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를 느긋하기만 한 속도로 관통하는 이 형제의 연애 시도기... <마미야 형제>

백혁현2007.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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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느긋하기만 한 속도로 관통하는 이 형제의 연애 시도기... <마미야 형제>

 

   동생 녀석과 둘이서 한동안 지낸 적이 있다. 동생이 군에서 제대를 하고, 나는 결혼을 하기 전까지의 이년여 정도나 될까... 당시에 음악이나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동생의 덕을 많이 봤다. PC 통신 시절, 한번은 어떤 음퀴방(은 아니고 영퀴방이었나, 근데 왜 음악 퀴즈를 냈는지는 모르겠지만)에서 말도 안 되게 어렵고 희귀한 문제에(예를 들어 어떤 음반이 최초로 어떤 나라의 어떤 레이블에서 출시되었는가와 같은...) 거의 정확하게 답을 하는 바람에 무슨 음악 전도사 취급을 받은 적도 있다. 물론 동생과 지금의 동생의 아내 (당시엔 동생의 애인)가 거들어준 덕이었다. 지금도 하나의 방을 CD와 DVD 타이틀로 가득 채우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는 장난감과 각종 피규어에 열중하는 동생은 다분히 컬렉터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는 내 동생보다 몇배쯤 오타쿠적인 어떤 형제의 애인만들기 리얼 다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표기해가며 야구를 보고, 팝콘을 먹으며 잠이 들 때까지 영화를 감상하고(아마도 옛날 영화), 신칸센을 비롯한 각종 열차에 대해 두루두루 꿰고 있으며, 항상 같은 집에서 군만두로 간식을 삼고, 동네 목욕탕에 함께 가고 나와서는 요상한 포즈로 맥주와 우유를 마시고, 밤이면 잠옷 차림으로 누워 함께 반성회를 여는 이들 형제가 어느 날 (오타쿠스러운 극도의 소심함이라는 벽을 깨고) 여자를 집으로 초대하기로 한다. 이름하여 카레 파티...

 

  초등학교에서 급사로 일하는 동생 테츠노부는 요리코라는 여선생을 부르고, 형인 아키노부는 항상 들러서 영화를 빌리는 비디오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나오미를 부른다. 이렇게 생애 최초 쌍쌍파티를 경험하게 되는 마미야 형제... 그러니 “믿을 수 없어, 우리집에 여자가 오다니.”라는 형의 말에 동생이 “엄마가 두 명 온다고 생각해.”라고 대꾸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카레 파티와 유카타 파티를 성공리에 마무리 짓기는 했지만 이들 형제의 애인 만들기는 성공적이지 않다. 요리코는 아무래도 유부남임이 의심되는 동료 교사에게로, 나오미는 섹스가 끝나면 바로 야구복으로 갈아입는 야구 마니아 마초 남친에게로 돌아간다. 그렇게 이들의 연애담은 물을 먹는 것으로 끝이 난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이들의 리얼다큐가 해피 엔딩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 “형과 나는 올해도 여자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못했다.”라고 해도 삼십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두 형제가 살아온 방식은 변함이 없고 이들은 한없이 평화롭다.

 

  아무래도 이런 식의 영화 만들기는 역시 일본 감독들을 따를 자가 없는 듯하다. 밋밋하기 그지없는 전개이지만 캐릭터의 힘이 워낙 강하다. (영화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그간 에쿠니 가오리가 보여주던 모던하고 말랑말랑하면서도 톡톡 쏘는 듯한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지만...) 온통 힘을 빼고 있는 캐릭터들인데 오히려 그들 캐릭터 덕에 관객들은 힘을 얻게 된다고나 할까... 팍팍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느라 마음이 거칠어져 있는 즈음에 이들 형제의 환한 웃음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해지는 것이다.