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는 허망한 이름이여!

최영호2007.06.29
조회3,913
아버지라는 허망한 이름이여!
 

                       [아버지라는 허망한 이름이여!]


가족들이 모두 물에 빠져 구조를 애원하고 있다면

부모, 아내, 자식 가운데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이 말도 되지 않는 수수께끼를 가지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농담을 하여왔다.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램도 저버리고 캄보디아에 항공여행을 갔던 사람들이 항공기의 추락으로 모두 사망하였다.


 KBS 기자인 조종옥은 쌍둥이 아들 중 한 아이를 어른들에게 맡기고 아내와 다른 쌍둥이만을 데리고 떠났다가 저 어린 목숨만을 남겨놓고 모두 변을 당하였다.


 아침부터 사체를 수습하였지만, 오후 늦게까지 애비와 아들을 찾지 못하던 수색대는 항공기의 동체를 전기톱으로 잘라내 날개 잔해를 거두어내면서 애비와 아이를 찾아냈다는데....


 아이를 팔로 꼭 껴안고 있는 애비의 몸은 크게 손상되었지만 그의 품에 안겨있던 꼬맹이는 고이 잠든 아이처럼 별다른 상처도 없이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애비가 양팔로 아이를 품어 보호하려다가 얼마나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추락하면서 애비의 한쪽 팔은 떨어져나갔고, 다른 팔은 완전히 경직되어 있었다고 한다.


 세상 떠난 아가야....

너를 못잊어 함께 온 것이 씻지못할 죄가 되었구나...

너를 지켜내지 못한 못난 애비를 부디 용서해다오....


 살아있는 아가야.....

너를 홀로 두고 가는 이 애비를 부디 용서해다오....

제발 살아있음이 더 큰 고통은 되지 말거라...


 작년 12월 미국 오레곤에서 자동차여행을 하다가 조난을 당하자 아내와 아이를 구하려고 혼자서 폭설을 헤치고 구조 요청에 나섰던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김.

 

 정보기술 전문매체인 CNET의 편집장인 그는 작년 11. 18.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아내와 4살과 생후 7개월인 두 딸을 데리고 승용차로 북서부로 여행을 떠났다가 조난을 당했다.


 고속도로로 가다가 국도로 빠지는 길을 놓치면서 시스키유 국립공원의 산악 도로에서 폭설에 갇힌 그들은 식량이 떨어지자 에미는 딸들에게 모유를 먹이며 버텼지만, 눈속에 고립된지 일주일이 지나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판단한 애비는 구조를 요청하러 떠난다.


 이틀 뒤 가족들은 극적으로 구조되었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철부지 새끼들의 목숨을 구하려고 눈밭을 헤매던 애비는 결국 영원의 길로 가고야 만다....


 험준한 산악지대, Big Windy Creek이라는 지명처럼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샛강 양쪽에 수직으로 솟은 절벽이 가로막은 협곡 밑바닥의 눈더미 위에 그는 달랑 테니스화에 재킷과 스웨터만 입은채 하늘을 원망하면서 세상을 떠나갔다.


 조난된 지 11일, 구조요청을 위해 가족을 떠난 지 4일 만에 가족들이 구조된 곳에서 불과 1.6㎞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로지 아내와 새끼들을 구하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폭설을 뚫고, 우거진 잡목과 차가운 강물을 헤치면서 하느님의 가호를 기도하였을 이 사나이....


 하늘님, 저의 가련한 목숨을 가져가는 대신

내 사랑하는 아내와 저 철없는 어린 것들에게 평화를 주소서....

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부디 저들을 지켜주소서....


오늘도 수많은 애비들이


사시사철 휘몰아치는 세상의 비바람에 맞서서

착한 사람보다 짐승만도 못한 쓰레기들이 더 많은 아귀다툼 속에서


더럽고 치사한 목숨과 삶을 부지해 가면서

숫자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닌 돈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힘겹고 서러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새끼들을 위하여

목숨과 시간을 축내고 있다....


하늘님이 반드시 살아계신다고 확신하면서....

하늘님이 결코 무심하지 않으리라 굳게 믿으면서....

(‘07. 6. 29. 최영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