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암묵의 메신저

장기영2007.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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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했다.

아무리 미미한 존재라 할지라도 세상에 난 이상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누군가로 하여금 무언가를 추억하게 하는 이 기억의 발자욱은

꼭 화려하게 빛나지 않아도 이미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로운 그것이다.

 

한 날, 집안 대청소를 한답시고 이것저것 다 들어내고

구석구석 쉴새없이 빗자루를 들이밀었더니

잿빛 먼지들과 한데 뒤엉킨 온갖 잡동사니들이 지루한 술래잡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떼구르르 굴러가도 아무렇지 않게 내버려뒀던 빛바랜 십원짜리 동전서부터

몇 달 전 잃어버려 온 집안을 쥐잡듯 뒤져도 털끝 하나 보이지 않던 결혼반지까지...

그 면면 한번 다양하다.

 

다른 놈들은 다 제쳐두고 이 두 놈을 보기좋게 나란히 눕혀놓고는 외로이 골몰했다.

 

그리고 한참 뒤,

영롱한 빛깔 여전한 다이아 반지는 손가락 언저리 제 집을 찾아줬고

낡고 병들어 제 놈 날때 멀쩡히 박아준 출생년도까지 까먹은 십원짜리는

조용히 베란다로 가지고 나가 창밖으로 날려 보냈다.

 

허나 반지는 귀하고 동전은 하찮아서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내가 십원짜리 놈에게 자유를 허락한 연유는

놈의 구릿빛 몸뚱아리를 타고 흐르는 내 따스한 온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온전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반지가 나와 내 아내, 단 두사람의 작은 약속이라면

놈은 무수한 이들에게 전하는 소박한 흔적의 복음이기에...

 

070709 AM07:05

Written by. J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