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마음의 온도

임영미200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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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마음의 온도

그남자

 

정심으로 먹은 라면 냄비를

막 물에 담그려는데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하루에도 열통씩 메세지를 보낸것에 비하면

이번 전화는 아주 오랜만이었죠.

 

몇주전 그녀가 내게

친구커플과 같리 휴가를 가자고 했을때

난 그게 무슨뜻인지 빤히 알면서도

모른척 했거든요.

 

"그냥 친구들끼리 가.

내가 거길 왜 가냐, 니 애인도 아닌데.."

그말에 금새 조용해지던 그녀.

 

이 전화는 그 후에 걸려온 첫번째 전화죠.

 

"어디니? 휴가는 간거야?"

그랬더니 바닷가랍니다.

 

"거기서 뭐해?

다 커가지구, 바다에서 물장구라도 치는거야?"

 

그말에 그녀는 그냥 파도소리 들으며 바다에 발 담그고

콜라마시고, 그러고 있다구요.

 

"그래, 바다는 그러고만 있어도 좋지.

잘 놀다와라."

 

그녀의 마음은 알지만 나는 그마음과 다르니까.

이렇게 전화를 받아주는 정도가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니까.

 

전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그녀의 원망을 뒤로 하고

혹시라도 우리사이에 다시 부담스런말이 오가기전에

난 설거지물을 받으며 서둘러 전화를 끊습니다.

 

그여자

 

이곳까지 기어이 그가 따라 왔습니다.

저만큼에서 걸어오는

안경을 쓴 남자는 모두다, 그사람이죠.

 

그때마다 아닌걸 알면서도

기어이 그 남자 근처까지 걸어가는 나.

가까이 가보면 당연히 그남자는 그가 아니죠.

 

'너는 지금 뭐하니?

나혼자 이곳에 오게하고 너는 거기거 뭐하니?

 

마음속으로 백번쯤 묻다가

결국 전화를 겁니다.

 

무얼하고 있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말합니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그사람은 말하네요.

바다에서는 그렇게만 하고 있어도 좋다고.

 

나는 속으로 대답합니다.

'나는 니가 있는데가 그랬어.

너하고 있기만 하면 다 좋았어.'

 

그러곤

휴가 잘보내란 말과 함께

전화가 채 끊어지기도 전에

저쪽에서 들려오는 수돗물 소리.

어서 전화를 끊고 세수하고 싶은거겠죠.

 

나는 행여 그의 한마디를 놓칠까

이 뜨거운날 핸드폰을 들고

공중전화 부스안에서 전화를 걸었는데.

 

지금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있을 그와

이 뜨거운 전화부스 안의 나.

 

우리 마음의 온도가 딱 그만큼 다른거겠죠.

 

-이미나 작가의 '그남자 그여자2'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