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부모들에게

김소현200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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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3년 전 동남아에 놀러갔다가 겪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합니다.

 

 

2박 3일 짤막한 휴가를 내서 동남아 어느 섬에 친구와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그 섬은 무인도를 휴양지로 개발한 곳으로, 그 동남아 국가 수도에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게 된다는 설레임을 안고 출발하기 위해 부두에 도착...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50인승의 쾌속선에 70%이상의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왔더군요. 저는 솔직히 외국 나가서 우리나라 사람들 마주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들 아실테죠... 남에 대한 배려와 시민의식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조금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보기엔. ㅡㅡ

 

 

그래도 기왕 온 거 즐겁게 가자 하고 배에 탔죠. 그런데 시작부터... 어떤 젊은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나를 확~~ 밀치고 새치기를 해 타더군요. 그 뒤를 이어 가족인 듯 보이는 청년과 아줌마 아저씨가 우루루 따라 타고... 딱히 서두를 일도 아니었는데, (지정석이어서) 왜 그랬을까 참... 불쾌했지만 참고 탔습니다.

 

 

섬에 도착해서 재미나게 놀고 점심때가 되었어요. 배를 타고 온 관광객 모두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부페였습니다. 그래서 방이 좀 넓었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함께 온 서너살박이 꼬마들이 운동장인 마냥 쾌속질주를 하면서 꽥꽥거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나랑 친구는 좀 늦게 들어왔던 편이라서 어쩔 수 없이 밥을 늦게 먹으면서 다 참는 수밖에 없었죠. 더 기가 막힌건... 그 아이들 엄마는 'XX야, 이리 와서 이거 먹어' 하고 이따금 부르는 게 다고, 전혀 제지할 생각조차 안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제 테이블 건너건너편에 한 일본인 가족이 있더군요. 역시 같은 또래, 서너살밖이 아이들 딸하나 아들하나를 둔 아주 젊은 부부더군요. 저는 그래도 똑같은 아이들이니 조금은 시끄럽게 굴겠지 생각을 했는데...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 아이들은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 왔다갔다하지 않고, 부모가 주는 대로 너무나도 얌전히 먹었으며, 역시 단 한 번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어느 누구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고 2박 3일을 조용히 놀다가 부모 품에 안겨 잠들어 배를 타고 떠났습니다...

 

 

한국의 젊은 부모님들, 정신없이 공공 장소를 헤졌고 다니는 자식들을 저지하면 '기를 죽인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신들도 어릴 때 그렇게 자라서 그러는 것 뿐인가요? 내 자식이니까 무슨 짓을 해도 예뻐보이기만 하나요? 아니면, 말리긴 말렸는데 이제 지쳐서 포기했나요?

 

 

식상하게 또 '일본을 본받자' 어쩌구 하려고 쓴 게 아닙니다. 다만 이것만은 기억해주세요. 당신들의 자식들은 커서 반드시 제가 아까 언급한 그 일본 아이들, 그리고 다른 나라 아이들과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세상은 실력으로만 인정받는 곳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격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 인내심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남부럽지 않게, 훌륭하고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키우고 싶다면 더 큰 시야로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거창하게 세계 무대 경쟁 운운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항상 남에게 민폐끼치지 않게 키우려고 노력하시는 부모님들, 정말 감사하고 수고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