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酒接

박병관200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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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한 잔 걸치며,   누구나 한번쯤은 현실을 투정하며 어렸을 적 꿈 얘기를 하며 망연자실 술잔만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 쉰 기억이 있을 것이다.

현실은 그렇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렸을 적 꿈이란 것을 이루어 냈다는 사람.  한 명 만나 보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의 아이들에게 "큰 꿈"을 가지라고 가르치는 이유는 ‘꿈‘이라는 목적보다 꿈을 갖고 정진하는 마음이 삶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이라는 것을 다들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꿈 이야기가 종종 '한숨'으로 이어지는 것은 왜 일까?


사람들은 모두 ‘꿈’을 본다. 꿈을 향한 마음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그 꿈을 향한 도전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또는 가치 있었는지.... 그것은 곰팡내 나는 어린날의 '추억'일 뿐, 힘들고 고단한 일상에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 하므로, 마음이 뜨거웠던 시절과 무모한 도전이라도 열정을 품고 매진했던 그 순간을 그리워하지 못하고 단지 꿈이 무엇이었느냐를 곱씹게 되는 것이다.


꿈... 내 친구는 꿈을 잘 꾸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꿈을 아주 자주 꾼다. 맨 정신에 일장춘몽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생각의 끈을 지나치게 오래 붙잡고 있다 보니 생기는 일종의 해리현상일 것이고, 수면중에도 참 많은 꿈을 꾼다. 어떤 날은 3~40가지의 꿈을 기억할 때도 있고, 또 어떤날은 꿈속에서 몇년은 살고 나온 듯... 아주 길과 장황한 꿈도 있다. 그리고 그 중에 대부분은 악몽이기에 종종 친구에게 꿈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투덜대곤 했다. 그럴때 마다 친구 녀석은 나에게 핀잔을 주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악몽’이라도 꿀 수 있는 나를 부러워했었던 탓인 것 같다. 오늘도 나는 꿈속에서 연기파 배우 독고영재에게 싸대기를 맞았고, 지금도 나는 그에게 맞은 왼쪽 볼의 얼얼함을 느끼고 있다.


[삼천포로 빠졌으므로 PASS]

 

나에게도 꿈은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엔 누구나 그렇듯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구구단을 뗄 무렵이 되어서 그 꿈은 ‘공학자’로 구체화 되었다. 그러다 집합을 배울 때 즈음엔 천체물리학자를 꿈꾸었고 연립방정식을 공부할 때 즈음, 수학에 아무런 흥미도, 재능도 갖지 못한 나를 알게 되면서 물리학자로 구체화된 꿈은 다시 공학도라는 테두리 속으로 희석되며 흩어져 버렸다. 결국 17세 어린나이에(어쩌면 너무 늦은 나이) 선택하게 된 나의 꿈은 건축학도였고, 그 꿈은 지금까지 변치 않고 있다.


내 선택에 종종 깊은 후회를 하는 나로서는, 그리고 힘들고 피곤한 일상 속에 살면서도 아무런 인정도 받지 못하는...(상당수의 건축가들이 제 밥벌이 조차 불가능한 현실에서) 내 직업에 불만이 많은데도 이 길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이 길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선택의 과정은 ‘우연’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 우연 조차 ‘운명’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이 길은 벗어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숙명의 길인 셈이다.


이제 나의 길 앞에, 새로운 길이 펼쳐지려고 하고 있다.

내 꿈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열정을 바쳤던 시간. 그리고 조금은 무모했던 도전, 큰 실패들과 작은 성공들... 그 성패의 반복 속에 얻어진 경험과 지식, 지혜들... 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걸어야할지도 모른다. 아직 선택은 하지 않았으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는 남을 것이 분명하다.


한때 몸이 너무 아파 일을 할 수 없었을 때, 그때도 나에겐 다른 길이 제시 되었지만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가 가진 꿈을 포기한다는 것은 곧 내 삶의 가치가 빛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내가 그토록 혐오하는 직업이지만 이것이 내 천직이기에, 이 일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목숨을 끊겠다며 배짱을 부렸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설령 포기한다 할지라도, 나는 계속 이 길의 변두리에서 맴돌고 있을 것이고, 언젠가 다시 돌아 올 것이라는 사실도 안다. 그렇다고 내게 펼쳐지려 하는 다른 길도 포기할 수는 없다. 그 안에는 지금껏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들과, 새로운 도전, 그리고 새로운 목적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그것을 쉽사리 포기할 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므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는 분명히 남을 것이고, 아픔은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아무리 깊이 생각해보아도 뾰족한 답은 없다. 그저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이고, 내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그 목적들의 가치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길인지에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물론 미련은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이럴때일수록 생각을 단순화 시키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단순하게 결정하려고 한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떳을때, 내가 왼쪽으로 돌아 누워 있다면 지금의 길을, 오른쪽으로 돌아 누워있다면 새로운 길을...

자신의 삶을 그런 우연에 맡긴다는 것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운명도 우연의 연속일 뿐...


양조 소주 몇 잔, 작고 낡은 밥상을 코딱지만한 방 한가운데 펼쳐놓고 궁상을 떨어본다. 그러면서 어렸을 적 꿈과, 현재의 꿈과, 미래의 꿈을 생각해 본다. 내 꿈은 반드시 ‘나’만이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라서,,, 어쩌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어 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나의 꿈은 어떤 ‘목적’이 아니다. 점점 마음이 기울어... 내게 주어진 새로운 길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강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내가 떠나온 길은, 누군가에게 의지해 맡겨놓고,,, 언젠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남은 미련을 상쇄시키고 있다.


다시 화두로 돌아가, 내가 가졌던 어린 시절의 꿈 이야기를 떠올리며, 긴 한숨을 내쉬어 본다. 그리고 그 동안의 모든 노력과 행동, 열정들이 내게서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보게 된다.


밤은 깊어 새벽으로 가는데... 혼자 알딸딸해져서... 또 술잔을 채우며 酒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