡지를 읽을 자유가 있습니다. 만일 정규수업시간에 이러한 것들을 읽는다거나 하면 교사가 이에 대해 주의를 주거나 논의하여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는 있겠으나, 이런 물건들을 검열하겠다는 목적으로 청소년들의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즉석에서 교사 마음대로 청소년들의 물건을 압수해가는 것은 인권침해이고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결론 :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행 소지품 검사와 소지품 압수 행태는 부당한 인권침해이며, 당장 사라지고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