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를 차버려라

정유진200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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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를 차버려라

 

 

 

"동굴이 본능이라면, 이성적으로 본능을 제어하는 것이 옳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다들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책에선 남자는 정기적으로 동굴에 들어가는 동물이고

그를 말없이 기다려주는 당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너무도 감동한 나머지

당신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당신은 그 남자의 '동굴 탐사 기간'동안 마음 졸여 하고

때로는 화가 나는 것을 주체할 수 없어 하는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기 위해

뜨개질이나 십자수를 취미활동으로 선택하거나 풍부한 독서의 세계로 빠져들거나

혹은 잦은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수다를 떨거나 할 것이다.

 

 

 

완전히 내가 내키는 대로만 당신에게 조언해도 된다고 한다면 나는

세상에 좋은 남자는 얼마든지 많으니 그렇게 무책임하고 배려 없는 남자와는

당장 헤어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여러 사례들을 접하면서 모든 잠수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좀 심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접한 수많은 잠수에 대한 사례들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니

대략 다섯 부류 정도로 구분할 수 있었다.

 

 

첫째. 아직 철이 없어서 연애할 때 상대에 대한 배려나 책임감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미처 숙지하지 못한 나머지 그런 짓을 저지른 경우

 

두번째. 속이 너무 좁아서 싸우거나 삐치면 연락을 끊어버리는 타입

 

세번째.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하여 그 결과가 잠수로 나타나는 경우

 

네번째. 상대에게 마음이 식어서 헤어지려고 하기 직전의 예고편이거나

헤어지자는 말이 차마 안나와서 헤어지려는 수단

 

다섯번째. 바람을 피우는 것을 잠수로 가장하는 경우이다.

 

 

당신의 애인이 상습적으로 잠수를 타는 사람이라면 첫 번째 단계로

같이 연락을 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을 쓸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연락을 하지 말고 꾹 참아야 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남자와 정말로 헤어지게 될 수도 있으며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마음을 굳게 먹는데 있다.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다는 각오 하에 전투에 임해야만 그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지 절대로 잃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어떤

한 가지를 등 뒤에 감추고 전투에 임하면 결국은 그것을 지키려 하는

마음 때문에 등을 감추려고 한 발 물러서다가

상대의 칼끝에 심장을 찔려서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법이다.

 

 

 

'같이 무심해지기' 혹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표현될 만한 이 방법은

읽을 때는 쉬워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실행하기에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답답함을 꾹 참아내야 하고 이러다가

정말로 흐지부지 헤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이겨내야 하며

그와 함께 하지 않는 저녁 시간과 주말을 막막하게 보내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남자와 똑같이 연락을 안하고 지내다가 결국은 둘다 연락을

안하게 되어 흐지부지 헤어지게 될까봐 너무 겁이 난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이 방법을 쓸 기본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며

이런 상태에서 이 방법을 썻다가는 결국 실패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만약 그의 마음이 변해서 연락을 잘 안하게 된 상태라면 마음은 아프겠지만

헤어지는 것이 옳다는 사실은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니

차라리 모든 것을 빨리 정리되는 편이 속이 시원하다고 스스로를 이해시킨 후

그 남자와의 연락을 끊고 당신의 생활을 즐기는 것이 좋다.

 

 

 

그 남자와의 사이가 어떻든 간에 당신은 지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황금 같은 시절의 시간의

단 한 순간이라도 남자에게 올 전화 한 통화를 기다리는 데 목매느라

허비하지 말고, 절친한 친구를 만나서 현재 당신이 처해 있는

연애의 상황과 결심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당신 혼자서 쇼핑을 다니거나 재미있는 책을 읽거나 그동안

부족했던 잠을 자거나 그외의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하면서

알차게 채워나가도록 하라..

 

 

 

위의 방법을 써보았는데도 그 남자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거나 혹은 그가 무책임하고 배려라고는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며 밴댕이 소갈딱지로 당신 속을 평생 뒤집어놓을

인간이라서 그러는  것이니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고

그 남자를 차버리도록 하라..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 남자가 속이 좁아서 잘 삐치고 잠수를 자주 탄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당신이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는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데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속이 좁은 남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해서 잃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당신을 잃어도 상관없는 듯이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그는 자신의 자존심이 당시을 곁에 두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화나는 감정이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보다

더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 셈이다.

 

 

 

이런 남자에게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전술을 우선 써 보기를 권한다.

그의 단점이 고쳐질 것을 기대하고 써보라는 것이 아니라

당신 역시 그 남자를 잃어도 좋다는 생각을 한번쯤 가져 보기를

바라기 때문에 써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헤어지게 되는

사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잠수타는 문제는 그 남자의 그저 사소한 문제라고 장담하기는 힘들 테지만

그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이런 문제로는 헤어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하는 이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보기를 바란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지켜나가는 것인데 당신과 당신 애인의 상태로 보아

그 사랑을 오로지 당신 혼자서 지켜나가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10년후, 당신의 사랑은 일상에 지쳐 지금의 절반밖에

남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가 온다 하더라도 당신은 그의 이런

단점을 참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그렇다는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면 당신의 감정을 사랑이 아니라 집착일 뿐이다.

당신 스스로도 사랑때문에 괴로운 것은 참을 만한 가치가 있지만

집착 때문에 괴로운 것은 참을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집착을 버릴 용기가 없어서 헤어지지 못하고 사랑이라고 믿으며

산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너무나 불행한 일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당신에게 있다.

 

 

간혹 어떤 남자들은 시간을 갖자는 말을 한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좋은 사람을 만나면

가도 좋다는 말을 덧붙인다.

 

 

시간을 갖자는 말은 헤어지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그 기간동안 좋은 사람을 만나면 가도 좋다는 말은 그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당신의 앞길을 망쳐놓고 싶지 않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자신이 좋은 여자가 나타나면 가겠다는 의미이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 남자가 한 말과 행동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는 너와 결혼까지 할 생각을 하니 갑갑하다. 헤어지자'

라는 뜻일 뿐이지 거기에 무슨 깊은 의미나 성찰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있지도 않은 그의 속마음이 뭔지를 궁금해 하고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남자들 중에는 헤어지자고 말하면 나쁜 놈이 될까봐 저렇게 흐지부지 연락을

끊어서 헤어짐을 표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우리 여자들은

그런 인간이 더 나쁜 인감임을 알고 있고 남자들은 그걸 몰라서

여자에게 더 상처를 주는 이별 방법을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남자들 역시 그게 더 나쁜 짓인 것을 안다.

 

 

사실을 뻔히 알면서 남자들은 왜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우스갯소리로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여자의 행동 두가지가

하나는 우는 것이고 하나는 따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남자는 당신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가 당신이 그 남자 앞에서

울며 따지는 두 가지 일을 다 할까봐

겁이 나서 일단 피하자는 생각만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잠수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인 셈인데

이제까지 서로 사랑해 온 사람과의 이별이 간단하지만 않을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힘든 상황이 왔을 때 그것을 직면해서

해결해 내는 어른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그러하다.

 

 

 

그러니깐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그 남자는 자기가 당할 괴로움을 피할 수만 있다면

당신이 평생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고 해도 본인 앞에서만 그러지 않는다면

상관없다는 뜻인 것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의 수준이 이 정도까지 떨어졌다면

이 관계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끝난 관계이다.

 

 

 

사랑에 빠지면 어느 정도 집착하게 되는 것은 맞지만 집착이 모두 사랑인 것은 아니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이나 두려움일 뿐이다. 그 사람이 없으면

살지 못할 것만 같고 그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행복해진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은 아니다.

 

 

 

당신이 그 남자와 헤어지고 나면 진정한 사랑은 조만간에 꼭 온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 남자와 헤어지지 않으면 당신에게 그런 사랑은 절대로

올 수가 없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성숙한 사랑은 당신이 준비해 놓은 꼭 그만큼의 크기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