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희미해진 오늘에서야

홍성학2007.06.28
조회49
22.희미해진 오늘에서야

그남자♂

 

복잡한 백화점 입구에서 그녀를 봤습니다

서로 아는 척 하진 않았지만

그녀도 날 보았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거는

그녀가 태연한 척 하고 싶을 때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버릇이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녀는 여전히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네요

아니 그 때보다 더 길어진 것 같네요

예전에 그녀가 머리를 막 감고 나오면은

바람이 불 때마다 머리카락에서

아찔할만큼 아주 좋은 향기가 나곤 했죠

어느새 그녀의 뒷모습은 사라지고 없는데

백화점 입구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딘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죠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첫사랑에게로 되돌아가는 길이라구요

강물을 거꾸로 올라가는 연어처럼

시간을 힘들게 거슬러가야

다시 닿을 수 있는 멀고도 힘든길이라죠?

그녀의 샴푸냄새, 그녀의 손내음,

그리고 그녀의 웃음소리..

그리운 것들이 하나씩 생각이 나네요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습니다

 

 

 

그여자♀

 

한동안 이렇게 마주치기를 간절히 바랬던 적도 있었어요

우연히 만나서 그 만남으로 인해

다시 사랑이 시작되길 바라기도 했죠

그런데 헤어진지 2년

어느새 그런 바램들도 희미해진 오늘에서야

그 사람하고 다시 마주쳤네요

복잡한 백화점에서 많은 사람들한테

떠밀리듯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서로 눈 조차 제대로 마주칠 시간이 없었죠

그렇게 짧은 순간 봤지만 그 사람

많이 변한 것 같았어요

옷차림도 머리모양도 그리고 표정도...

훨씬 좋아보였어요

'잘 지내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나도 아마 조금은 변했겠죠

하지만 내겐 여전한 것들이 더 많아요

그 사람이 좋아하던 긴 머리카락도

그 사람의 이름 세자만으로 마음 한쪽이 흔들린다는 것도

2년 전 내게 등돌리던 그 때

친구로라도 남게 해달라며

어렵게 붙잡고 싶었던 내 마음을

그 사람은 알고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 집니다

이젠 상관 없는 일이겠죠

혹시 다시 말을 건넬 수 있다면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첫사랑의 기억이 되어주어서 많이 고맙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