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사파이어 빙하

남경직2007.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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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칠레 사파이어 빙하 칠레 사파이어 빙하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찾아가는 길은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인천에서 미국 LA까지 11시간, LA에서 페루 리마까지 8시간, 리마에서 칠레 산티아고까지 4시간, 산티아고에서 푼타 아레나스까지 3시간이다. 푼타 아레나스에서 공원까지는 다시 차로 6시간, 게다가 공원 안은 전부 비포장 도로다. 당연히 의아해진다. 도대체 그 생고생을 해가며 찾아갈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칠레 사람들은 대답은 한결같다. 시(Si, 스페인어로 그렇다는 뜻)!

글·사진=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칠레 사파이어 빙하 그레이 호숫가의 빙하. 만년설을 보고 있는 라마의 일종인 콰나코. 갈대밭 위 펭귄(왼쪽부터).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토레스 델 파이네의 첫 번째 매력은 바로 '살아 있는' 빙하다. 공원 내 빙하만 12개. 남극.그린란드 다음으로 큰 규모다. 더구나 멀리 떨어져 바라보는 그림 속 빙하가 아니다. 가장 유명한 그레이 빙하의 경우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 호숫가 사람들 코앞까지 흘러 온다. 빙하 색깔은 크기에 따라 제각각. 수십km에 달하는 거대한 본체는 짙은 회색이다. 반면 폭 수십m짜리 유빙은 기이할 만큼 짙푸른 청색이다. 주변 경관에 비해 워낙 색깔이 도드라지는 탓에 비현실적이고 인공적인 느낌마저 준다.

'죽은' 빙하도 볼 수 있다. 24만㏊의 광대한 공원 전체가 지리교과서에 나오는 빙식지형의 모범 사례, 즉 빙하가 사라지면서 남긴 흔적들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둘째 매력이다.

해발 3050m 최고봉인 파이네 그랑데는 빙하가 깎아낸 한 자루의 칼이다. 태곳적 솟아오른 땅이 깎이고 깎인 끝에 단단한 화강암 뼈대만 남았다. 허허벌판에 밑도 끝도 없이 뿔처럼 불쑥 솟구쳐 있다. 머리엔 만년설, 어깨 어름엔 눈안개까지 두르고 있어 볼수록 신비롭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삐죽삐죽 야수의 이빨을 닮은 산이 눈에 들어온다. 권곡(빙하의 침식작용에 의해 반달 모양으로 우묵하게 된 지형)을 품고 있는 퀘르노스 델 파이네다. 화강암 뼈대 위 부드러운 바위 거죽이 한 뭉치 크게 떨어져 나간 자국이 선명하다. 거친 U자형 계곡은 마치 커다란 국자로 퍼낸 듯 넓고 깊다.

산을 가르며 떨어져 내린 빙하는 아랫도리 평평한 땅에도 생채기를 남겼다. 11개의 빙하호, 5개의 폭포는 그 상처를 덮고 있는 푸른 딱지다. 이곳 호수의 특징은 짙은 옥색 물빛. 회색 비구름을 머금은 하늘, 호수를 떠도는 짙푸른 유빙과도 전혀 다른 색이다. 굳이 찾자면 우리나라의 고려청자를 닮았다. 특히 파이네 그랑데와 퀘르노스 델 파이네, 두 산을 병풍처럼 두른 포호에 호수는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호수와 폭포가 뿜어내는 촉촉한 생기 덕분일까? 시속 60㎞의 강풍이 몰아치는 이 거친 빙하지대에는 의외로 수많은 동식물이 산다. 한여름 지독한 건기를 견뎌낸 키 작은 나무 덤불과 들풀은 가을이 되면 다시 녹색으로 물든다. 그 푸른 생명을 먹으며 과나코와 작은 낙타 냔두가 뛰놀고, 퓨마와 남아메리카 여우 같은 포식자들이 조용히 그 뒤를 좇는다. 드넓은 하늘과 호숫가는 카이켄.플라밍고 같은 새들 천지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포유류 26종에 조류가 105종이나 된다. 불모의 땅인 다른 빙하지대와 다른 토레스 델 파이네만의 세 번째 매력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찾아가는 길, 꼭 거치게 되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푼타 아레나스와 푸에르또 나탈레스다.

#'땅끝 마을' 푼타 아레나스=푼타 아레나스는 '땅끝 마을'이다. 푼타(점) 아레나스(모래)란 이름 그대로 모래(땅)의 끝점, 대륙에 있는 도시 중 세계 최남단이다. 원래 '대항해시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유일한 교통로였던 마젤란 해협의 중심 도시로 발달했다. 파나마 운하가 뚫리면서 옛 영화는 잃었지만, 최근 남극 개발 붐을 타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세종기지로 가는 비행기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빙하 크루즈의 출발점, 푸에르토 나탈레스=푸에르토 나탈레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설악산 입구의 설악동쯤 된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찾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꼭 한번씩 들르는 곳. 여기서 출발하는 빙하 크루즈를 이용하면 유명한 발마세다.세라노 빙하를 코앞에서 구경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선원들이 내놓는 포도 증류주 피스코 한 잔을 놓치지 말 것. 빙하 얼음 조각으로 '온더 록'을 만들어 준다. 빙하 얼음은 산소 함량이 높아 도수 높은 술에 넣으면 톡톡 터지는 소리를 내며 녹는다고 한다. 60인승 배로 왕복 8시간쯤 걸린다.



칠레 사파이어 빙하 ■ 칠레 와인


칠레 와인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최고 수준이란 평을 듣는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해 750㎖ 12병들이 박스 기준으로 41만8783박스가 수입됐다. 프랑스.미국에 이어 3위. 수입 금액은 오히려 미국을 앞선다. 칠레 와인에 대한 수요가 중저가 위주에서 프리미엄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프리미엄 와인 몬테스 알파 M을 생산하는 몬테스사 공동 설립자 더글라스 G 머레이(사진)는 "부산 APEC 만찬주로 선정된 뒤 전 세계 매출이 대폭 늘었다"며 한국인들의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매년 한 차례 이상 한국을 찾는다는 그는 "불고기와 칠레 레드 와인은 환상의 궁합"이라고 평가했다.

딱히 아는 와인이 없을 땐 칠레 와인 어워즈(Annual Wines of Chile Awards) 수상작을 고르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칠레 와인 어워즈는 매년 부문별 최고의 칠레 와인을 뽑는 대회. 칠레와인협회에서 주관한다.

올해 11개 부문 수상작 중 국내에 수입되는 4종류를 소개한다.

■베스트 인 쇼(Best in Show) - 카사스 델 보스케 리제르바 2006

■베스트 카르메네르 - 오드펠, 오자다 카르메네르 2004

■ 베스트 밸류 레드 - 몽그라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쇼비뇽 2005

■베스트 밸류 화이트 - 미구엘 토레스 산타디그나 소비뇽 블랑 2006


칠레 사파이어 빙하 ■ 칠레 음식

칠레 음식은 여느 남미 나라들처럼 토속 재료에 식민지 시대 유럽 음식문화가 결합한 퓨전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양념 맛이 강하지 않아 한국 사람 입맛에도 비교적 잘 맞는 편이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파타고니아 지방 전통 양고기 구이인 포르데로. 숯불에 3시간 이상 천천히 구운 통고기를 즉석에서 잘라준다. 노린내가 거의 없고 부드럽다. 밥.야채 등을 곁들여 1인분에 1만5000원꼴. 고기는 원하면 얼마든지 더 준다.

항구 도시인 푼타 아레나스에서는 남극 근처 차가운 바다에서 잡은 센토야(킹크랩) 요리가 제격이다. 크기는 시베리아산보다 좀 작지만 살은 더 탱탱하다. 1만5000페소(3만원)면 세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5~8월 조업기에 가야 제대로 된 생물을 맛볼 수 있다. 산티아고 인근의 바닷가 휴양도시 비냐 델 마르에 가면 하르딘 데 마리스코(사진)를 먹어보자. '바다의 정원'이란 낭만적 이름 그대로 전복.새우.조개 등이 듬뿍 든 해산물 모둠요리다. 보통 서양식 소스와 함께 내놓지만 간장.고추냉이 소스를 갖춘 곳도 있으니 꼭 물어볼 것. 속풀이용으로는 맑은 해물 수프인 칼도 데 마리스코가 좋다. 조개와 홍합, 콩그리오(홍메기)를 넣고 끓여 국물이 시원하다. '칼도'가 바로 국물이란 뜻이다.

칠레 사파이어 빙하 여행정보

■칠레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보통 미국 LA→페루 리마(혹은 멕시코 멕시코시티) 경유 편을 이용한다. 비자를 요구하는 미국 대신 캐나다.뉴질랜드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도 한다. 칠레 국내선 항공편은 표 구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칠레 단독 여행상품은 아직 없다. 다만 칠레 현지의 한인 여행사 '길목'(56-2-792-6272)에 연락하면 개인별 맞춤 일정을 짜준다. 비용은 7박8일에 1인당 500만원 선. 성수기인 여름(11~2월)엔 교통.숙박비 등이 더 비싸진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일기 변화가 심하다. 바람막이 재킷에 트레킹화를 갖추는 게 좋다. 칠레 대사관(www.echilecor.or.kr)과 중남미 전문 여행사 비바 라틴(http://www.vivalatin.com)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상세한 현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환율은 1000페소가 2000원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