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접시닦이 삶

박한솔2007.06.08
조회43

그동안 식당에서 일을 한지도 한달이 넘었다.

 

일을 하면서 힘든적도 많았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에 총 4명인데 그 중에 주방장(데리)과 그의 부인(바우지)은 네팔인이고 나와 같이 일하는 형은 한국인이다.

 

네명 모두 영어권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미묘한 발음차이에서 오는 답답함이 은근히 상콤하다(스트레스다).

 

바우지는 그나마 낫다. 데리... 이놈의 데리가 발음이 거의 환상적이다.

 

예를 들어서 하나만 말해보자면 Car Parking을 "까 빠낀"이라고 말 하는데 도저히 알아 들을 방도가 없다. 내가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다시 말해달라고 해도 그 에겐 역시 '까 빠낀'은 '까 빠낀'이다.

 

그가 내 이름을 부를때는 날마다 이름이 바뀐다.

 

나의 영어이름은 Zes('제스'라고 발음)이지만 그가 부르면 한순간에 '제우스'(내가 무슨 그리스 신화의 신인가...?-_-;;)가 된다. '조스', '지스'... 심한날은 '잭'까지 간다. 어쨋든 그가 'ㅈ'자 들어가는 무언가를 외칠때는 일단 돌아봐야 한다.

 

반면 바우지는 참 착해서 알아듣기 쉽도록 제대로 못 알아들으면 다른 단어를 사용해 가며 천천히 말해 준다.

 

한번은 일 하는데 바우지가 무어라 말을한다.

 

바우지: Zes(바우지의 발음은 언제나 정확하다), Turn on the 선풍기. Please...

한솔: OK!...?

 

바우지의 말은 위에 달린 거대한 선풍기를 켜달라는 말인데(스위치가 내가 일하는 부근에 달려있으므로) 듣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한국말로 '선풍기'라고 했다.

 

한솔: 바우지(스펠링 모름), You can speak Korean!

바우지: (웃으면서)Yes! I can speak Korean!

 

순간적으로 놀랬는데 알고보니 '선풍기'하나만 어디서 들었는지 알고 있다.

 

일을 마치고 나와 식당앞에 모여서 정리를 하고 나오는 데리를 기다리는데(사장인 '갈리'는 보통 10시쯤 먼저가고 뒷정리는 주방장인 '데리'가 한다.) 웨이트리스들 중 한명인 '지나(뉴질랜드 인)' 나에게 묻는다.

 

웨이트리스: Hey Zes, @#& How much ^(@#%% #?

한솔: Which one?

웨이트리스: !$#& ^*&&# How much !@#?

 

도저히 못 알아 먹겠다. How much밖에 안들린다. 뭐가 얼마냐고 묻는것 같은데 뭐가 얼마냐고 묻는건지를 알수가 없다.

 

지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지점에 좋은 차가 한대 서 있길래 내가 말했다.

 

한솔: You mean... The car?

 

전부다 폭소하며 쓰러진다. 정말 답답하다. 뭔 소리 인지를 알수가 없으니...

 

옆에있던 비비안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비비안: 저기있는 여자랑 하룻밤 자는데 얼마일것 같냐구.

한솔: 몰라 -_-;;

 

식당 가는길에 몸매 늘씬한 여자 둘이서 "오늘 나 얼마예요."라고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이야기 하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들을 묻는 거였다. 내가 알턱이 있나...? 웨이트리스들 끼리 웃고있는데 데리가 정리를 마치고 나와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2월달이 되어서 그동안 일했던 식당에서 한달간 쉬게 되었다. 3월엔 꼭 돌아올수 있게 되길...

 

*2월달에 식당이 한달간 쉬는 이유.

호주사람들은 12월과 1월(연말연시)에 쇼핑할땐 뇌를 잠시 집에 모셔두고 쇼핑을 하기때문에 미친듯이 돈을 씁니다. 그래서 자연히 2월에는 돈을 아껴서 쓰게 되기때문에 식당측에서는 불경기로 받아들여져 차라리 그 기간동안은 한달간 쉬어버리게 되는 것 입니다. 따라서 이력서를 돌릴때 2월을 앞두고 돌리게 되면 뽑힐확률히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35]접시닦이 삶

▲그동안 정들었던 식당... 향냄새가 지독하다.

 

 

*이번 편은 스토리 진행하기 쉽도록 각색되었습니다.

(위 이야기는 몇일간 있었던 이야기들을 글 쓰기 좋게 하룻동안 일어난 일처럼 묶여진 이야기 입니다.)

 

[36]에서 계속됩니다.--->>

 

[13.Feb.2006] [28]번글 사진 추가 되었습니다. 별로 정신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될 사진 같지는 않습니다. 식사중이신 분들은 보지 마시길...;;

 

[35]접시닦이 삶

▲$100짜리 지폐. 전 $50짜리가 가장 고액권인줄 알았다는...

$100짜리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