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드라마 한 편이 폭죽처럼 터졌고, 또 한 명 스타의 태동이 예견되었다. 스타는 만들어진다고 했지만, 이미 태어나 있기도 하다. 가공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 그 자체가 이미 스타라는 상업적인 코드에 너무나도 일치하는 남자, 강동원이라는 우성인자에 대하여.
헤어&메이크업|홍현정·스타일리스트|한혜연·에디터|안재림
여자는 판타지를 좇는다. 현재하는 대상을 찾는 곳은 화면 너머에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공간. 여자에게 남자 배우란 어쩌면, 판타지를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늘 열망하고 갈망하는 그러나 존재의 불가능을 이미 예감하고 있는, 그래서 판타지에서만 존재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조건들이 조합된 존재. 강동원이라는 스타성의 출발도 바로 이곳이다.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여자들의 향수 어린 추억을 되살려 놓으면서 시작되었다. 오래된 만화 속의 이상형, 그는 그런 의미였다. 예쁘고 나른한, 선이 가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서정성과 경상도 사투리로 말하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남자다움에 대한 신뢰성. 그리고, 그런 모습 자체가 실제의 그의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는 기대감.
작품마다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내는 공력 있는 대배우들, 그들 역시 자신을 완벽히 벗어나는 경계 밖의 존재로 변신할 수는 없다. 연기란 것의 속성이다. 더욱이 신인의 경우 캐릭터는 대본과 연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본과 자신의 캐릭터로 만들어진다. 강동원, 그가 프레임 안으로 처음 등장했던 순간, 그는 이미 여자들의 향수 어린 판타지 속 인물이었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도 없을 얘기지만, 그의 사투리는 실제 상황이다. 경상남도 거창산(産)의 제대로 구수한 말투. 모델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미 그에 대한 소문은 자자했다. 완벽히 잘생긴 얼굴에, 세상에! 사투리를 쓰는 남자 모델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도 얘기는 한참 계속되었다. 도대체 사투리를 고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방송은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냐, 차라리 한국말을 못하는 재미교포가 낫겠다. 그랬던 그가 사투리를 입에 단 채 나타났다.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연출가들의 융통성과 거시적인 안목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는 드라마 속에서조차 경상도 ‘싸나이’일 수 있다는 것을. 기름기 없고, 방정맞지 않은 저음의 구수한 남자. 완벽한 외모를 가진 남자에 대한 거부감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서울말의 신인이 사투리를 쓰는 것과 사투리의 신인이 서울말을 쓰는 것, 모두 위험도가 높은 첫 등장이다. 경상도 출신의 사투리를 쓰는 의사, 그의 첫 등장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캐릭터는 없었다. 그러나, 사투리를 쓰는 남자, 그건 배려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선택이었을 뿐. 오디션에서, 이미 그는 서울 표준말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합격했고, 감독이 드라마 스토리상, 사투리냐 표준말이냐를 선택하라고 했고, 사투리를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속으로 양을 세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 마리…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시작한다. 그리고 천천히 끝낸다. 그가 대답을 한다. 잠깐, 양이 세어진다. 다시, 대답이 이어진다. 그리고, 양이 세어진다.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말하고, 그 말마저 별반 들을 일이 없다. 나른함, 이건 여자들의 판타지 속 또 다른 코드다. 세상의 눈에 무관심하고, 손가락 움직임까지 느릿느릿하고, 잠이 들면 깨지 못하고. ‘꽃보다 남자’의 루이처럼. 부잣집 도련님 츠카사는 현실적인 남자고, 서정적인 루이는 동경의 남자다. 존재 자체로 여자들의 구애를 받는 건, 역시 언제나 루이 쪽이 먼저다. 강동원, 역시 루이 쪽이다.
드라마 한 편이 폭죽처럼 머리 위로 터진 후, 그는 무섭다는 말을 했다. “방송국에서 생기는 일이란 건…. 무서워요, 그쪽은.” 이미, 몇 차례 신문 기사와의 전쟁을 겪은 후여서 그런지, 말을 삼갔다. 몇 번의 ‘말할 수 없어요’, ‘극비예요’의 사소한 실랑이가 오갔지만, 결국,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사소한 얘기들이 신문 기사가 되어 한 면 가득 장식을 하기도 하고, 정말 별것 아닌 얘기들이 그럴듯한 포장의 기술을 거쳐 한 편의 시나리오가 되기도 하는 곳.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이제야 깨달은 그가 오히려 당황스럽다. 이미 2년도 넘게 이쪽에 서 있지 않았던가. 자신의 존재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관심조차 없다가, 아니 생각해본 적도 없다가, 갑자기 포탄처럼 쏟아지는 공세에 그는 아예 입을 다물 참이다. 약간의 비현실성과 이상주의. 강동원이 가진 또 다른 코드다.
그러나, 무서운 건 누군가를 낚아채기 위해, 바람 부는 반대편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포복해 있는 육식동물 같은 언론뿐이 아니다. 똑같은 실수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대중 앞에 보이는 것, 그것 역시 두려움이다. 이번 작품이 끝나고 바로 들어갈 작품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결론은 아직은 아니다, 로 끝났다. 지난 작품을 하면서 실수했던 것들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실수를 한다는 것, 그건 생각하기도 싫었다. 아직, 카메라 앵글도 잘 모르겠고, 감정 같은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게 많다고 말하는 그를 보니, 최소한 어느 날 갑자기 음반을 들고 나타나거나, ‘천생연분’에 출연해 처음 본 여자한테 꽃다발을 건네지는 않을 것 같다. 상품으로 팔리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또래 아이돌 스타들로부터는 채워지지 않는 묘한 신뢰감이 느껴진다.
약간 처지고 선량하게 생긴 눈, 사랑스러운 입술, 나른한 움직임과 말투.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반대로, 그의 남성성은 의외로 충만하다. 다리에 쥐가 나도록 뛰는 게 죽도록 좋았던 축구, 이건 그의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되어, 부모님의 눈을 피해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이어졌다.
지금도 모델 일을 함께했던 조한선(고등학교 때 축구 선수였던 건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다)과 뛰어나가 축구를 한다. 드라마 속, 신성우와의 농구. 3점 슛이 마구 쏘아지던 장면 역시, 편집 기술이 아닌 연속 동작 아니든가. 무뚝뚝하고 말을 아끼는 것, 이것 역시 스테레오 타입화된 남성성의 상징이라면, 그에게는 이 또한 풍부(?)하다.
여자의 향수 어린 판타지를 자극할 수 있는 스타란,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그렇게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권상우, 이병헌, 배용준은 이미 현실적이다. 오랜 시간을 걸려 쌓은 아우라가 그들에 대한 신뢰감을 낳지 않았던가.
강동원, 그의 가공되지 않은 이미지 자체가 지금 우리가 찾고 있는 판타지 속 남자의 모습과 이미 일치하고 있다. 존재 자체가 상업적일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 그는 우성인자의 조합이다. 그러나 인정하자. 그는 눈에 띄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첫인상은 심드렁하고, 아직도 젖살이 빠지지 않은 응석받이 어린아이 같았지만 그러나 그는 눈에 띄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생각없이 TV 브라운관을 보고있어도, 식상해빠진 계절지난 유행가를 BG로 사용하는 시시껄렁한 캔커피 광고에서 그는 심드렁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고 요상했지만 절대 잊을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런 사람은 분명히 있다. 신통치 않은 느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을 뱅글뱅글도는 이미지와 기억. 어, 저녀석봐라, 저기도 나오네..라고 비꼬는 듯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다시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 그게 바로 강동원인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그의 매니저를 인터뷰차 만났는데 어딘가 낯이 익은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소속사 남자모델들의 프로필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하나같이 길죽하고 작은 얼굴, 조금은 거칠고 조금은 말이 없어 보이는 허다한 남자모델들의 사진들을 몇장 넘기다가 유독 어느 한 페이지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하고 매니저에게 되물었다. '이사람. 네스카페. 맞죠?' 심드렁하고 이상하게 생겼다고. 약간은 어색하다고 비웃어 놓고서도 내 기억과 시각, 촉각의 한쪽 끝은 그를 따라다녔나보다.
네스카페에서 거의 CF 초짜였던 강동원은 간헐적으로 그 얼굴을 보여주었다. 뮤직비디오에서, CF에서... 한손에는 리모콘을 들고 나는 항상 감정없는 목소리로 또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어라, 저녀석 여기도 나오네... 이름이 강동원이랬지?" 짧은 기간. 파파박 퍼붓듯이 얼굴을 들이밀며 내 이름좀 기억하라는 식으로 노출되는 남자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갑자기 하늘높이 솟아오르고, 언제 솟아올랐냐는듯 갑자기 꺼져버린다. 그러나 강동원은 달랐던것 같다. 2년 3년의 시간동안 그는 꾸준히 그리고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듯이 차근차근 그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잡지에서, CF에서, 뮤직비디오에서... 잊혀질만하면 브라운관에 나타나주는 친절함과, 조금이라도 스타일리시한 패션 화보에는 당연한듯이 박혀있는 그의 모습이란.. 그모습을 보면서 할수있는 말은 '어라, 이자식 여기도.... 아직도?' 이런 말들이었다.
잘생긴, 조각같은, 미소년, 꽃미남..이런말들은 이제 누구든지 이름석자앞에 매달아버릴수 있는 말이다. 조금만 떴다하면 매스컴은 저런 수식어들을 당연한듯이 갖다붙인다. 불과 몇주일만해도 다른 남자아이의 이름앞에 붙였던 수사들은 며칠이면 떨어져나가 비스무리한 인기를 등에 업고 올라오는 새로운 얼굴 앞에 다시 새것인냥 같다 붙는다. 이제는 식상하기만 한 '인기많음'을 뜻하는 수사들... 지금의 강동원에게 그런 수사들이 붙지만 나는 그것들에 반대한다. 그는 결코 잘생긴, 조각같은, 미소년이 아니다. 적어도 나의 첫인상은 그랬다. 절대로 지울수 없는 약간의 어눌함과 순진함.
그는 옷발이 잘받는 모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강동원보다는 여욱환이 더 모델답다고 생각한다. 패션쇼무대에 한정해서! 스틸사진 안에서는 강동원을 따를자가 없었다. 시시껄렁하고 두껍기만한 얇은 종이에 온통 연두색과 분홍색 톤으로 떡칠해진 패션잡지에서, 회원이 아니면 절대 구경하기 힘들다는 명품을 주렁주렁 늘어뜨린 럭셔리한 잡지에서, 이시대 남자들의 트렌드와 문화를 상징한다며 외치는 남성잡지의 화보에서 각자 다른 스타일, 다른 배경에 다른 컨셉으로 별별 요상한 갖가지 의상을 걸어놔도 이상하게 어색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어색한 것이 있다면 사진속의 그 가로로 길고 한쪽에만 쌍거풀이 진 짝눈 뿐. 이상하게도 작은 얼굴과 작은 코, 입에 비해 큰 그 눈은 내가 보기에 어색하고 어눌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럭셔리하고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시한 전체적인 이미지에 비해 얍삽하고 싸아가지 없고 젠척하는 게 하나도 없는 순하고 어떨때는 멍하기만 한 그 눈이 그렇게 착해보여 어색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의 행운은 GQ였다고 생각한다. 어린애들이 꺅꺅거리는 잠깐 얼굴비추고 말 싸구려 패션잡지보다는 약간은 무게있고, 럭셔리하고 스타일리쉬하고 특이한, 새로운 시도가 빛나고 개성있고 재미있는 작업들이 난무한 GQ 등등의 잡지화보를 통해 그는 돋보일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고 그만의 스타일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가 선택했다기보다는 그의 외모와 분위기가 그런 잡지들에 의해 선택되긴 했지만 말이다.
식상하기 짝이 없겠지만 그래도 그의 프로필과 근황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강동원 1981.01.18 生 186cm 68kg B형 취미는 농구 특기는 축구와 노래 거창고등학교 - 한양대 기계공학과 CF : 카스맥주, 가쓰오 우동, LG CYON, KTF "FIMM", CJ39쇼핑, LG 텔레콤, 네스카페, 클린앤 클리어 뮤직비디오 : J "빛", Link "비가와", 조성모 "다짐" 드라마 : MBC 영화 : 5월초 크랭크인 예정 카탈로그 : C.O.A.X, 리바이스, Litmus, J.Jaks, D-DAY, So Basic 지면 : C&TEL, Yepp, NATE.com, A to P 패션쇼 : DKNY, CUCCI, SFAA, NWS, SIFAC, 서울콜렉션, 질샌더, 리복
일찌기 CF와 잡지화보로 눈썰미 있는 팬들에게 낙점당해 기본적인 인기는 탄탄하게 끌어안고 있던 그는 최근 MBC 미니시리즈에 조연급 주연으로 출연하여 대중적인 인기들마저도 강력자석처럼 척척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연기력이야 못한다는 말은 안나올정도이나, 역시나 내가 칭찬해 마지 않는 것은 그의 사투리 연기이다. 경남 창원 출신이다 보니, 그렇게도 술술 나오는 것이었겠지만서도, 역시나 TV에서의 자연스러운 사투리에 그동안 목이 말랐던 것인지, 뻔하고 뻔한 꽃미남들 사이에 약간은 색다른 타입이 나타나 과묵하고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하니, 나의 요상스러운 취향에 가만히 앉아있을 리가 없다.
괜찮은 모델들이 나와 내 눈에 콱하고 박히면 그때부터 걱정스러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연기한답시고 나와 깝죽대다가 그나마 갖고 있던 주목의 시신마저 다 떨궈버리고 쫄딱 망하여 뽀골뽀골 잠수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잘생긴 것들은 의례히 당연하게 여자친구가 있는 법이고(강동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저런 매력있는 모델들을 보면서 그들의 연인이 되겠다고 꿈꿀수 있는 것이 아닌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고, 내가 할수있는건 예전까지와 다르지 않게, 어라 저녀석 또 나오네..하며 관심없는 척하면서 아래위로 훑어보며 눈요기를 하는 것이니, 지금까지처럼 모델로만 활동해도 나는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다. 괜시리 연기하겠다고 나섰다가 추락하여 더이상 저런 매력적인 녀석을 보게되는 일이 없어질까 걱정이 된다.
그러나 강동원은 자신에 찬 모습으로 얘기했단다. 연기가 하고싶다고... 뭐, 드라마에 먼저 캐스팅된게 아니라 영화에 먼저 캐스팅 됐다는 것이, 약간은 믿을 구석있는 순차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김남진처럼 어색하게 수염붙이고 나와 도통 어울리지 않는 대사를 읊조리는 배우들이 가득한 시시껄렁한 사극에 나오는 것도 아니니, 조금은 마음을 놓아주기로 하자.
강동원 2003년 인터뷰♡
얼마 전, 드라마 한 편이 폭죽처럼 터졌고, 또 한 명 스타의 태동이 예견되었다.
스타는 만들어진다고 했지만, 이미 태어나 있기도 하다. 가공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 그 자체가 이미 스타라는 상업적인 코드에 너무나도 일치하는 남자, 강동원이라는 우성인자에 대하여.
헤어&메이크업|홍현정·스타일리스트|한혜연·에디터|안재림
여자는 판타지를 좇는다. 현재하는 대상을 찾는 곳은 화면 너머에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공간. 여자에게 남자 배우란 어쩌면, 판타지를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늘 열망하고 갈망하는 그러나 존재의 불가능을 이미 예감하고 있는, 그래서 판타지에서만 존재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조건들이 조합된 존재.
강동원이라는 스타성의 출발도 바로 이곳이다.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여자들의 향수 어린 추억을 되살려 놓으면서 시작되었다. 오래된 만화 속의 이상형, 그는 그런 의미였다. 예쁘고 나른한, 선이 가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서정성과 경상도 사투리로 말하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남자다움에 대한 신뢰성. 그리고, 그런 모습 자체가 실제의 그의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는 기대감.
작품마다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내는 공력 있는 대배우들, 그들 역시 자신을 완벽히 벗어나는 경계 밖의 존재로 변신할 수는 없다. 연기란 것의 속성이다. 더욱이 신인의 경우 캐릭터는 대본과 연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본과 자신의 캐릭터로 만들어진다. 강동원, 그가 프레임 안으로 처음 등장했던 순간, 그는 이미 여자들의 향수 어린 판타지 속 인물이었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도 없을 얘기지만, 그의 사투리는 실제 상황이다. 경상남도 거창산(産)의 제대로 구수한 말투. 모델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미 그에 대한 소문은 자자했다. 완벽히 잘생긴 얼굴에, 세상에! 사투리를 쓰는 남자 모델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도 얘기는 한참 계속되었다. 도대체 사투리를 고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방송은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냐, 차라리 한국말을 못하는 재미교포가 낫겠다. 그랬던 그가 사투리를 입에 단 채 나타났다.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연출가들의 융통성과 거시적인 안목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는 드라마 속에서조차 경상도 ‘싸나이’일 수 있다는 것을. 기름기 없고, 방정맞지 않은 저음의 구수한 남자. 완벽한 외모를 가진 남자에 대한 거부감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서울말의 신인이 사투리를 쓰는 것과 사투리의 신인이 서울말을 쓰는 것, 모두 위험도가 높은 첫 등장이다. 경상도 출신의 사투리를 쓰는 의사, 그의 첫 등장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캐릭터는 없었다. 그러나, 사투리를 쓰는 남자, 그건 배려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선택이었을 뿐. 오디션에서, 이미 그는 서울 표준말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합격했고, 감독이 드라마 스토리상, 사투리냐 표준말이냐를 선택하라고 했고, 사투리를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속으로 양을 세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 마리…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시작한다. 그리고 천천히 끝낸다. 그가 대답을 한다. 잠깐, 양이 세어진다. 다시, 대답이 이어진다. 그리고, 양이 세어진다.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말하고, 그 말마저 별반 들을 일이 없다. 나른함, 이건 여자들의 판타지 속 또 다른 코드다. 세상의 눈에 무관심하고, 손가락 움직임까지 느릿느릿하고, 잠이 들면 깨지 못하고. ‘꽃보다 남자’의 루이처럼. 부잣집 도련님 츠카사는 현실적인 남자고, 서정적인 루이는 동경의 남자다. 존재 자체로 여자들의 구애를 받는 건, 역시 언제나 루이 쪽이 먼저다.
강동원, 역시 루이 쪽이다.
드라마 한 편이 폭죽처럼 머리 위로 터진 후, 그는 무섭다는 말을 했다. “방송국에서 생기는 일이란 건…. 무서워요, 그쪽은.” 이미, 몇 차례 신문 기사와의 전쟁을 겪은 후여서 그런지, 말을 삼갔다. 몇 번의 ‘말할 수 없어요’, ‘극비예요’의 사소한 실랑이가 오갔지만, 결국,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사소한 얘기들이 신문 기사가 되어 한 면 가득 장식을 하기도 하고, 정말 별것 아닌 얘기들이 그럴듯한 포장의 기술을 거쳐 한 편의 시나리오가 되기도 하는 곳.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이제야 깨달은 그가 오히려 당황스럽다. 이미 2년도 넘게 이쪽에 서 있지 않았던가. 자신의 존재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관심조차 없다가, 아니 생각해본 적도 없다가, 갑자기 포탄처럼 쏟아지는 공세에 그는 아예 입을 다물 참이다. 약간의 비현실성과 이상주의. 강동원이 가진 또 다른 코드다.
그러나, 무서운 건 누군가를 낚아채기 위해, 바람 부는 반대편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포복해 있는 육식동물 같은 언론뿐이 아니다. 똑같은 실수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대중 앞에 보이는 것, 그것 역시 두려움이다. 이번 작품이 끝나고 바로 들어갈 작품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결론은 아직은 아니다, 로 끝났다. 지난 작품을 하면서 실수했던 것들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실수를 한다는 것, 그건 생각하기도 싫었다. 아직, 카메라 앵글도 잘 모르겠고, 감정 같은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게 많다고 말하는 그를 보니, 최소한 어느 날 갑자기 음반을 들고 나타나거나, ‘천생연분’에 출연해 처음 본 여자한테 꽃다발을 건네지는 않을 것 같다. 상품으로 팔리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또래 아이돌 스타들로부터는 채워지지 않는 묘한 신뢰감이 느껴진다.
약간 처지고 선량하게 생긴 눈, 사랑스러운 입술, 나른한 움직임과 말투.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반대로, 그의 남성성은 의외로 충만하다. 다리에 쥐가 나도록 뛰는 게 죽도록 좋았던 축구, 이건 그의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되어, 부모님의 눈을 피해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이어졌다.
지금도 모델 일을 함께했던 조한선(고등학교 때 축구 선수였던 건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다)과 뛰어나가 축구를 한다. 드라마 속, 신성우와의 농구. 3점 슛이 마구 쏘아지던 장면 역시, 편집 기술이 아닌 연속 동작 아니든가. 무뚝뚝하고 말을 아끼는 것, 이것 역시 스테레오 타입화된 남성성의 상징이라면, 그에게는 이 또한 풍부(?)하다.
여자의 향수 어린 판타지를 자극할 수 있는 스타란,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그렇게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권상우, 이병헌, 배용준은 이미 현실적이다. 오랜 시간을 걸려 쌓은 아우라가 그들에 대한 신뢰감을 낳지 않았던가.
강동원, 그의 가공되지 않은 이미지 자체가 지금 우리가 찾고 있는 판타지 속 남자의 모습과 이미 일치하고 있다. 존재 자체가 상업적일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 그는 우성인자의 조합이다.
그러나 인정하자. 그는 눈에 띄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첫인상은 심드렁하고, 아직도 젖살이 빠지지 않은 응석받이 어린아이 같았지만 그러나 그는 눈에 띄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생각없이 TV 브라운관을 보고있어도, 식상해빠진 계절지난 유행가를 BG로 사용하는 시시껄렁한 캔커피 광고에서 그는 심드렁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고 요상했지만 절대 잊을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런 사람은 분명히 있다. 신통치 않은 느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을 뱅글뱅글도는 이미지와 기억. 어, 저녀석봐라, 저기도 나오네..라고 비꼬는 듯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다시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 그게 바로 강동원인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그의 매니저를 인터뷰차 만났는데 어딘가 낯이 익은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소속사 남자모델들의 프로필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하나같이 길죽하고 작은 얼굴, 조금은 거칠고 조금은 말이 없어 보이는 허다한 남자모델들의 사진들을 몇장 넘기다가 유독 어느 한 페이지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하고 매니저에게 되물었다. '이사람. 네스카페. 맞죠?' 심드렁하고 이상하게 생겼다고. 약간은 어색하다고 비웃어 놓고서도 내 기억과 시각, 촉각의 한쪽 끝은 그를 따라다녔나보다.
네스카페에서 거의 CF 초짜였던 강동원은 간헐적으로 그 얼굴을 보여주었다. 뮤직비디오에서, CF에서... 한손에는 리모콘을 들고 나는 항상 감정없는 목소리로 또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어라, 저녀석 여기도 나오네... 이름이 강동원이랬지?"
짧은 기간. 파파박 퍼붓듯이 얼굴을 들이밀며 내 이름좀 기억하라는 식으로 노출되는 남자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갑자기 하늘높이 솟아오르고, 언제 솟아올랐냐는듯 갑자기 꺼져버린다. 그러나 강동원은 달랐던것 같다. 2년 3년의 시간동안 그는 꾸준히 그리고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듯이 차근차근 그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잡지에서, CF에서, 뮤직비디오에서... 잊혀질만하면 브라운관에 나타나주는 친절함과, 조금이라도 스타일리시한 패션 화보에는 당연한듯이 박혀있는 그의 모습이란.. 그모습을 보면서 할수있는 말은 '어라, 이자식 여기도.... 아직도?' 이런 말들이었다.
잘생긴, 조각같은, 미소년, 꽃미남..이런말들은 이제 누구든지 이름석자앞에 매달아버릴수 있는 말이다. 조금만 떴다하면 매스컴은 저런 수식어들을 당연한듯이 갖다붙인다. 불과 몇주일만해도 다른 남자아이의 이름앞에 붙였던 수사들은 며칠이면 떨어져나가 비스무리한 인기를 등에 업고 올라오는 새로운 얼굴 앞에 다시 새것인냥 같다 붙는다. 이제는 식상하기만 한 '인기많음'을 뜻하는 수사들... 지금의 강동원에게 그런 수사들이 붙지만 나는 그것들에 반대한다. 그는 결코 잘생긴, 조각같은, 미소년이 아니다. 적어도 나의 첫인상은 그랬다. 절대로 지울수 없는 약간의 어눌함과 순진함.
그는 옷발이 잘받는 모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강동원보다는 여욱환이 더 모델답다고 생각한다. 패션쇼무대에 한정해서! 스틸사진 안에서는 강동원을 따를자가 없었다. 시시껄렁하고 두껍기만한 얇은 종이에 온통 연두색과 분홍색 톤으로 떡칠해진 패션잡지에서, 회원이 아니면 절대 구경하기 힘들다는 명품을 주렁주렁 늘어뜨린 럭셔리한 잡지에서, 이시대 남자들의 트렌드와 문화를 상징한다며 외치는 남성잡지의 화보에서 각자 다른 스타일, 다른 배경에 다른 컨셉으로 별별 요상한 갖가지 의상을 걸어놔도 이상하게 어색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어색한 것이 있다면 사진속의 그 가로로 길고 한쪽에만 쌍거풀이 진 짝눈 뿐. 이상하게도 작은 얼굴과 작은 코, 입에 비해 큰 그 눈은 내가 보기에 어색하고 어눌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럭셔리하고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시한 전체적인 이미지에 비해 얍삽하고 싸아가지 없고 젠척하는 게 하나도 없는 순하고 어떨때는 멍하기만 한 그 눈이 그렇게 착해보여 어색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의 행운은 GQ였다고 생각한다. 어린애들이 꺅꺅거리는 잠깐 얼굴비추고 말 싸구려 패션잡지보다는 약간은 무게있고, 럭셔리하고 스타일리쉬하고 특이한, 새로운 시도가 빛나고 개성있고 재미있는 작업들이 난무한 GQ 등등의 잡지화보를 통해 그는 돋보일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고 그만의 스타일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가 선택했다기보다는 그의 외모와 분위기가 그런 잡지들에 의해 선택되긴 했지만 말이다.
식상하기 짝이 없겠지만 그래도 그의 프로필과 근황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강동원
1981.01.18 生
186cm 68kg
B형
취미는 농구 특기는 축구와 노래
거창고등학교 - 한양대 기계공학과
CF : 카스맥주, 가쓰오 우동, LG CYON, KTF "FIMM", CJ39쇼핑, LG 텔레콤,
네스카페, 클린앤 클리어
뮤직비디오 : J "빛", Link "비가와", 조성모 "다짐"
드라마 : MBC
영화 : 5월초 크랭크인 예정
카탈로그 : C.O.A.X, 리바이스, Litmus, J.Jaks, D-DAY, So Basic
지면 : C&TEL, Yepp, NATE.com, A to P
패션쇼 : DKNY, CUCCI, SFAA, NWS, SIFAC, 서울콜렉션, 질샌더, 리복
일찌기 CF와 잡지화보로 눈썰미 있는 팬들에게 낙점당해 기본적인 인기는 탄탄하게 끌어안고 있던 그는 최근 MBC 미니시리즈에 조연급 주연으로 출연하여 대중적인 인기들마저도 강력자석처럼 척척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연기력이야 못한다는 말은 안나올정도이나, 역시나 내가 칭찬해 마지 않는 것은 그의 사투리 연기이다. 경남 창원 출신이다 보니, 그렇게도 술술 나오는 것이었겠지만서도, 역시나 TV에서의 자연스러운 사투리에 그동안 목이 말랐던 것인지, 뻔하고 뻔한 꽃미남들 사이에 약간은 색다른 타입이 나타나 과묵하고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하니, 나의 요상스러운 취향에 가만히 앉아있을 리가 없다.
괜찮은 모델들이 나와 내 눈에 콱하고 박히면 그때부터 걱정스러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연기한답시고 나와 깝죽대다가 그나마 갖고 있던 주목의 시신마저 다 떨궈버리고 쫄딱 망하여 뽀골뽀골 잠수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잘생긴 것들은 의례히 당연하게 여자친구가 있는 법이고(강동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저런 매력있는 모델들을 보면서 그들의 연인이 되겠다고 꿈꿀수 있는 것이 아닌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고, 내가 할수있는건 예전까지와 다르지 않게, 어라 저녀석 또 나오네..하며 관심없는 척하면서 아래위로 훑어보며 눈요기를 하는 것이니, 지금까지처럼 모델로만 활동해도 나는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다. 괜시리 연기하겠다고 나섰다가 추락하여 더이상 저런 매력적인 녀석을 보게되는 일이 없어질까 걱정이 된다.
그러나 강동원은 자신에 찬 모습으로 얘기했단다. 연기가 하고싶다고... 뭐, 드라마에 먼저 캐스팅된게 아니라 영화에 먼저 캐스팅 됐다는 것이, 약간은 믿을 구석있는 순차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김남진처럼 어색하게 수염붙이고 나와 도통 어울리지 않는 대사를 읊조리는 배우들이 가득한 시시껄렁한 사극에 나오는 것도 아니니, 조금은 마음을 놓아주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