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관광' 글로벌시대의 성매매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200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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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이국적 취향?

 

관광을 목적으로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사이판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을 찾는 한국인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500만 명에 이르렀으며,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아름다운 풍광, 이국의 문화유산만이 한국인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다. 여행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남성들이 이들 여행지를 찾는 이유는 ‘색다른 재미’, ‘섹스관광’에 있다. 남성들 몇몇이 그룹을 지어 골프 관광이나, 테마관광 형태로 성매매 관광을 떠나기도 하고, 따로 출발했다 현지에서 만나 정보를 주고받으며 즉석에서 담합해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 몇몇 도시, 거리는 성매매 지역으로 유명하다. 태국 방콕의 팟퐁거리, 해안도시 파타야, 필리핀 마닐라 베이 근방 골목들, 세부 등이 유명 관광지인 동시에 ‘유흥지역’으로 알려졌다. 관광산업이 육성되는 곳 어디든 성산업이 성업중인 것이다.

 

당신들의 '관광' 글로벌시대의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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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때때로 성매매 관광을 이국적 로맨스로 미화하려 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현지 여성과 즐기는 밀회쯤으로 말이다. 그런데 관광지에서 ‘필’이 통해 며칠 천국의 나날을 보낸 것으로 회자하는 남성들에게 현지의 여성들은 어떤 시선을 보낼까. 태국에서는 마사지를 성매매 ‘전희’ 쯤으로 생각하는 남성들 때문에 현지 마사지사들이 ‘한국남성은 어글리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고 한다. 필리핀이나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 남성이 유난히 약물이나 ‘음란한’ 행위를 강요한다고 지적한다. 정말 상대하기 싫단다. 이래도 성매매 관광이 ‘이국의 로맨스’ 일까?

 

남성들의 관광이 성매매로 쉽사리 연결되는 것은 가부장적 지배욕망과 성적 환타지의 결합에 기반한 남성집단의 결속 문화에서 비롯된다. 내적 즐거움을 타인과의 정서적 교감 또는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승화시키는데 둔한 남성들은 여성의 성에 의존하여 ‘노는 법’ 밖에는 모른다. 이러한 남성들의 결속, 놀이 문화와 더불어 19세기까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여행(관광산업)은 성산업과 깊은 연관을 맺어 온 것이다. 아무런 제재없이 성매매를 강권하는 여행 문화 안에서 ‘건전하게’ 관광만 하다 돌아오는 것은 그야말로 얼빠진 짓이라고 오히려 나무라는 남성들에게, 성매매 관광은 인생의 코오스 중에 하나일 뿐이다. 몇 만 마일 창공을 가로질러, 유전자 깊이까지 박혀 있는 가부장 문화의 망령에 충실한(?) 남성들이 있기에 오늘날 성매매 관광산업이 번창하는 것이다.

기생관광, 섹스관광, 성매매관광, '관광'을 문제삼다

 

성매매 여성의 송출국인 동시에 유입국이며 성구매 남성들의 출발지인 동시에 기착지, 한국은 전지구적인 성매매 시장에서 복합적인 위치에 있다. 성시장의 성별정치학에 따라 한국의 위상은 극과 극을 오간다. 해마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사이판, 괌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관광인구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하여 남성 관광객들의 해외 성매매 또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일본, 호주, 미국, 캐나다 등 미주 지역으로 한국인 성매매 브로커들과 여성들의 진출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매매자들이 이처럼 나라 안팎으로 들고 나는 현상을 성매매방지법 시행으로 인한 풍선효과로 단정 짓고 있다. 그러나 이미 1980년에 여성계와 종교계는 올림픽 개최와 함께 확산되었던 외국인에 의한 ‘섹스관광’뿐만 아니라, 한국 남성에 의한 ‘섹스관광’도 문제 삼은 바 있다. 당시의 신문기사들은 주로 동남아 지역을 타켓으로 한 성매매 관광을 문제 삼았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이하 한교여연)에서는 한국기생관광의 실태를 조사하면서 연예인, 해외연수, 국제결혼을 빙자한 성매매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손덕수(1987)는 한국에 기생이 있다면 태국에는 마사지걸, 대만에는 꾸냥, 필리핀에는 호스피탈리티 걸이 있다며 ‘동남아 매매춘 관광’을 반성매매 운동의 주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성매매 관광에 대한 여성들의 문제제기는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한교여연은 ‘기생관광반대’라는 캐치프라이즈로 일본인 관광
객의 성매매 행태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1965년 한일 양국의 국교가 수립되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증가하였고, 이 과정에서 일본인에 의한 성매매가 흥했다. ‘요정’, ‘요리집’ 형태의 성매매 업소들이 일본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에 즐비했고, ‘기생’, ‘현지처’ 등 이름 아닌 이름으로 불렸던 성매매 여성들이 증가했다. 부산, 경주를 비롯한 경남 지역은 특히 일본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 관광이 흥했는데, 이 지역에서는 성매매 여성을 ‘다찌’라 불렀다. 이 명칭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여성들의 피해 사례는 속출했다. 금품 갈취에서부터 흉기로 위협받거나, 특정한 형태의 성적 행위를 강요당하고 심한 경우 죽임을 당했다. 여성들의 성착취 피해는 잘 알려지지 않다가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신문에 단신으로 보도되는 정도였다.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한교여연은 민간외교 차원에서 일본 종교계가 나서주기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신정권 시대의 정치활동 탄압으로 활동이 주춤하다, 1980년대에 이르러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생관광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여론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한일 양국이 민간 차원에서의 기생관광의 실태를 보고하는 세미나를 열고, 대학생, 여성단체가 연대하여 공항에서 시위를 펼치는 등 기생관광반대운동은 봄날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일시적이나마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성매매 관광산업은 주춤했다. 급기야 한국관광협회는 성매매 알선을 시인하고 앞으로 건전한 관광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민경자, 1999). 기생관광반대운동은 이후 88년 올림픽 유치 즈음에 ‘섹스관광산업’을 반대하는 활동으로 이어졌고, 성매매 여성의 피해를 사회에 알리는 성과를 남겼다.

‘섹스관광반대운동’ 이후 20 여 년이 지난 2006년, 성매매 관광 관련 토론회가 하나 개최되었다. 키리바시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성매매 관광에 대한 실태를 보고하는 자리였다. 이 실태 조사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인신매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두 가지 면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하나는 기생관광에서 섹스관광, 그리고 성매매 관광으로 명명이 변화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성매매’를 다루는 시각과 관점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기생관광반대운동 시기에는 한국인 성매매 여성의 피해를 규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당시에 ‘기생’은 일본인 남성의 제국주의적 향수를 자극하는 기제였다. 기생관광반대운동진영에서는 피해여성의 민족적 지위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생’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성매매를 여성억압의 문제보다는 민족적 착취로 다루려 했다. 성매매 문제를 사회적으로 가시화하고 변혁의 대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의미 깊지만 상대적으로 성매매가 젠더의 문제이며 전지구적인 여성폭력이라는 점은 불명확했던 것이다. 섹스관광이라는
용어 역시 이런 의미에서 보면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성매매를 ‘섹스’로 통칭하는 것은 성구매를 은폐하기 위한 남성들의 구식 화법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성매매 관광이라는 재명명은 성별의 관점에서 남성들의 ‘관광’을 정교하게 문제화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 정부가 가해국의 입장에서 다른 나라의 성매매 피해지원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적인 신임도를 염두에 두고 키리바시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 조사는 성매매 문제를 접근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 남성들이 성을 구매하고 여성들의 성이 팔리는 사회적 현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한국 사회의 체감온도는 달랐다. 한국은 전지구적인 성매매 알선 산업에서 교두보로 알려지면서 연일 국제 언론과 인권보고기관의 주목을 받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 정부는 ‘성매매 관광’이라는 이슈가 개인 또는 일국 차원이 아닌 국가의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당신들의 '관광' 글로벌시대의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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