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어쩌면 그것은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전성봉2007.06.21
조회73

[소주 한 잔]

 

어쩌면 그것은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혹은 부러움으로,

 

가지지 못한 자의 마지막 투쟁과도 같은 집착으로,

 

그렇게 더럽혀진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주 두 잔]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뻘에서 진주를 캐려는 수부처럼,

 

딱 한 번 스쳐갔을 뿐인 베아트리체를 사랑했던 괴테처럼,

 

그리고 곡면 거울에 투영된 상에서 진실을 찾는 철학자처럼,

 

그렇게 왜곡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주 세 잔]

 

하지만, 나는 이대로 슬프지 아니한가.

 

그 모든 감정이 거짓이고, 위약이고, 연극이라해도,

 

잠들지 못하는 밤에 떨어졌던 눈물 한 방울,

 

잠들었던 꿈 속에서 흐려졌던 너의 상 하나,

 

그것은 진실이지 아니한가.

 

 

[소주 네 잔]

 

정리한 감정의 수납은,

 

너의 눈물 한 방울에 흔들리고 무너져,

 

어느새 내 눈물샘을 공명케 하고 있으니,

 

베아트리체를 찾는 괴테처럼,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이 마음은 그렇다면 순수를 담은 것인가.

 

 

[소주 다섯 잔]

 

거짓일지언정, 순수한 것이려나.

 

연극일지언정, 진실한 것이려나.

 

남자답게 독을 들이키고 잊는 것이 불가능한 나는,

 

오늘도 버지니아 울프의 팔짱을 끼고 등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