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Episode3. "Fall" -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장기영200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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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Episode3. 'Fall' -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

 

누렇게 익은벼가 한껏 고개를 숙인채 잘 여문 낱알을 달랑달랑 흔들며 마지막 수확의 손길을 고대하던 가을녘... 어느덧 우리 두사람의 사랑은 근엄한 표정의 허수아비 아저씨와 한바탕 숨바꼭질을 벌이며 달큼한 사랑의 노래로 굶주린 새들을 살찌우고 있었다.

 

울긋불긋 화려한 원색의 대향연을 벌이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두툼한 내 허벅지를 푹신한 베개삼아 나른한 몸을 곧게 뻗어 누운 그 이의 황홀한 표정과 대면하노라면 나도 모르는 사이 희끗 올라간 입꼬리가 하늘에 닿을듯 드높았다.

 

가벼운 주머니를 있는데로 팔랑거리며 우리 두사람은 늘 그랬듯 고요한 우리들만의 아지트를 찾았다. 쾌쾌한 곰팡내가 운치를 더하는 허름한 헌책방, 그 곳은 더할나위 없이 쾌적한 가난한 지성들의 요람이었다. 다 깨진 슬레이트 지붕새로 새어 들어오는 가녀린 빛줄기가 주인아저씨의 벗겨진 이마 위를 환히 비추고, 공사판을 전전하다 여기까지 흘러든 볼품없는 합판대기들을 어설프게 덧댄 벽면이 언뜻 보기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 아찔해 보였지만 그래도 찬찬히 둘러보면 책장을 가득 메운 수십년백이 골동품들이 새근새근 온전히 살아 숨쉬는 아담한 박물관이었다.

 

폐간된지 오래인 잡지서부터 얼룩덜룩 낯판대기가 부끄러운듯 깊숙한 곳에 쳐박혀 있는 고문헌까지 쉽게 보기 힘든 진귀한 책들이 사이 좋게 줄을 서있다. 손에 잡히는데로 펼쳐대며 야릿한 미소를 주고 받기를 한참, 미운 오리 새끼모냥 차가운 바닥에 쓸쓸히 떨어져 있는 책 한권을 발견했다.

 

세월의 떼어 쩔어 벗겨진 살가죽 탓에 제목조차 분간키 힘든 녀석은 기다렸다는듯 그 이의 손에 착 감겼다.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그 생김생김에 이끌리듯 속을 훑었다. 많이 보던 내용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요리조리 책을 둘러보는 우리 두사람에게 그 책 그냥 들고가라는 아저씨... 손해 볼 것 없겠다 싶어 간단하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는 책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잘 뻗은 나무에게 간청해 서늘한 그늘을 잠시 빌렸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요놈 만큼이나 관대했겠지? 한페이지 한페이지 번갈아가며 읽어내리는던 우리 두사람의 메마른 입술은 어느새 촉촉히 젖어있었고 마음속 사랑의 나무는 하늘을 따라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Written by.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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