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쓰릴미-내겐 너무 먼 당신; 두번째 관람

원종희2007.06.14
조회80

07.6.12 예술마당

쓰릴미-최재웅, 김무열

 

1920년대, 미국 시카고.

네이슨 레오폴트와 리차드 로브라는 소년이 있었다.


두 소년은 서로에게서,

자신이 원하던 파트너의 모습을 발견한다.


네이슨은 리차드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로 만족했지만,

리차드가 찾은 것은

자신의 범죄적 환상을 만족시키기 위한 ‘공범자’이기도 했다.

 

네이슨은 리차드의 곁에 있기 위해,

갖은 범죄를 함께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소한 범죄였다.

방화, 빈집털이, 가게털이, 도둑질…

 

하지만, ‘뛰어난 인간(초인)은 사회를 초월한다’는

니체의 사상에 경도되어 있던 리처드는
자신들의 능력에 걸맞는, ‘더 위대한’ 범죄를 꿈꾼다.

결국, 리처드는 새로운 스릴를 위해 살인을 계획하고,
네이슨은 리처드를 잃지 않기 위해 그를 돕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된 파멸...

 

피의 계약, 그리고 Life Plus 99 years...Thrill Me.

 

시험 끝난 날, 두 번째 쓰릴미를 보러 갔다.

최재웅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공연실황을 들었을 때,

어찌나 목소리가 좋으시던지...

연기에 대해서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만큼, 대단한 호평.

무열님께 빠졌던 거야...말할 것도 없고.(웃음)

멋진 두 사람의 하모니를 상상하며..

시험을 망친 와중에도 가슴 두근거리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원래 i열이었는데, 취소 가능 시간 세 시간 전에

적절한 양도표를 친절한 분께 받아 오른쪽 F열로 진출~

지난 번 G열보다 두 자리 밀렸었다가

다시 두 자리 앞으로 나온 셈이 되었다:)

 

열심히 실황을 들어서 이미 익숙해진 전주가 흐르고,

사진으로만 보아 왔던 최재웅씨 등장.

무척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34년동안, 30년간은 사랑하는 사람조차 잃은 채-

캄캄한 감옥 속에 갇혀 있어야만 했던 '나' 처럼.

 

'럭키 세븐, 행운이 오겠군요.'

아무 감정이 실리지 않는 냉담한 목소리.

찌르는 듯한 눈빛-

그 시선 안에는 아무 것도 담겨있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데, 내가 최재웅씨에게 감탄한 것은 여기까지였다.

 

노래,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목소리였으니까.

하지만, 최재웅씨가 연기하는 '나'에겐

내가 도저히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무열님이 뭔가 말을 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르게 대답이 나오는데...

그런 기민한(...)반응과는 달리, 삐딱하고 뻣뻣한 모습.

약간 입을 벌린 채 눈은 삼백안이 되고-

이건 완전히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군-_-

-이라는 생각에, '나'에게 몰입이 안 되더라.

확실히 찌질한 인간이었고, 그런 표현을 노리신 거겠지....

'그런 모습에서, 진정 천재를 느꼈다'고들 많이들 말하지만...

 

결정적으로, 최재웅씨의 '나'는, 너무 냉담하더라.

 

12일에 연기한 무열님의 '그'는,

아무리 자신의 환상을 채우기 위한 도구였다지만,

'나'를 사랑하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마지막 '약속했잖아, 날 가지고 협상하지 않겠다고!'

라는 그 절규가 너무나 아프게...내가 연인에게 배신당한 듯,

그렇게 절실히 다가올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정작 '그'를 끊임없이 욕망해야 하는 '나'는,

'그'의 곁에서 한 발 떨어져 서서는,

팔짱 끼고 '네 노는 모습을 보아 주지'라는 듯한 태도를;

 

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나'의 적극적인 공세가, 최재웅씨에게는 없었다.

아무리 권력관계에 있어 '그'가 우위에 있다고 한들,

저는 '나'는 깨지고 짓찢길 것을 감수하면서

'그'에게 달려드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면에서 강필석씨의 해석이 내게 맞는 것 같아,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 중. 집착하는 '나'라...:D)

 

'나'는 미리부터 체념 따윌 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캐릭터다.

체념? 그래서야 순수히 '그'를 위해서라는 동기로

살인이라는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른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

 

최재웅씨의 '나'는 청년 시절부터 이미 일정 부분,

'그'에 대해 체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내가 아무리 널 위해 무슨 일이든 해도,

넌 내게 마음같은 건 주지 않겠지'라는 듯한-

냉소가 시종일관 묻어나는 것 같았으니까.

 

처음부터 슬퍼하고, 체념하고 있었던 데다가,

'그'가 자신에게 다가온다는 사실 자체에, 약간 겁을 먹은 듯...

더 행복해야 할 부분에선 행복하지 않고,

더 흥분해야 할 부분에선 흥분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감정의 기복이 매우 작은 '나'를 연기했는데,

내겐 그런 '나'가 생경하고, 또 생경했다.

좀 더 호흡을 느슨하게 해 주시면,

그렇게 '뒤에서 누가 쫓아오나'라는 생각은 안 들었을 텐데..

 

무열님은, 지난 번 공연보다 목소리가 덜 안정되신 것 같았고...

무엇보다 재웅씨께 호흡을 맞추면서 그렇게 된 건지,

무열님도 약간 빨라지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보다 좀 덜 흥분하셔서 그건 좋았지만...

(지난 공연에선 '진정해'에서부터 너무나 심하게 흥분을;;;)

에서의 그 유혹적인 나른함이,

12일 공연에서는 한껏 발휘되질 못했다는 느낌.

전반적으로 류정한님과 함께 공연하셨을 때와 같은,

관객석을 쥐락펴락하는 호흡의 조절이나...

그런 여유가 부족하게 되셨구나- 라는 생각이.

 

아, 그리고 최재웅씨가 류정한님보다 체격이 좋으신지,

무열님께서 많이 작아 보이시더라.

...모르겠다. 그 느낌이 그저 체격차에서 오는 건지,

아님 변모한 '나'의 모습 때문에 더 그랬던 건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나'라니....

12일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두 분의 화음은...나쁘지 않았으나 생각만큼은OTL

음, 내가 너무 어마어마한 기대를 한 걸지도.

원래 좋은 것들을 한꺼번에 모아 놓는다 해서

가장 좋은 것이 탄생하는 건 아닐 테니까;;;

 

 

앞으로, 괜찮은 표가 나올 경우에 한해서,

최재웅+김무열 페어를 한 번 더 보고싶긴 하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재웅씨의 '나'가 좀 더 '그'를 사랑하는 날이 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강필석씨의 '나'마저 냉담한 경우),

나는 그만 돈을 모아두었다가 스위니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