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닳음. take 1.

조충효200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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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너무나 멍하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공허한 현상이 조금 격하게 찾아왔다. 열람실을 나와서 무작정 차에 오르고 키를 돌리자 익숙한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가 나왔다. 청취자의 문자메세지를 읽는 디제이의 목소리중에 송정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시동을 걸고 송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한참을 지나서 다가간 그곳엔 정말 벌써부터 한여름인양 바다를 만끽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한쪽 모퉁이에 차를 세워놓고 내려서 바다를 바라보니 한걸음에 달려온 내 노력이 가상한지 시원한 바닷바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궁상떨기에 좋은 날씨라 어느 난간에 기대어 앉아 바다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눈안에 들어왔다. 기억에 남는건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조금은 나들이가 어색한지 반걸음 정도 떨어져 바닷가를 걸으시면서 말없이 내앞을 지나갔다. 답답한 마음에 할아버지를 향해 속으로 여쭈어 보았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제나이때, 젊으셨을때 무얼하고 계셨어요? " 내가 묻고 내가 답했다. 전쟁을 한창 치루시거나 막 전쟁이 끝날무렵이 할아버지의 젊은시절이셨으랴..훗날 내가 저나이가 되었을때 한 젊은이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나는 무어라 답할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머릿속은 자꾸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내 뜻한바를 위해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노부부가 내 앞을 지나가고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서부터 힘차게 자그마한다리 왔다갔다하며 다가오는 세살베기정도의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그 아이에 눈은 엄마의 한손에 잡혀있는 솜사탕에 집중되어있었다. 모래장난에 열중했던지 손은 모래 투성이었고 엄마의 '손닦아야지' 하는 한마디에 아이는 열을 내며 바지가랑이에 손을 닦기시작했다. 함박웃음이 났다. 분명 저아이는 솜사탕을 가지기 위해 열성으로 자기손을 깨끗히 했으리라. 머릿속에 내 손이 더러우면 엄마는 솜사탕을 주시지 않으리라 굳게 믿고 있기에 저 고사리 같은손을 사정없이 바지천에 비볐으리라.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그리고 어찌나 필사적인지..어느새 내 입가엔 웃음이 사라져있었다. 너무나 부끄러웠다. 저렇게 작은 솜사탕을 얻기위해 저런 노력을 하는데 어느순간부터 나는 아무런 노력없이 원하기만 했었다. 물론 노력이라하기엔 부끄럽지만 대가없이 원한적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몸둘바를 몰랐던건 그 노력이 진정 노력이 아닌 허울뿐인 몸짓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내가 가지려는 것에대한 내 열성이 저 어린아이의 그것보다 너무나도 미약했기에 하염없이 부끄러웠다. 내 머릿속은 어느순간부터 되는것에대해서는 당연히 되기때문에 되는거였고 되지않는것에대해선 원래 내것이 아니었나보다하는 회유적인 태만과 합리화가 뿌리깊이 박혀 있었던 것이었다. 절대적인 정의가 없었다. 손이 조금 더러워도 엄마는 솜사탕을 주실거란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세상은 엄마보다 더 매섭고 가혹하다. 지금의 내가 솜사탕을 가지기 위해선 손을 바지가랑이에 닦는걸로 안된다. 가까운 화장실에 잽싸게 뛰어가 씻고 와야한다. 그만큼 더 노력해야한다. 물론 늘 생각하지만 몸으로의 이행은 쉽지않다. 이것만큼은 합리화라 해도 좋다. 생각대로 다 실천된다면 그것또한 매력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고이간직하는 진리중 하나는 인간은 행하지 않아도 늘 머릿속에 담아두고 되뇌이면 알게모르게 조금씩 행하여 진다는 것이다. 그 진리를 믿기에 또 되뇌이고 상기할 것이다.

결코, 요행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정도를 걷고 그 길에 터럭만한 두려움도 남겨두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