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부수물 : my memory of peace

정인영200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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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게도 내 머릿속에 새겨져있는 평화에의 기억은 클로린의 냄새인가 보다. 워낙에 물에 잠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일상생활은 수영장에 들어가는 시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pool에서 나는 클로린 냄새가 평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 남들이 엄마 품에 안겼던 기억과 함께 엄마의 냄새를 그리워하듯, 나는 물 속에 안기는 행복한 느낌과 함께 동시에 잠재적으로 클로린 냄새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어제에사 깨달았다...

 

나는 입수할 때의 excitement를 지극히 자제된 자세로 조용히 받아들이는 편이다. 절대로 "풍덩"이나 "철벅"은 하질 않으니까. 물에 동화되어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물과 부딪치거나 싸우며 저항 작용을 하는 것은 기피하고, 나는 그저 대자연의 일부로 녹아드는 것을 거의 공부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충만한 기대감을 가슴에 품고 물 속으로 조용히 안겨들어 자아를 버리고 그냥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가면 언제든지 틀림없는 완전한 기쁨과 환희를 맛보곤 하기에 다시 또 물을 찾게되곤 하는 것이 일생의 습관처럼 되어버린 셈인데, 어제는 뭔지 석연치 않고 흡족치 못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의 느낌이 미끄러운 것 같기도, 물맛이 짭잘한 것 같기도 했고.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희열의 recipe에서 뭔가 한 가지 빠진 듯한...

 

몸을 타올로 대강 말리면서 빌딩 관리실로 들어가 문의를 했을 때, 나는 pool의 성분을 바꿨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고맙게도 자연과 흡사하게 하고 더욱 건강한 pool로 만들기 위해 클로린을 빼고 바닷소금으로 청결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새로 택했다는 것. 아뿔싸! 물을 통해 자연과의, 더 나아가서는 우주와의 일체감을 누리고자 해온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클로린과 친해져서 거의 중독증세를 갖게 되었다니! 내 두뇌에 행복한 기억으로 새겨진 클로린과의 친밀감. 엄마 냄새가 빠진 엄마의 품처럼, 클로린 냄새가 빠진 물의 품은 나에게 행복의 위력이 없는 걸까? 참 어이 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들 삶 속에 이처럼 깨닫지 못한 채 끌어안고 다니는 이런 부수물들이 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만들어줬다. 흥미로운 발상이다. 흠ㅁㅁㅁ...

 

잃어버린 클로린의 내음을 오늘도 그리워하며, 그 평화에의 기억을 사모하며...

 

 

*사랑의 대상 외에 그의 어떤 부수물을 덩달아 사랑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