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와 나는 참 가난한 연인이었다. 흥부네 구남매 마냥 누더기를 안걸쳤다뿐 아르바이트로 겨우 등록금 대던 우리 두사람에게 잘 포장된 값비싼 장미꽃은 팔자에도 없는 사치였고, 학교 앞 분식점에서 퉁퉁 불은 라면 한그릇에 밥 한공기를 말아 너 한숟갈 나 한숟갈 노나 먹기도 빠듯한 소위 극빈 커플이었다.
그래도 그 땐 참 행복했다. 우산 하나 살 돈을 아끼자고 내리는 비를 사이좋게 나눠맞으며 버스로 열 정거장이나 되는 길을 흠뻑 젖어 거닐었을떄도 흔하디 흔한 다방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낡아빠진 자판기 커피 한모금으로 칼칼한 목을 축일때도 우리 두사람은 항상 웃고 있었으니까... 남들 눈은 중요치 않았다. 누가 뭐라든 시시콜콜한 참견 따위야 사랑으로 쓸어내리면 그만이었다.
4월 어느날이었다. 흐물흐물 아지랑이에 온 정신을 빼앗겨 멍하니 앉아있던 내 눈 앞에 노오란 개나리 한 섬이 불현듯 피어오른다. 무슨 조화인가 싶어 두 눈을 비비고 시선을 내리깔자 개나리를 움켜쥐고 쪼그려 앉은 그 이의 투박한 손이 내 턱을 받치고 있다. 삐약삐약 개나리 형제가 노닐다 간 듯 어딜가도 샛노란 개나리가 지천인 계절이었다. 억지로 꺽어내어 모가 난 줄기는 하이얀 명주실에 동동 싸매여 빈틈이 없어 보였고 바람에 한들거리는 꽃잎은 지치지도 않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딴에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노랑천사의 날갯짓에 흠뻑 취해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그 이의 손 등이며 손가락에 선홍색 딱지가 짓꿏게 내려앉은 상처가 선명하다. 걱정스런 마음에 어쩌다 생긴 상처냐며 따지듯 묻자 흐드러지게 만발한 개나리가 하도 예뻐보여 꺽으러 들어갔더니 바로 옆에 장미 일가가 둥지를 틀었더란다. 개나리를 꺽어내겠답시고 예쁜 놈만 골라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다보니 어느새 입이 삐죽이 나온 장미 가시가 자신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그 이의 모습에 괜한 심술을 부렸다는 것이다.
그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며 별로 좋은 내도 나지 않는 입김을 호호 불어주는데 내 시선은 아까부터 개나리 녀석에게만 머물러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분명 단아한 그 빛깔엔 순고한 아름다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우쭐대던 장미가 화생의 쓴맛을 맛보게 된 그 날, 방긋 웃는 금발의 나으리를 따라 그 이도 웃었고, 나도 웃었다.
[보물섬] Episode1. "Spring" - 개나리 (가난한 연인의 사랑노래)
[보물섬] Episode1. 'Spring' - 개나리 (가난한 연인의 사랑노래)
그 이와 나는 참 가난한 연인이었다. 흥부네 구남매 마냥 누더기를 안걸쳤다뿐 아르바이트로 겨우 등록금 대던 우리 두사람에게 잘 포장된 값비싼 장미꽃은 팔자에도 없는 사치였고, 학교 앞 분식점에서 퉁퉁 불은 라면 한그릇에 밥 한공기를 말아 너 한숟갈 나 한숟갈 노나 먹기도 빠듯한 소위 극빈 커플이었다.
그래도 그 땐 참 행복했다. 우산 하나 살 돈을 아끼자고 내리는 비를 사이좋게 나눠맞으며 버스로 열 정거장이나 되는 길을 흠뻑 젖어 거닐었을떄도 흔하디 흔한 다방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낡아빠진 자판기 커피 한모금으로 칼칼한 목을 축일때도 우리 두사람은 항상 웃고 있었으니까... 남들 눈은 중요치 않았다. 누가 뭐라든 시시콜콜한 참견 따위야 사랑으로 쓸어내리면 그만이었다.
4월 어느날이었다. 흐물흐물 아지랑이에 온 정신을 빼앗겨 멍하니 앉아있던 내 눈 앞에 노오란 개나리 한 섬이 불현듯 피어오른다. 무슨 조화인가 싶어 두 눈을 비비고 시선을 내리깔자 개나리를 움켜쥐고 쪼그려 앉은 그 이의 투박한 손이 내 턱을 받치고 있다. 삐약삐약 개나리 형제가 노닐다 간 듯 어딜가도 샛노란 개나리가 지천인 계절이었다. 억지로 꺽어내어 모가 난 줄기는 하이얀 명주실에 동동 싸매여 빈틈이 없어 보였고 바람에 한들거리는 꽃잎은 지치지도 않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딴에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노랑천사의 날갯짓에 흠뻑 취해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그 이의 손 등이며 손가락에 선홍색 딱지가 짓꿏게 내려앉은 상처가 선명하다. 걱정스런 마음에 어쩌다 생긴 상처냐며 따지듯 묻자 흐드러지게 만발한 개나리가 하도 예뻐보여 꺽으러 들어갔더니 바로 옆에 장미 일가가 둥지를 틀었더란다. 개나리를 꺽어내겠답시고 예쁜 놈만 골라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다보니 어느새 입이 삐죽이 나온 장미 가시가 자신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그 이의 모습에 괜한 심술을 부렸다는 것이다.
그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며 별로 좋은 내도 나지 않는 입김을 호호 불어주는데 내 시선은 아까부터 개나리 녀석에게만 머물러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분명 단아한 그 빛깔엔 순고한 아름다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우쭐대던 장미가 화생의 쓴맛을 맛보게 된 그 날, 방긋 웃는 금발의 나으리를 따라 그 이도 웃었고, 나도 웃었다.
Written by. JKY
paper.cyworld.com/BWwann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