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성희] 대한민국 사용후기 J. 스콧 버거슨 지음, 안종설 옮김, 갤리온, 256쪽, 1만2000원
그가 돌아왔다. 5년 전 우리가 모르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자분자분 읽어낸 '발칙한 한국학'이란 베스트셀러를 냈던 그 문화평론가이다. 그가 이번엔 "한국을 가슴 깊이 사랑했던 만큼, 한국이 미치도록 미워졌다"며 우리 사회의 무심, 우리의 신화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 도발적인 문제 제기와 거침없는 언사는 우리를 한없이 불편하게 하지만 새겨들을 지적이 수두룩하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던 요정 '도원'이야기가 그렇다. 조선의 이씨 황실의 후손으로 상해 임시정부에도 참여하려 했던 의친왕이 머물던 사동궁(궁궐의 별궁)이었던 도원이 2004년 문을 닫는다. 그리고 이를 인수한 구청이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포클레인 등을 이용해 허물어 버린다. 전통의 거리 인사동에서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던 이 건물의 철거를 막기 위해 구청과 시청을 헤매던 지은이는 이를 '역사 강간'이라 규정한다. 그러면서 "한국사람들의 민족주의는 질투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닌가"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으로 비약한다. 그런데 "만약 어느 일본 기업이 도원을 사들여 그 부지에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했더라면 온 나라가 들고 일어나 그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을 것"이라는 말에는 항변할 길이 마땅치 않다.
홍익대 앞에서 논 경험을 바탕으로 쓴 '한국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사람들'은 어떤가? '자기가 미국 빈민촌 흑인 양아치인 줄 착각하는 강남 중산층 남자애들' '아빠한테 받은 돈으로 얼굴 좀 뜯어고치고 명품으로 도배한 여자들' 그 썩어빠진 대가리에 뭘 좀 집어넣으란다. 머리는 화장하라고 붙어 있는 게 아니라면서. 히틀러를 사랑했던 백인 우월주의자 폰 더치의 트럭모자를 쓴 '머리에 똥만 찬 놈들'은 트럭 앞으로 기어나가 얼굴에 스키드 마크나 찍으라고 일갈한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 부역남성들이 일본인들을 도와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점, 종전 후 돌아온 위안부 여성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이거나 재통합하는 데 실패한 점을 지적하는 대목에선 뜨끔하기도 하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했다. 혹 문화사대주의라 비판받을지라도, 내로라는 한국의 지성인까지 서슴없이 비판하는'물먹은 흰둥이'의 수다에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분명히.
한국 짝사랑한 외국인의 모진 쓴소리
[중앙일보 김성희] 대한민국 사용후기 J. 스콧 버거슨 지음, 안종설 옮김, 갤리온, 256쪽, 1만2000원
그가 돌아왔다. 5년 전 우리가 모르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자분자분 읽어낸 '발칙한 한국학'이란 베스트셀러를 냈던 그 문화평론가이다. 그가 이번엔 "한국을 가슴 깊이 사랑했던 만큼, 한국이 미치도록 미워졌다"며 우리 사회의 무심, 우리의 신화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 도발적인 문제 제기와 거침없는 언사는 우리를 한없이 불편하게 하지만 새겨들을 지적이 수두룩하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던 요정 '도원'이야기가 그렇다. 조선의 이씨 황실의 후손으로 상해 임시정부에도 참여하려 했던 의친왕이 머물던 사동궁(궁궐의 별궁)이었던 도원이 2004년 문을 닫는다. 그리고 이를 인수한 구청이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포클레인 등을 이용해 허물어 버린다. 전통의 거리 인사동에서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던 이 건물의 철거를 막기 위해 구청과 시청을 헤매던 지은이는 이를 '역사 강간'이라 규정한다. 그러면서 "한국사람들의 민족주의는 질투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닌가"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으로 비약한다. 그런데 "만약 어느 일본 기업이 도원을 사들여 그 부지에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했더라면 온 나라가 들고 일어나 그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을 것"이라는 말에는 항변할 길이 마땅치 않다.
홍익대 앞에서 논 경험을 바탕으로 쓴 '한국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사람들'은 어떤가? '자기가 미국 빈민촌 흑인 양아치인 줄 착각하는 강남 중산층 남자애들' '아빠한테 받은 돈으로 얼굴 좀 뜯어고치고 명품으로 도배한 여자들' 그 썩어빠진 대가리에 뭘 좀 집어넣으란다. 머리는 화장하라고 붙어 있는 게 아니라면서. 히틀러를 사랑했던 백인 우월주의자 폰 더치의 트럭모자를 쓴 '머리에 똥만 찬 놈들'은 트럭 앞으로 기어나가 얼굴에 스키드 마크나 찍으라고 일갈한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 부역남성들이 일본인들을 도와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점, 종전 후 돌아온 위안부 여성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이거나 재통합하는 데 실패한 점을 지적하는 대목에선 뜨끔하기도 하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했다. 혹 문화사대주의라 비판받을지라도, 내로라는 한국의 지성인까지 서슴없이 비판하는'물먹은 흰둥이'의 수다에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분명히.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