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김대중200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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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어렸을 적, 문고판으로 읽었던 한권짜리 책 [장발장]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죄수였던 한 남자가 개과천선, 착하게 살아가며 남들을 돕게 되고 그를 추적하던 나쁜 형사도 결국 용서해주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대충 그런 내용의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보게 된 [레 미제라블] 뮤지컬은 저에게 엄청난 감동과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냥 한 남자가 좋은 일들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단순한 내용이 아닌, 당시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와 부르주아(bourgeois)간의 치열한 계급투쟁이 등장하고, 마치 우리나라의 5월 광주 민주화 운동과 비슷한 상황이 등장하며,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유와 인권이 싹트기 시작한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숭고한 인류애와 민주주의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고 있었던, 어렸을 적 읽었던 문고판 [장발장]과는 천지차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갔고, 의 다른 작품인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을 읽은 후, 정해진 순서처럼 이 책 [레 미제라블]을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빵 한조각 잘못 훔친 죄로 19년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출옥한 이 어느 마을에서 하룻밤 잠자리를 요청하지만 모두에게 거절당하고, 주교의 도움을 받아 숙식을 해결하지만,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회에 대한 불만과 증오를 못 이겨 은혜를 원수로 갚기로 결심, 새벽에 주교의 은접시를 훔쳐 달아납니다.

 

그러나 아침에 다시 잡혀온 에게 주교는 그 은접시를 그에게 주고 자신이 준 물건이기 때문에 괜찮다며 오히려 경찰들을 책망하고, 은촛대는 왜 안 가져갔냐며 그것마저 에게 주고, 경찰들을 돌려보냅니다.

 

이 사건은 잠들어 있던 그의 '양심'을 깨우고, 그의 내면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그는 라는 이름으로 [몽트레이유 쉬르 메르] 라는 소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고 구슬공업에 관해 연구하다가 신기술을 개발하게 되어 백만장자가 되며, 결국 시장(市長)에 오르게 되지만, 무고한 다른 사람이 이라는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한 채 재판소에 자진 출두하여 고백을 하고 다시 복역하게 됩니다.

 

복역중인 은 교도소에서 노역중 우연히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그 사건을 기회로 탈옥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그가 시장으로 있을 때 마음의 빚을 진 의 딸 를 구하기 위해서 입니다.

 

양부모에게 학대받는 어린 여자아이 를 데리고 빠리에 온 은 우연히 수도원에 도피하여, 그가 시장으로 있을 때 커다란 은혜를 베푼 을 만나게 되어 그의 도움으로 수도원 생활을 하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는 아름다운 숙녀가 되고, 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의 집권 후 다시 찾아온 왕당파의 집권으로 가 통치하던 시대...

 

공화주의자들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1832년 6월 빠리에서 바리케이트를 만들고, 대규모 시위를 하게 됩니다.

 

은 를 구하기 위해 시위대에 합류하게 되고, 결국 모두가 군인들에게 전멸 당하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의 현장에서 극적으로 를 구출해 냅니다.

 

또한 그는 평생 그를 쫓아다니며 괴롭혔던 형사 가 시위대속에 밀정으로 잠입했다 발각되어 죽음의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 그 또한 구해줍니다.

 

법과 정의, 질서의 수호에 평생을 몸 바친 는 그의 정의에 대한 잣대가 처음으로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사람이 살아가며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인지 되돌아보게 되며, 결국 을 놓아주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살을 선택합니다.

 

와 는 결국 맺어지게 되고 행복한 결말이 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엄격한 양심과 도덕의 화신인 그는 행복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를 따라다니는 마음의 족쇄인 '전과자' 라는 사실을 에게 고백하고, 그의 모든 재산을 에게 물려준 후 자신의 과거 때문에 그녀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기 위해 남남이 되어 살아가기로 결심, 혼자 살아가며 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의 어린 시절 양부(養父)이자, 희대의 악당이자 사기꾼인 가 을 모함하고 금전을 갈취하고자 를 방문한 것이 오히려 의 결백과 그의 영웅적이고 성인(聖人)과 같은 행위들을 밝혀내는 계기가 되어, 는 그의 편협한 생각과 섣부른 판단을 후회하며 와 함께 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하루하루를 외롭게 보내던 은 이미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입니다.

 

은 마지막 임종을 앞두고 찾아온 와 를 신(神)이 내려준 은총이라 생각하며 그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해주고, 그들을 축복하며, 그리고 주교가 지금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장중(莊重)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의 모습은 마치 와 닮았습니다.

 

그의 삶은 끝없는 고뇌와 시련의 연속이지만, 주교에 의해 도덕적인 각성을 한 후 그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도덕률 속에 인생을 살아갑니다.

 

[몽트레이유 쉬르 메르]의 시장으로 재직 중이다가 또 다른 이 나타나 그의 과거를 완전히 지워버릴수 있는 기회를 만났을때, 그는 그 소식을 접한후 밤을 새우며 고민합니다.

 

그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선과 악의 충돌...

 

마치 가 로마인들에게 체포되기 직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며 기도하던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의 모습은 너무나 처연해 보이며 한편으로는 장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는 아마도 을 통해 이상형의 인간을 구현해낸것 같습니다.

 

가슴속에서 울리는 양심과 정의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가는 ...

 

아마 그 모습은 의 삶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평생을 공화정 수립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열망으로 살아갔으며, 정의와 양심에 어긋나지 않도록 살아간 그는 거듭되는 망명으로 타국에서 살아갈 때가 많았으나, 결국 프랑스 민중들의 열렬한 환호로 귀국했으며, 국회의원에 선출되었고, 그가 죽었을 때 국장(國葬)으로 장례식을 치르며 장례 행렬에 수만 명의 인파가 밀집 했다니 그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심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2002년에는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의 모든 초, 중, 고등학교에서 그의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개강식을 거행했다니, 아직도 그의 영향력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권에 달하는 긴 장편이기에 때로는 지루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 특히 그의 해박한 지식과 '천재'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문장력은 종종 독자를 질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 -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의 구조와 설정, 뛰어난 문체와 구성의 치밀함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곤 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도 '감동'에 있습니다.

 

주교의 선행, 의 자기희생, 의 에 대한 사랑, 철저한 신념으로 바리케이트에서 산화(散花)해간 수많은 젊은이들의 모습과 - 특히 부랑아 의 죽음은 엄청난 감동이었습니다... - 마지막 의 임종 장면들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뛰어난 시인이기도 하였던 답게 시종일관 미려하면서 절제된, 빼어난 문장들은 순간순간 읽는 이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작품보다도 거대한 감동을 안겨준 [레 미제라블]...

 

뮤지컬을 보고 받았던 충격보다 몇 배 거대한 감동을 안겨주니, 아마 뮤지컬을 볼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 뮤지컬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작품을 꼭 읽어보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

 


사족(蛇足)....

 

지하철이나 별다방, 콩다방 같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이 작품을 읽지 말기를 권장합니다..

 

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정말 대략난감 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