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 박완서

임금혁200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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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에게 몰두하는 일이

얼마나 집중력을 요하는 중노동이라는걸

서서히 깨달아 가는 중이었다.

 

 

그 남자하고 함께 다닌 곳치고

아름답지 않은데가 있었던가

만일 그 시절에 그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뭐가 되었을까

청춘이 생략된 인생

그건 생각만 해도 그 무의미에 진저리가 쳐진다

 

 

행복을 과장하고 싶을 때는

이미 행복을 통과한 후이다

 

 

그 남자가 나에게 해준 최초의 찬사는

구슬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한번 구슬같은 처녀이고 싶었다.

 

 

지금 그를 유혹하는건 문제없을지도 모른다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그 추악함이 미리보여 진저리가 쳐졌다

내가 꿈꾼건 정사가 아니라

아름답고 로맨틱한 영화였나 보다.

화면을 모독하는 그로테스크한 여배우는 퇴장시켜야 마땅하다

인정사정 볼 거 없다.

내가 모질게 굴고 싶은건

그 남자에게가 아니라 자신에게였다.

 

 

우리의 포옹은 내가 꿈꾸던 포옹하고도

욕망하던 포옹하고도 달랐다

우리의 포옹은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

우리의 결말은 그것으로 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