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그여자...[딱 네글자 "잘 지내죠?"]

김동성2007.06.11
조회148
그남자...그여자...[딱 네글자 "잘 지내죠?"]

그남자..

 

휴대전화를 열어서

조심조심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냅니다.

"잘 지내죠?"

 

메시지를 보내려고 결심한 지

십 분이 지나서야 겨우 완성한 말입니다.

딱 네 글자

" 잘.지.내.죠?"

 

한 참이 지나서야 도착한 답 메시지

"예.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죠?"

그리고 웃고 있는 이모티콘 하나.

 

그 눈 웃음 하나에 나는 용기 백배,

그녀에게 감히 전화를 걸어 봅니다.

 

"잘 지내시죠? 별일 없구요?

아..예에..별일 없었구나.. 예.. 뭐.. 저도 잘 지냈어요..

예..그럼 예.. 잘 지내세요..예..예.."

 

전화를 끊고 나면,

난 무슨 대단한 고백이라도 한 사람처럼

숨이 턱까지 차 올라 있습니다.

거기다 거울을 보면.

꼭 한 시간 동안 물구나무선 사람처럼

얼굴엔 피가 다 몰려 있죠.

 

밀려드는 약간의 허탈함을 뒤로 하고

난 일단 이 터질 듯한 심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침대에 누워 생각합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내일은, 내일은 밥 먹었냐는 말도 꼭 해 봐야지."

 

아우, 얼굴이 왜 이렇게 터질 것 같지? 

 

 

그여자..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게는

옷을 말하는 단어가 단 하나밖에 없다죠

바지도 티셔츠도 외투도 속옷도 양말까지도 

그 사람들은 모두 같은 단어로 부른대요.

 

문득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와

내가 보낸 메세지를 생각해 보니까

어쩜 우리 두 사람도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단 생각이 들었었어요.

 

보고 싶던 마음과 반가움

연락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던 미안함

너무 오랜만이라는 원망

 

또 어떻게 지냈는지.

햇볕 드는 버스 정류장엔

벌써 벚꽃이 피어난 걸 아는지..

 

우린 그 모든 마음을 이 한마디로 표현 하니까요..

 

" 잘 지내죠?"

 

아직은 단어가 가난한 셋상에 살고 있는

우리 두 사람.

 

하지만 자주 만날수록, 자주 통화할수록

단어의 수는 점점 늘어나겠죠?

언젠가는

보고싶단 말도

지금 당장 만나자는 말도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우리 세상에 자연스럽게 생겨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